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6개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애초 마련했던 15조원보다 당장 2조원 가량 더 늘어날 가능성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 고객의 예금 보호를 위한 자금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예금보험기금 내 설치된 구조조정 특별계정의 운영기한을 최장 5년까지 연장할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5조원을 넘는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구조조정 특별계정은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려고 지난 3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 업권별 계정에 매년 들어오는 예금보험료의 45%(저축은행 계정은 100%)를 빌려오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이렇게 해서 내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조원씩 약 15조원을 마련하고 이 돈을 미리 당겨서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으로 집행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당초 목표였다.
그러나 상반기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부실이 심각했던 데다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 자산 3조원 이상의 대형사 2곳을 비롯한 7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자 예상보다 재원고갈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상반기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을 매각하는 데 6조3000억원이 투입됐고, 조만간 부산저축은행을 정리하는 데 2조원 넘게 더 들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특별계정에는 6조∼7조원만 남게 되는 셈이다.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려면 일반적으로 예수금의 70∼80%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총 예수금이 11조4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8조원 넘는 돈이 투입돼야 해 현재 재원으로는 2조원 가량 부족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 영업정지된 경은저축은행을 포함한 8개 저축은행이 모두 정상화에 실패해 매각될 경우 순자산 부족분을 메우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데 돈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는 특별계정 연장으로 구조조정 재원을 더 확보하겠다는 방침이 자칫 추가 영업정지를 염두에 둔 것처럼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를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실탄`을 넉넉히 확보하는 차원이라는 것이 요지다.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는 데 쓰일 정확한 자금 규모는 예금보험공사가 실사를 마쳐야 윤곽이 나온다.
예보는 D회계법인에 의뢰해 이날부터 3주간 6개 저축은행에 대한 자산, 부채 실사에 착수했다. 다른 저축은행과 달리 유동성 부족으로 영업정지된 제일2저축은행 실사는 조금 늦춰졌다. 예보 관계자는 “매각을 위한 자산ㆍ부채 심사에는 영업정지 결정을 내릴 때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며 “판단하기 애매한 자산은 대부분 부실로 측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안에서는 특별계정 운영 시한을 2031년까지 5년 연장하면, 추가 재원 6조~7조원을 더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저축은행 상시 구조조정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더구나 국회가 특별계정 설치 조건으로 내건 정부재정(공적자금) 투입 규모도 당초 약속했던 5000억원 출연 방식이 아닌 1000억원 무이자 융자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특별계정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한편에서는 특별계정 운영 연장이 관철되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금자보호법 부칙에서 특별계정 운영 시한을 2026년 12월 31일로 못박았기 때문에 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추가로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