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동의서 내의 ‘개인(신용정보)를 제공받는 자’ 항목에 ‘귀사와 보험모집 계약을 체결한 자’ 또는 ‘당사 설계사·대리점·대출모집인·콜센터’, 일부 회사는 계열사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기타 제휴회사’, ‘기타 홈페이지 참조’ 등으로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고객이 사인할 경우, 해당 보험사 또는 보험사의 계열사의 마케팅에 무한대로 활용될 수 있다.
우선 보험사의 계열사 중에는 보험대리점, 저축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이 일반적으로 포함되며, 일부 회사는 인터넷 업체나 유선방송 사업자까지 포함된다. 또 ‘모집 계약을 체결한 자’에는 일반 설계사, 대리점, 콜센터는 물론 대출모집인 까지 포함되며, 보험사가 제휴를 맺은 TM·대면 GA까지 이 범주에 들어간다.
특히 ‘기타 제휴회사’라고 표기된 경우에는, 고객은 보험사가 어떤 곳과 제휴를 맺었는지 알기조차 힘들다. 따라서 동의서 상에 개인정보 이용기간으로 명기된 3년 동안 해당 고객의 정보는 무한대로 활용될 수 있는 셈이다.
◇ 동의 의무는 없지만...
현재 시중에 영업 중인 모든 보험사는 가입과정에서 ‘보험(금융)상품의 소개 등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에 고객의 사인을 받고 있다. 이는 고객 정보를 해당 보험사 또는 계열사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것. 이 서류에 서명하지 않아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동의서 상단에는 ‘동의하지 않아도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구도 있다.
하지만 청약 당시 고객은 지루한 설명과 함께 10여장이나 되는 서류에 서명과 ‘따라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사가 굳이 설명하지 않는 이상 무심코 서명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설계사조차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한 대형 생보사 설계사에게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자 이 설계사는 “그냥 당연히 사인해야 하는 서류 중에 하나라고만 생각했지, 내가 모집한 고객정보로 보험사가 영업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 보험사에 최고 20만원 추가 이익 발생
고객 정보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돈이다. 영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가격은 해가 거듭될수록 비싸지고 있다. 그렇다면 고객 개인정보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한 보험 텔레마케팅영업 전문가는 “고객 DB는 적개는 1개당 100원부터 시작하고, 가입 의지가 강한 고밀도의 DB는 최고 5만원에 이른다”며, “보험상품 가입자의 경우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2000원~2만원 정도의 가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고액 자산가의 경우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해당 보험사가 10곳의 업체와 개인정보 제공 제휴를 맺고 있다면 DB 1건당 가격의 10배, 즉 20만원에 해당하는 부당 이득을 취하는 셈이다.
◇ 영업일선에서도 불만
일반적으로 현장에서의 보험영업은 설계사 개인의 지인으로부터 시작해 소개받은 ‘2차 지인’으로 이어지며, 이렇게 얻어진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추가로 가입시키면서 발전한다. 때문에 설계사 입장에서도 자신이 모집한 고객의 정보가 보험사 마케팅에 활용된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어렵게 만든 자신의 고객에게 본사 TM이나 제휴 대리점에서 전화를 걸어 영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GA의 고충은 더욱 크다. GA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전속 채널 DB까지 TM영업을 걸기에는 영업현장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GA에서 모집한 계약은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개인정보 조회는 몰라도 마케팅 제공 부분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청약 당시 고객에게 서명을 받는 보험사들의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