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불쟁선’긴호흡 묵묵히 최선 다하는 문화 확립
“부서간 칸막이랄까, 아직 완벽하게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모든 본부조직과 영업 네크워크들이 소통과 협업에 익숙해진 게 긍정적이죠.”
역대 수출입은행 어떤 시기에 이만큼 스피드 넘친 적이 있었을까? 게다가 ‘글로벌 프로젝트 금융 전문은행’을 표방하는 속내는 투자은행(IB) 모델 지향점이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닥치기 마련인 뜻하지 않은 외풍 차단과 함께 정체성을 담금질하는 치밀함과 끈기가 스며들어 있다. 김용환닫기김용환기사 모아보기 수출입은행장은 금융·비금융 서비스 제공이나 조직문화 혁신을 이끄는 동력을 ‘수은사람들’에게서 끌어올렸다.
“와서 보니 적극적으로 일하려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고 부서간 소통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고 그는 돌아본다.
“뛰어난 직원들이 산재해 있으면 뭐하겠나,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고 활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데,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직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전환해 줬더니 (조직문화 혁신은) 일사천리를 방불케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열매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과 더불어 사회 취약층을 돕기 위한 ‘글로벌 PaSS 프로그램’이다. 대기업과 손잡고 해외에 동반진출하는 중소기업을 전방위 지원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에서 Pa를 땄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지속적 육성, 즉 ‘Sustainable Growth with SMEs’에서 S를 딴 다음 사회 취약층을 향한 희망씨앗(Seed)에서 또 하나의 S를 딴 프로그램. 장장 넉달 걸려 여러 부서가 협업해서 만든 복합 다각 정책이다.
해외진출 중소기업의 정착에 연간 8000억원 규모를 우대금리로 주고 SW개발을 비롯한 지식서비스 산업 등 신성장 분야 기술력은 높은데 업력이 짧거나 영세 규모 탓에 판로확보 등 어려움이 큰 기업에 연간 2000억원을 지원하기란 결코 간단치 않다.
여기다 대기업 해외 프로젝트 지원과정에서 거둔 수익의 0.5%를 사회공헌활동 재원으로 출연하는 제도도입까지 상생을 꾀할 분야를 금융본업으로 극대화한 사례다. 그가 좋아하는 글귀 가운데 하나가 도덕경에 나오는 ‘流水不爭先’이다.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 것처럼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면 각자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최근 인사를 통해 ‘김용환 행장표’ 약속의 무게를 입증했다.
◇ 새 조직문화 결정체, 글로벌 상생발전 본격화
김 행장은 “올해 주요 대기업과 상생협약을 맺고 글로벌 상생발전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다른 곳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려면 T/F팀을 가동해 부서간 입장이나 의견 조율하는데 애를 먹겠지만 수출입은행은 시스템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소통은 조직 내부 뿐 아니라 일선 현장과도 끝 없이 이뤄지도록 이끌고 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내놓으면 뭐합니까? 알려서 혜택을 입도록 해야지요. 요즘 수출입은행 설명회 자주 합니다. 몰라서 신청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거죠.”
그는 소통의 달인이다. 직접 대면하는 보고에 연연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 역시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은행 한 간부는 “문서를 직접 들고 찾아 와서 하는 것만 보고가 아니다 필요하면 즉시 하라고 강조하셨다’며 그래서 외부에 계실 때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기탄 없이 드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지난해 유럽재정 위기 발발 이후 9월에 선진 금융기관도 못하던 글로벌본드 10억 달러 발행에 성공했던 비결이다. 새벽을 가리지 않고 실무자가 전화로 시장변동상황을 보고 하고 그는 곧바로 신속한 결정을 내려, 단비를 흠씬 끌어 올 수 있었던 일화다. 중소기업인을 비롯해 고객과 만나는 일에도 몸소 뛰며 직접 갈 수 없는 대고객 대정부 접촉 역시 끊임 없이 독려했다. 김 행장이 앞장서고 나니 온 조직이 은행 안으로나 밖으로나 소통에 힘쓰는 체질로 바뀌고, 바뀌는 것이 누적되고 연쇄 회전을 일으켜서 창출되는 가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뢰다. 결국 김용환 행장의 경영철학 4대 요소 △소통 △현장 △신뢰 △스피드는 서로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복합 승수효과로 연환돼 있는 셈이다.
