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이경희 연구위원과 이경아 연구원은 17일 ‘노후소득 창출을 위한 퇴직연금 적립금의 지급옵션 정책과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퇴직연금제도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도입됐지만 그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지 6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일시금 형태로 지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자사의 퇴직연금제도 가입자를 대상으로 적립금 수령 실태를 분석한 결과, 연금소득으로 수령하는 사람은 0.2%에 불과했다. 2009년 1월부터 2011년 8월 사이 연금수급 자격을 갖추고 퇴직한 1570명 중 연금을 선택한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명은 연금지급 기간이 사전에 확정된 확정형을 선택하고 1명만 종신형을 선택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장수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제도를 통해 축적된 적립금이 은퇴자의 장수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보고서는 가입자들이 일시금 외에 다양한 소득흐름방식을 채택할 수 있게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 교직원연금기금(TIAA-CREF)을 예로 들며 상당수의 가입자가 소득흐름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IAA-CREF는 퇴직연금제도 내에서 가입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소득흐름방식의 옵션을 제공한다. 초기 종신연금 중심에서 연금 이외의 이자지급방식, 프로그램인출 등을 제공하고 2개 이상의 옵션을 혼합할 수도 있도록 한다.
또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인식의 틀을 ‘투자’가 아닌 ‘소비’ 중심으로 형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TIAA-CREF에서는 은퇴소득추정치(retirement income projection)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퇴직시점에서 일시금보다 소득흐름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전화, 상담, 인쇄물 등을 통해 선택 가능한 옵션의 장·단점, 노후소득의 보장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보고서는 퇴직연금제도로 은퇴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 정부는 적립금 전액을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하는 방식을 제한하고, 퇴직연금사업자는 지급옵션을 다양화시켜 가입자의 선택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립금을 안정적인 소득흐름 창출의 수단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인식의 틀을 형성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퇴자의 노후소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퇴직연금사업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퇴직연금사업자, 사용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강화돼 가입자 교육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