웰스파고 네트워크 파트너로 글로벌 감각 유지
외국계 일색인 재보험 중개시장에서 토종 한국 브로커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HIS(Hankook Insurance Service).
HIS의 전신은 히스램버트(Heath Lambert) 한국 지점이다. 히스램버트는 2006년 모기업의 인수합병으로 한국 지점을 폐쇄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만영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MBO(Mana gement Buyout)를 통해 히스램버트 한국지점을 인수하면서 토종 중개업체로 탈바꿈했다.
◇ 재보험 브로커란?
재보험중개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보험과 중개사에 대한 개념을 알아야 한다.
우선 재보험이란 보험사가 인수한 보험물건 중 일정부분을 다시 보험에 드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리스크는 인수하되 나머지는 다른 보험사에 재보험료를 주고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재보험금을 받아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식이다. 거래 액수가 크기 때문에 국제적인 거래가 많은 시장이다. 보험중개사는 보험계약자(주로 기업)의 위험을 식별·분석·측정해 보험계약자의 위험을 가장 경제적으로, 또 최대한 충분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수의 보험사와 접촉해 가장 좋은 보험프로그램을 보험계약자에게 추천하는 일을 맡는다.
따라서 재보험 중개사란 원수보험사가 인수한 리스크를 다른 보험사에 최적의 조건으로 분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구체적인 절차를 보면, 우선 브로커는 중립적 입장에서 재보험거래에서 핵심이 되는 조건과 상태(Term & Condition)을 중개하고 가격을 결정한다. 그 다음으로는 보험사가 담보할 위험을 선택(Claim Collecting)하며, 계약이 개시된 시점부터 계약 만료시까지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기능도 브로커의 몫이다.
HIS 역시 이런 재보험 중개업체 중 한 곳. 재보험뿐만 아니라 기업보험 등 단위 보험료가 큰 물건 역시 브로커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한만영 대표는 “법률서비스가 필요할 때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에게 의뢰하듯, 보험서비스가 필요할 때 보험중개법인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더욱이 보험중개법인은 적절한 가격을 유도하는 기능까지 부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 아파트는 한국사람이 잘 팔죠”
현재 한국 보험중개시장은 Marsh, Aon, Willis 등 3개 외국계 회사가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 자본의 토종 재보험브로커 중에서는 HIS가 가장 크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는 4위 수준이다. 한 대표는 HIS가 토종 국내 재보험브로커라는 점에 크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시장에서는 이것이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예로 올해 열리는 여수엑스포를 들었다. 여수엑스포와 관련된 보험(기술·화재·배상책임 등)을 따내기 위해 입찰했던 HIS는 외국계 글로벌 브로커들과 경쟁하고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한 대표는 “힘들게 유치한 국제적인 행사의 보험을 왜 외국계에게 맡기려고 하느냐, HIS가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대회 관계자들에게 어필했다.
또 “여수엑스포의 보험을 HIS에 맡기면 HIS와 함께 전세계 90여개국의 금융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웰스파고 글로벌 네트워크의 총회를 한국에 유치하고 여수엑스포를 견학하도록 하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모든 심사위원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 질 정도의 깜짝 제안이었지만, 결국 HIS는 여수엑스포 입찰에서 떨어졌다. 한 대표는 “아직 회사규모가 글로벌 브로커에 비해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계 브로커가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반신반의 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직원들과 함께 더욱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 웰스파고의 한국 파트너
국제 거래가 많은 재보험 브로커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는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다. 따라서 한국계 토종 브로커인 HIS는 글로벌 네트워크 부문이 약점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HIS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8년 7월 세계적 금융그룹인 웰스파고(Wells Fargo)와 업무 파트너십을 맺고 웰스파고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국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웰스파고는 미국 4대은행인 웰스파고 은행과 세계 5위 보험중개사를 거느린 초대형 금융그룹으로 세계 6000여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한만영 대표는 “재보험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글로벌 네트워크는 필수요소이며, HIS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리스크를 해외로 내보내는 것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해외 리스크를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 직원이 행복한 회사가 좋은 회사
흔히 보험산업을 가리켜 인지(人紙)산업이라고 한다. 종이와 사람이 하는 산업이라는 얘기인데, 특히 재보험중개는 국제적인 거래가 많기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받은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히스 한만영 사장은 “좋은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데 직원들에게 좋은 근무조건은 필수요소”라며, “우리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면 가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한국계 브로커 중에서는 처음 있은 일인데, 한 사장은 앞으로도 회사의 상황이 허용하는 한 좋은 제도는 계속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 대표는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주주에게 배당을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고용의 창출 및 사회에 기여하고 국가경제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도 생각해야 한다”며, “근래 들어 출산율 하락이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사회적으로 큰 숙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HIS는 출산장려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HIS는 첫 아이는 1백만원, 둘째아이 5백만원, 셋째아이 이상은 별도로 협의해 지급하며, 40세 이후의 출산은 본 집행기준의 두 배를 집행한다. 한 대표는 “사업이 잘 돼 육아시설 부족으로 고민하는 직원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국가대표 보험브로커 되겠다”
HIS는 최근 몇 년 사이 사세 확장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본사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큰 곳으로 이전했다. 이처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은 향후 시장전망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 한 대표는 “사업규모의 확대는 제조와 판매의 분리가 진행되는 보험업계의 추세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의 규모가 일정수준이상 돼야 제판분리에 따른 변화의 흐름을 탈 것이며, 규모뿐만 아니라 시스템과 자본력을 갖춰야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만영 대표는 또 외국계 브로커 편중 현상도 머지않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표는 “연간 120조원 규모라는 국내 보험시장에서 토종 브로커 중 가장 크다는 HIS가 핸들링하는 부분이 1조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도 볼 수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외제 물건이라면 무조건 좋다고 했지만, 지금은 한국산이 더 뛰어나다고 인정하는 영역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보험 브로커시장 역시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만영 대표는 “앞으로는 한국 시장을 넘어 아시아 재보험시장의 허브인 싱가폴, 또 세계 재보험시장의 중심인 런던까지 진출하고 싶다”며 한국계 글로벌 브로커로의 성장에 대해서도 강한 포부를 내비쳤다.
〈 프 로 필 〉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