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금융회사(판매사)만을 상대해야 했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가입 부담 없이 객관적인 재무설계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국내에 미국 등 선진국처럼 독립계 재무설계(FP)회사가 본격 등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는 금융법상의 근거 규정 없이 일부 법인 보험대리점(GA) 등이 소비자에게 재무설계에 대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민·상법상의 용역 제공 대가로 수수료(fee)를 받는 형태의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GA업계에서는 금융상품자문업 신설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우려감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특히 지난해 관련 공청회에도 참석한 바 있는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이사는 금융상품자문업 신설 조항 중 일부 항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GA업계 인사 중 한 명이다. 오 이사는 국내 재무설계 1세대로서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 동안 재무설계 문화 정착을 위해 힘써온 자산관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오 이사가 지적한 문제점은 자문업 진입 자격을 ‘법인(자본금 5억원 이상) 소속 직원’으로만 제한한 조항. 현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재무설계사 대부분이 법인과 위촉관계에 있는 ‘개인사업자’인 점을 감안하면 자칫 전체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당초 취지가 사문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탭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는 대형 금융회사 법인 소속 직원에게만 금융상품자문업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객관적인 자문을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일사전속 조직의 일부 채널(PB 및 FP센터)를 통한 고액자산가만을 위한 서비스에 국한될 뿐이라는 것이다.
오 이사는 “재무설계는 최소한 4~5시간의 상담을 통해 고객의 재무적 니즈는 물론 비재무적인 사항까지 파악해야만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재무설계사는 개별 금융상품은 물론 거시경제, 부동산, 세무 등과 관련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이사가 제안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자문을 전업으로 하는 금융회사 법인 직원뿐만 아니라 상품유형별 금융상품 판매 또는 구매(취득)권유에 필요한 자격을 보유한 재무설계사에게도 금융상품자문업자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재무설계사들은 대부분 높은 퀄리티를 바탕으로 고객의 비재무적인 사항까지 고려해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입니다. 금융자문업 수행 자격은 법인 소속의 직원 여부가 아닌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따라 부여하는 게 타당합니다.”
주성식 기자 juhod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