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위상 제고, 업계 수익원 다각화 ‘총력’
금융투자업계와 36년간 동고동락한 ‘따거’(중국어로 큰형님)
지난 8년간 금융투자협회를 이끌어온 황건호 회장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말은 없을 것 같다. 오는 26일 치러질 금투협회장 선거(회원총회)를 앞두고 지난해 12월초 일찌감치 용퇴 의사를 밝힌 그를 여의도 금투협 회장 집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지난 8년간 구 증권업협회회장부터 첫 통합협회 초대 회장을 맡아오며 업계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물심양면 달려온 노장의 소회는 담담했지만 강렬했다. 황 회장은 “그동안 정말 후회 없이 8년간 협회장으로 긍지와 보람을 느끼며 업계현안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이번 결정이 향후 금융투자업계 후배들한테도 아름다운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지난 2004년 증권업계 최초 경선을 통해 그가 증권업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국내 증권업계도 질적 성숙도 면에서 크게 업그레이드 된 건 당연지사. 실상 황 회장 재임 기간 동안, 연기금들의 주식투자 허용, 퇴직연금제 도입 등으로 증시 수요 기반이 안정적으로 확충된데다, 장기 간접투자 대국민 캠페인으로 선진 투자 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금융투자 전문인력 양성과 자본시장의 글로벌화, 일반 투자자 교육 및 투자자보호 등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운 것. 무엇보다 헌신적인 지원과 협의를 통해 금융투자업계 오랜 숙원이자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의 초석이 될 ‘자본시장법’ 제정(2007.7월)도 그가 이룬 대표 공로로 손 꼽힌다.
또한 지난해 증권업계의 최고 이슈였던 ELW 소송 첫 선고공판에서 업계를 대변해 의견서를 직접 제출하고, 일찌감치 TF를 구성하는 등 적극 지원으로 무죄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명실공히 뿌리 깊은 금융투자업계의 초석과 발전에 매진해온 황 회장의 주요 성과와 향후 금투업계를 위한 조언 등을 조목 조목 들어봤다.
◇ 韓 자본시장의 국제적 위상 ‘업그레이드’
“우물 안 개구리마냥 국내 시장에만 연연하기 보단, 국내 자본시장도 국제적인 안목과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을 재임기간동안 했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아시아투자자교육연맹(AFIE)초대회장, 국제투자자교육연맹(IFIE)회장, 국제증권업협회(ICSA)협의회의장까지 역임하며 국내 금융투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쏟은 것도 이 때문이죠.”
현재 황 회장의 공식적인 타이틀은 금투협회장 외에도 3개나 더 된다. 모두 국제적인 자본시장 부문에서 한국의 리더쉽을 전 세계적으로 알린 사례로써, 짧은 국내 자본시장 역사에 비춰 볼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점을 알린 셈이다.
특히 이 가운데 ICSA(국제증권업협회)는 영국, 미국, 일본 증권업협회 등 15개국 17개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증권업계 대표 단체다. 지난 5월 황 회장의 취임은 회원국들의 투표로 선출돼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후문. 실제 현재까지 북미 및 유럽 선진국들이 주도해 온 국제증권업협의회(ICSA)의장직 역할을 최초로 한국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공조 필요성이 강조중인 가운데, 주로 미국 영국 등이 영향력을 발휘해 온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입지가 강화된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한국이 의장국 인만큼, 앞으로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지원과 신수익 창출, 그리고 신성장 동력발굴에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 기여와 함께, 증권업계 내부적으로도 황 회장이 주도로 이룬 대표 공로로는 자본시장법 조기 정착 및 개정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은행권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증권사들의 지급결제 서비스 도입(09년 7월)과 표준투자권유준칙 마련,(09년) 그리고, IB역량강화와 최근 개막한 헤지펀드 도입 지원등이 그 대표적 사례인 것. 황 회장은 이같은 성과 비결에 대해 “자신감은 결국 경험에서 쌓인다”면서 “과거 대우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재직당시 업계최초로 외국인전용 펀드 뉴욕증시 상장과, 업계최초 리츠 설정 등 신시장 개척이 결국 협회 업무로도 이어져 업계발전에 일익이 돼 보람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기업금융투자 수단(SPAC) 확대 및 자투리펀드 정리(2010년 6월), 펀드판매사 이동제(2010년 1월, 7월), 퇴직연금 활성화 등도 성공리에 업계에 정착한 사례들도 평가중이다.
◇ 장기투자 정착, 투자자보호에도 매진
황 회장 재임기간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대목은 바로 투자자교육과 장기투자 정착 운동이다. 황 회장은 “올바른 투자자교육은 곧 선진 자본시장 발전의 핵심 인프라”라면서 “글로벌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능력 함양을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투자자 교육의 중요성 부각을 강조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영역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과거 증협 시절부터 투자자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구체적인 방법및 지원은 항상 꾸준히 해왔고, 특히 청소년 금융교육은 사회공익활동으로 키우고 싶은 바램이었다”면서 “지난해 말 개소한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을 통해 향후 더 많은 투자자교육의 기회와 제공이 마련될 것 같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상 최근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의 출현과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간 정보 비대칭성 심화, 금융사기 등 금융관련 범죄 증대 등으로 모든 금융상품의 보편 타당한 규제가 날로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황 회장은 “지난 2005년 6월 설립된 투자자교육협의회 의장직을 겸하면서, 선진투자문화 정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의 일환으로 주식 10주 갖기 운동 등 장기 주식투자 문화 조성에 기여한점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최선 ‘유종의 미’
이제 2월이면 8년동안 정든 금투협을 떠나게 된다. 열심히 최선을 다 한만큼, 후회와 소회도 남다를 듯 싶다. 협회장으로써 한달도 안남은 기간이지만, 현재 계류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이 순조롭게 처리될 수 있도록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황 회장은 “투자은행 활성화 및 ATS, CCP(장외거래중앙청산소)등 자본시장 인프라 개선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라 조속한 처리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임 2기 신임 금투협회장에게 바라는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불확실성이 변수니만큼 이에 대한 장기투자 문화육성과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당부인 셈.
그는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와 장기투자가 정착되도록 협회나 당국에서 투자문화를 조성시켜 줘야 할 것”이라며 “리먼 사태 이후 기관투자자가 축소 분위기라,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MSCI지수 편입도 향후 꼭 거쳐야 할 과제”라고 내다봤다.
한편, 황회장은 자본시장 국제화 1세대이자 국제금융전문가로써 증권산업과 자본시장의 발전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51년생인 그는 용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후 미국 럿거스 대학원 경제대학원을 졸업했다. 76년 대우증권(현 KDB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와 첫 인연을 맺었으며, 대우증권 재직 당시인 84년 국내 최초 외국인 전용 투자펀드인 ‘코리아펀드’ 뉴욕증시 상장과 92년 증권사의 투신업 진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어 2001년 메리츠증권(현 메리츠종금증권) 대표 재직시엔 업계최초 부동산 금융상품인 리츠 도입 등 신시장 개척과 수익원 다변화를 도입한 것.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궂은 일도 마다 하지 않지만, 평소엔 ‘따여남’(따뜻한 여의도의 남자)으로 대변되고 싶다는 황 회장은 이제 아름다운 퇴장과 함께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인들의 기억속에 긴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대담=허과현 국장, 정리=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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