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장기적인 대출보다 한 달간 단기대출로 금리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은 어떨까?
최근 개최된 신용카드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전업·은행계의 카드론 비교를 통해 서민들의 대출 금리 걱정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이에 대한 안전한 정착을 위해선 연체율 리스크관리의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전업계·은행계 카드론 비교
최근 들어 전업·은행계 카드사의 카드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카드업계 내 카드론 상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카드론 분야는 작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올해 초에는 신규 카드론이 42.50% 증가해 14조6000억원이 늘어났고 이중 전업계 카드사가 56.10%, 은행계 카드사는 18.6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이건희 경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3년 1분기부터 2010년 4분기까지 총 채권기준의 카드사 연체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금융이나 경제지표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분석을 실시했다.
우선, 은행계 카드사는 안정적인 자금조달 능력, 은행의 고객정보를 활용한 교차판매, 방대한 전국의 은행점포를 이용한 회원유치 등이 특징이다. 반면 전업계 카드회사의 경우 다른 비은행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결제기반 확보, 고객마케팅의 발달, 카드가맹점과의 섭외 및 확보 등 은행계에 반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010년 김재열의 포트폴리오 비교 연구에 따르면 은행계와 전업계 카드회사 간의 주요 재무재표를 분석한 결과 영업전략에 따라 카드론을 중심으로 한 자산의 구성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행계 카드사의 신용카드 관련자산중 카드론은 2006년 4분기부터 2009년 2분기 까지 큰 변동없이 17~18%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전업계 카드사는 2006년 2분기의 비율이 38%에서 23%로 감소했다. 신용판매는 은행계 카드사가 50%를 유지하고 있었고 전업계 카드론 역시 기존의 39%에서 11%가 증가해 50%를 나타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카드자산규모가 증가하면 카드론 자산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신용카드 발급장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한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신용카드 대출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고 금리인상은 저소득층 가계의 신용카드 대출 수요를 증가시킨다는 주장도 발표된 바 있다.
신용카드 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은 손쉽고 간편해 많은 이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많이 찾는다. 고객의 경우 비상시에 좋고, 카드사의 경우 비교적 높은 이자율로 인해 이익이 형성된다. 높은 이자율이라고는 하나 대부업 및 저축은행의 이자율보다는 많으면 절반 이상이나 낮아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건희 교수는 이 부분을 이용, 서민들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이용 가능한 카드론의 사용을 확대시키자는 주장이다.
◇ 카드사, 카드론 보수적 관리로 수익전략 꾀해야
국내의 신용카드 업무는 수익성 증가로 인해 회원 유치와 카드 사용권장, 저소득층에 대한 카드 대출 확대 등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신용카드 사용규모의 증가는 연체율과의 관계가 밀접해 있다. 카드업계의 경우 실제로 위험만 통제 가능하다면 신용카드 대출은 이자마진이 높은 고수익을 창출해 내는 상품이며 금융기관이 경쟁력을 갖고 취급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 특히 카드론 대출은 은행에서 교차 영업을 위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하기 때문에 카드론의 결제여부, 결제계좌의 금액분석을 통해 고객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작년의 카드대출 추이를 엿보면 24.9조원을 기록,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신용카드대출, 카드 총 이용 금액 중 카드대출 비중은 2001년 68.8%에서 21.3%로 감소했고 신용판매비중은 31.2%에서 2010년에 78.7%로 상승하고 있었다. 결국 은행계에 비해 전업계가 대출성 자산의 비중을 보다 많이 줄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계 카드사는 카드업무 추진에 있어 금융의 겸업화를 뒷받침해 수익성보다 건전성을 더 중요시 한다. 은행계 카드사의 연체율은 가계대출 전반의 부실위험의 적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비교적 위험이 높은 카드론에 대해 보수적으로 대처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업계 카드사는 연체율이 증가하더라도 고수익 상품인 카드론을 줄일 수 없을 터, 연체된 카드대출의 경우엔 손해부분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수익에는 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응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을 것이다. 즉, 은행계의 경우 소비자가 카드론을 이용하더라도 신용 등급에 따라 제한을 받게 되지만 전업계는 은행계보다 한도가 높은 만큼 연체율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수적 방안(전화를 통한 대출 억제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전업계 카드사와 은행계 카드사의 카드론에 대해 비교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면 전업계의 카드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은행계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은행계의 카드론 업무는 상대적인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 다른 대출상품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전업계와 은행계의 경영색(色)의 차이는 점차 좁혀질 필요성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이교수는 “연체율에 대한 분석을 실시해 