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은행권 대출금 절반이상 ‘가계대출’
비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등 가계대출의 질이 급격히 악화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에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173조6000억원으로, 총대출금(335조6000억원)의 51.7%를 차지했다. 〈표 참조〉
이러한 비중은 이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에는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신탁 및 우체국예금 등이 속한다. 같은 기간에 산업대출은 162조원으로 총대출금의 48.3%를 차지했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산업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가계대출 비중이 50%를 넘어서며 산업대출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2009년 4분기부터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 1, 2분기에는 각각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1%, 16.3% 증가했다.
특히 연소득 2000만원 이하 가계대출 잔액은 2009년 말 57조원에서 지난 6월 현재 85조원으로 49.1% 늘었다. 같은 기간 중·고소득층은 590조원에서 639조원으로 8.3% 늘었다. 저소득층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다른 계층의 6배에 달한 셈이다.
◇ 저신용자 대상 대출비중도 증가세
저소득층 대출의 비은행권 이동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 계층의 총 대출 중 비은행권 비중은 2009년 말 53%에서 지난 6월 말 56%로 높아졌다. 금융전문가는 중하위 계층 상당수가 은행과 함께 비은행에서도 대출을 받거나 여러 비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 차입자이면서 비은행권에도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 비중은 전체 은행 대출의 33%에 달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받은 이가 원금 갚을 능력이 모자라 현재 이자만 내고 있는 이른바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 이런 대출의 만기가 올해와 내년에 몰려 있어 가계대출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비은행권의 산업대출 증가율은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3,4분기에 산업대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보였었고 올 1, 2분기엔 각각 1.3%, 0.4%를 기록했다. 금융연구원 한 관계자는 “비은행권 대출의 64%를 차지하는 상호금융이 지난 2004년과 2008년 농가에 대출해준 자금이 상환된 데다 가계대출이 꾸준히 늘면서, 총대출금에서 가계대출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 저신용자들 이자부담 급등 우려
문제는 비은행권 가계대출의 확대가 가계의 이자지급 부담을 키우고 다중채무자를 확대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비은행권(저축은행 및 할부금융사 41개 신용대출상품 평균)의 대출금리는 24.4%로 은행(4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기준) 9.8%의 평균 2.5배 높았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비은행권 대출 확대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크게 늘린다”면서 “특히 저소득자의 비은행권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러한 취약대출의 34%는 올 하반기부터 2012년에 만기가 몰려 있다. 이들 대출은 주택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가 상승하는 등의 충격이 발생하면 원리금 상환부담을 견디지 못해 보유 주택을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금융연구원 한 관계자는 “수도권 주택가격이 대형 주택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단기간에 크게 떨어진다면 과다차입 가구의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비은행권 ‘가계대출ㆍ산업대출’ 비중 추이 〉
(단위 : 십억원)
(자료 : 한국은행)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