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에 글로벌 경기둔화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정책에 맞물려 카드대출 영업을 축소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데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객 연체율마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등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 외화내빈’ 위기를 맞는 기업계 카드
신용카드 업계가 2003년 카드 대란에 이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카드 대란이 무분별한 대출 확대 경쟁으로 벌어진 부실화 때문이었다면 이번 위기는 전체 순이익의 41.6% 수준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력으로 인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것은 가맹점 확대로 인한 것일 뿐 실제 수익은 거의 없다”면서 “수수료 인하 요구는 경제 논리가 배제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고객이 1만원을 카드로 썼을 경우 카드사가 얻는 수수료는 150~250원 수준이다. 여기에 결제망 운영업체인 밴(VAN)사에 지급하는 처리비용이 건당 100~170원 수준이며, 내부 처리비용과 리스크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카드사 주장이다. 카드사들은 밴사 수수료를 낮춰보려 했지만 2~3개 업체가 과점체제를 이루고 있어 수수료 인하 협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직불형카드 사용 확대에 나서는 것도 카드사엔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카드사들이 손해를 보면서 영업하고 있는 직불형카드(체크·직불카드) 활성화 대책을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어서 카드사들은 근본적인 수익구조 개편 요구에 맞닥뜨리게 됐다. 카드업계로선 그 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신용카드 비중 축소에 따라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특히 신한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에 비해 체크카드 경쟁력이 낮은 삼성· 현대 ·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가 느끼는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자체 은행계좌를 활용할 수 있는 은행계 카드사와 달리 삼성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는 건당 0.5%의 계좌 이용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은행계 카드사의 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이 1.5% 이하인 데 반해 기업계 카드사는 1.7%로 0.2%포인트가량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시중은행이 기업계 카드사와의 업무제휴를 꺼리는 것도 형평성 문제를 키운다. 대표적인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경우 시판된 체크카드 중 은행과 제휴를 맺은 곳은 우리은행ㆍSC제일은행 두 곳이 유일하다. 때문에 두 카드사는 우체국ㆍ증권사 등과 같은 제1금융권 이외의 곳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기업계 카드사는 본격적으로 체크카드 사용을 활성화하기 이전에 은행계와 기업계 카드사 간의 형평성을 맞출 수 있는 조치가 선행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든 은행이 계열사 또는 사업부 형태로 카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급결제 계좌가 반드시 필요한 체크카드는 기업계 카드사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체크카드 사용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카드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길을 먼저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금융당국의 직불카드 활성화는 가계를 빚더미에 올려 앉히는 신용카드 정책을 바꾸겠다는 말이다.
‘경제 폭탄’으로 받아들여지는 가계빚을 안정시키고, 신용카드 수수료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금융 수장의 말이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직불형 카드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용실적은 신용카드에 비해 아직 턱없이 적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412조원이었지만 체크카드는 51조5000억원에 머물렀다. 현재 직불형 카드는 서명식의 체크카드와 핀(PIN) 번호 입력방식의 은행 직불카드가 있지만 후자는 거의 사장된 상태다. 〈표 참조〉
◇ 카드대출 축소에 따른 수익성 지표 하향 불가피
하지만 만약 금융당국 정책대로 직불카드가 널리 쓰이게 되면 신용카드 장사가 위축될 것은 뻔하고 상대적으로 직불형 카드의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계 카드사의 상당한 타격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들 기업계 카드사들은 가계대출 부실 우려에 따른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억제 정책 등으로 최근 경영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등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의 경우 3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신용판매 취급고는 직전 분기인 2분기 보다 불과 3.9% 증가하는데 그쳤고, 순이익 역시 전분기 보다 무려 41.%나 감소했다. 물론 글로벌 금융리스크 확산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돼 약 300억원을 추가 적립해 순이익 줄었다고 하지만 감소폭이 예상보다 컸다는 점에 우려를 자아냈다. 순이익 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의 대표적인 자산건전성 지표인 30일 이상 고객 연체율 역시 0.2% 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그 동안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던 고객연체율이 다시 소폭 상승한 것은 경기 악화와 가계대출 부실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카드대출 억제 정책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레버이지 규제 등으로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영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기존 이용고객들의 연체율이 올라갔다.
실제로 삼성카드의 3분기 신규 카드대출(금융자산) 실적은 3조 1409억원으로 전년도 동기대비 8.7% 줄었고, 특히 카드론 대출은 17.5%나 크게 감소했다.
이로 인해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등 금융자산 연체율은 전분기 보다 무려 1.5%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업계 카드사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가 3분기에 고객 연체율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카드정책 규제와 경기 둔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들의 고객 연체율 문제가 향후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신용·직불·체크카드 비교 〉
(자료 :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