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反) 금융 여론에 대한 보험업계의 서운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벌어진 반(反)월가 시위 이후 국내에서도 ‘금융사들이 공적 자금 투입해 살려 놓으니, 저희들끼리 탐욕스런 돈 잔치를 벌인다’는 식으로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아 왔는데, 적어도 보험사는 빼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현존하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IMF당시 파산한 보험사들의 부실 계약까지 십시일반 떠안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가 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확인 결과, 이 같은 주장은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IMF 사태 당시인 1997년 11월부터 2011년 6월말까지 금융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38조5092억원인데 이 중 일반 생명·손해보험사에 투입된 금액은 665억원에 불과하다.
또한 IMF 당시 부실했던 고려생명, 태양생명, 한덕생명, BYC생명, 국제생명 등의 보험사 들은 파산했으며, 보유계약은 살아남은 보험사들에 흡수됐다. 때문에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보험사들이 돈잔치를 벌인 다는 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또한 보험사들은 임직원들의 급여가 많은 것에 대해서도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대형사 간부급 직원 정도 돼야 해당될까 시중 보험사에 고액연봉자는 ‘보험왕’ 설계사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임원 역시 마찬가지 언론으로부터 임원들의 급여가 1인당 평균 30억원에 달한다고 비난 받은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등기 임원이 두 명 밖에 없고, 그 중 한명은 우리 회사 최대주주”라며,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욕을 좀 먹더라도, 차라리 돈잔치가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린손해보험 이영두 회장은 ‘금융사 임원 고액연봉’관련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소개하면서 ‘우리 회사 임원들은...’이라는 코멘트로 달아 아쉬움 또는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실제보다 부풀려지면서 까지 보험업계에 날선 비판이 이어지자 보험업계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이 기본적으로 규제가 강한 산업이기도 하지만, 보험사들 역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건전하게 운영해왔다”며,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 부분인데, 비난만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발 반금융여론은 국내에서 카드·은행·증권으로 집중됐던 것이 지난달 14일 공정위는 생명보험사들의 공시이율 담합 사실과 이에 따른 과징금 발표와 맞물려 보험업계로 옮겨갔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