보니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에도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대출 금리를 낮추면 연체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층의 일시 대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신용카드에 의한 일시대출은 금리에 비탄력적이고 금리가 낮을수록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연체율에 영향을 미치는 가계부채, 금리, 신용카드 사용규모를 관련변수로 실증분석결과 금리가 낮아지면 연체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의 대출이 증가하는 반면 은행계의 카드사는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전업계 카드사보다 낮고 대출고객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금리가 낮아지면 연체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의 대출이 증가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출절차가 까다로운 은행계 카드사는 1차적으로 신용등급에 따른 절차(방문, 면담)때문에 대출고객의 신용도가 비교적 양호한 고객이 대부분이여서 연체율이 높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은행계 대출의 경우 금리가 내리면 연체율도 낮아지는 현상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 교수는 가계부채 대비 개인가처분소득 비율과 연체율과의 관계에 대한 분석도 제시했다. 그는 “가계부채가 많을수록 카드채권관련 연체율이 낮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과 함께 “이 같은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부채를 조달해 단기대출 채무를 갚아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게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에서 돈을 빌리게 되면 기한이 길고 이자율이 높아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은 커녕 이자를 값기도 버거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단기 대출 상품인 카드론의 경우 한달 이라는 짧은 기한이 제시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안에 돈을 갚으려는 ‘행동’을 취해 대출을 못 갚아 이른바 ‘신불(신용불량자)’이 되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서민을 위한 대출의 한 수단으로 카드론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한달 간의 채무 이행과 낮은 금리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익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 전업·은행계 카드론 차이, 좁히는게 관건
카드론은 해당 업계에 있어 매력적인 자산이다. 은행은 가계대출이 연체되면 대출자산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위험자산 중의 하나인 카드론도 줄이게 된다. 그러나 동일한 위험수준을 유지하게 될 경우 은행의 카드론 대출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게 이 교수의 논리다. 왜냐하면 단기 대출의 성향을 띄고 있는 카드론은 ‘기간이 짧아’ 그만큼 위험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대부업 대출만큼 큰 금액을 조달할 수는 없지만 ‘정도의 선’에서 돈이 필요할 경우 빨리 갚고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카드론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은행계 카드사에서도 카드론은 고수익 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카드론이 가계대출의 보완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효율적인 전략을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
카드사들은 약 5%대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20~25% 내외의 금리로 카드대출을 제공한다. 이는 20%내외의 고수익 마진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높은 마진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 전업계 카드사의 연체율은 2.3%로 작년 대비 0.3%p 상승한 2.3%를 기록했다. 결국 시대의 흐름에 맞춰 카드대출의 경영도 바뀔 필요성이 있다는 증거다. 전업사와 은행계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심사의 차이도 있겠지만 은행계 카드사가 그만큼 카드론 대신 별도의 대출을 은행에서 지원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의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2010년 222조원을 기록해 은행계 카드사와 실적이 비슷해졌다고 한다.
올해 초 다시 집계해 본 결과 신용카드 대출 잔액은 25.4조원으로 작년 21.7조원에 비해 17.0%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이만큼 신용카드 대출이 증가하고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카드사에서 건전성을 재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점점 카드론 이용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대출부실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게 이유다.
◇ 경제악화 속 카드론 급증할 듯
앞서 언급했듯이 가계의 소득이 낮아질수록 카드론 대출은 늘어날 것이다. 신용 때문에 은행에서 외면당한 서민들이 카드론을 이용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금융제공자의 입장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카드 분야는 앞으로 가계대출의 중요 핵심원이 될 것이다. 더불어 2003년 카드대란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만 한다. 이렇듯, 가계안정화를 위해 카드론이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업사와 은행사가 함께 여신한도의 기준을 정하고 안정화 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카드의 특성상 복수거래자의 카드연체나 돌려막기를 제어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정부의 서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 카드론 잔액 비교 〉
(단위 : 년, 억원)
〈 채권기준 연체율 실증 분석 〉
주) 95% 신뢰수준임. 괄호안은 P값 `
임건미 기자 kmlim@fntimes.com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