◇ 변화의 누적과 연쇄가 낳는 정책금융의 성숙과 진화
쉬운 예로 비유하자면 김용환 행장의 리더십과 현 임직원들의 조우는 ‘큰 물 만난 고기떼’라 일컬을 만 하다. 이 조합은 당연히 정책금융의 성숙과 진화를 향한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수은이야 말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에 충실하자고 새해 들자마자 온 임직원과 마음을 가다듬어 놓은 터다.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는 ‘글로벌 프로젝트 금융 전문은행’으로 입지를 다지는 일이 첫손 꼽힌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 모두 16조 5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되 금융자문의 주선과 공급까지 우리 기업의 대규모 수주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겁니다. 이를 테면 ‘패키지 금융의 밸류 체인(Value Chain)’을 구축하는 일이에요.”
밸류 체인이란 1985년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가 정립한 개념으로 부가가치 창출에 관련된 일련의 활동, 기능, 프로세스 연계를 뜻한다. 대규모화 장기화하는 해외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우리 기업을 전방위 지원하는 연합세력의 구심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수은은 무역금융 자금공급 규모를 지난해 7조 8000억원에서 올해 12조원으로 늘리고 중소·중견기업의 든든한 버팀목 노릇을 하기 위해 포괄금융 등으로 모두 15조원을 공급하는 일도 글로벌 PaSS프로그랩과 병행할 계획이다. 김 행장은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내수기반 확대, 부품 수출지원을 한 축으로 하고 대기업 플랜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이같은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만 8조 7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 다함께 상생발전 흥겨운 금융입국 항진의 구심
수은의 공생과 동반발전의 물꼬는 한 갈래가 아니다. “수은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바탕으로 우리 금융기관들과 함께 글로벌 무대를 누벼야죠. 시중은행들이나 국내 증권사들이 자력으로 할 수 없어 답답해 하는 영역일지라도 수은과 함께 풀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주려고 애씁니다.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둡다지만 뭉쳐서 헤쳐 나가야지요.”
김 행장은 수은의 대규모 해외 자금조달 때 국내 증권사 참여기회를 최대한 늘리고 있다. 해외 대규모장기 프로젝트 금융주선 과정에서 시중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사 참여기회를 늘리려 애쓰고 있다. 본업을 주축으로 동반성장 노력을 이끄는 솜씨는 ‘실사구시’라고 표현하면 딱 좋을 김 행장의 업무 스타일에서 비롯한다. 수은 행장으로 오기 건 그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시절 꼬이고 꼬여 장기화하던 현투증권 매각의 실마리를 찾은 데 이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시절 여러 정권에 걸쳐 묵혔던 숙제였던 생보사 상장 문제 활로를 열었다. 그는 간혹 “경험 만큼 인식의 폭과 아이디어 창의력이 성숙하고 그래야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같은 스타일과 특성은 현안 과제를 둘러싼 숙고로 이어진다.
“일본이나 중국 수출입은행 격인 정책금융기관들은 정부 당국으로부터 외환보유고 지원까지 받아 가며 제 나라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뛰는데 우리는 원활하고 적정한 증자를 모색하는 입장입니다. 재정지원까지 가세하면 그 수혜는 우리 기업들에서 국내 실물경제로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할 겁니다. 수은법 개정에도 정치권 인사들이 유연하게 이해해 주셔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키우는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 주시리라 기대해 봅니다.”
김용환 행장은 오는 2월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훗날 김 행장 재임 시기 수은의 역할과 성과는 대한민국 금융사에 어떻게 자리매김 할까.
대담 = 허과현 국장, 정리 = 정희윤 기자
〈 프 로 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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