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금감원은 서민금융기관의 경우 과도한 대출모집인 의존도와 과다한 모집수수료가 고금리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을 감안해 모집 수수료 지급에 따른 금리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협회 내 대출수요자와 회원 금용사를 중개하는 직거래 센터를 설치했다. 현재는 여신협회와 대부협회를 통해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까지는 저축은행 중앙회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계획을 내놓았었다. 대출을 이용하는 수요자가 직접 금융회사에서 제시한 대출조건(금리, 만기, 금액) 가운데 가장 ‘본인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역 경매방식’을 적용해 중개수수료는 무료로 운영된다는 것인데 왜 실적률은 저조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일부 대부업 관계자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금융당국의 무리한 밀어붙이기 식 제도라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 대부업계, 대출직거래 “탁상이론 아니냐”
대출직거래가 아직은 시행 걸음마 단계긴 하나 금융당국은 기대한 실적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결과로 인해 적잖이 당황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심지어 최근 대부협회가 10월 17일부터 10월31일까지의 10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총 1863명의 대출센터 방문자 가운데 200여명만이 대출을 신청을 했으며 이 중 8명이 평균 36% 금리로 2570만원을 대출받아 대출승인률은 단 4%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A대부업 관계자는 “객관적으로는 가능하나 소비자가 직접 신용에 맞는 대출을 알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막상 대출센터를 찾는 고객은 신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으로는 걸림돌이 많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직거래 대출센터를 이용하는 고객은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인데 신용에 맞지 않는 금액을 대출하고 싶어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또 다른 B대부업 종사자는 “신용이 좋은 사람이라면 대출 걱정 없이 저축은행이나 제1금융권을 이용하지 누가 대출센터를 이용하겠냐”는 입장이다. 돈이 당장 필요해서 대출을 받고자 하는 것인데 수수료율 2~3%p는 그다지 큰 메리트로 작용하지 않는 다는 것.
대부협회 역시 고민이 적지 않다. 이재선 대부협회 사무국장은 “시행 초기 단계일 뿐 아니라 금감원의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하며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기 위해선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데, 현재 예산금액에서 광고를 하게 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각 대부업체에서는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수수료율을 낮춘 상품을 굳이 광고까지 해 가며 홍보하고 싶은 업체는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출직거래를 운영중인 여신협회는 대부업계와는 사정이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개인을 상대로 하는 대부업과 달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차이점이긴 하다. 이태운 여신금융협회 시장부장은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아 수치상으로는 확신할 수 없으나 지금 상태보다는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용 대상자인 소상공인들이 현재 카드수수료, FTA등의 현안에 관심이 얽매여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한 탓”도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내놓았다. 이어 이 부장은 “시행된 지 얼마 안됐으니 아직은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며 “알음알음 찾아오는 고객이 많아지면 직거래 센터의 규모도 커져 자연스레 활성화 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또한 이재수 우리파이낸셜 팀장 역시 “직거래 장터를 이용하는 자영업자 중 기대보다 우수한 신용률을 가진 분들이 많으며 이용자가 쏠쏠히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해 대부업계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 금융당국, “실적개선 노력할 것”
당국 역시 실적률이 좋지 않다는 실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양일남 금감원 서민금융 지원실 팀장은 “대부업계 대출직거래센터의 경우 과대부채와 신용불량자의 신청이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인 실적이 저조한 것이 사실”이라며 “시행 후 6개월에서 1년은 지켜봐야 실질적인 이용률 집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까지는 지켜본 뒤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인데, 당국의 처신이 너무 늦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일고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금감원의 직거래 대출센터는 분명 서민을 위한 대책임에는 틀림 없다. 신용대출의 경우 저신용자는 통상 20%가 넘는 금리를 부담하고 있으며 대부업의 경우 신용대출금리가 연 35~44%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국은 대출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고금리의 주된 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개선하고자 직거래대출을 통해 서민의 금리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온라인을 통한 ‘개인정보 노출사고 예방 시스템’을 개선해 개인정보 사실이 노출되는 즉시 금융회사(담당자)에 문자메시지(SMS)를 자동 발송해 당일중으로 처리하도록 해 연간6~8000건의 명의도용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신용등급에 따른 유형별 대출조건을 비교공시해 이용자가 본인의 신용등급에 따른 선택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정책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부협회는 이번 중간점검을 계기로 향후 직거래 대출 센터를 활성화 시키고자 홍보활동과 대부업체의 대출승인률 제고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역시 대부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용해 내년에는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근래 들어 서민을 위한 대출상품이 많아지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 ‘급조’했다는 오명을 쓰기 전에 뭔가 확실한 개선안이 마련 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건미 기자 kml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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