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정부 권유에 따라 양지로 나왔던 중소형 대부업체들이 10년 만에 다시 음지로 들어갈지 아니면 아예 문을 닫을지 여부를 고민해야 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 대부업 시장 기반이 흔들린다 “왜”
요즘 대부업 시장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당장 대부업 이자 상한선을 둘러싼 국회와 대부업계간 공방이 뜨겁다. 정부와 국회는 현행 39%의 상한금리를 좀 더 떨어뜨릴 태세다. 서민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엔 금리수준이 꽤 높아서다. 하지만 대부업계는 시장 상황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란 입장이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토종 플레이어들은 대출 금리가 더 떨어지면 법을 지키고 싶어도 못 지킬 뿐만 아니라 시장 자체가 불법·음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대부업체들은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과 지난해 시행된 법시행령에 따라 현재 최고 연 39%의 대출이자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27일부터 최고 금리가 연 39%로 제한되면서 등록 대부업체 수가 703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1만396개에 달했던 대부업체 수는 7월22일 현재 9693개로 6.8% 줄었다. 대부업체가 합법화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1만개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재선 대부협회 사무국장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말까지 800개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상한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또 불거질 경우 등록 대부업체 수는 7000개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줄어든 등록 대부업체들이 불법 사채업자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소재 A대부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2002년 대부업을 합법화할 당시의 대출 금리 상한선은 연 66%였다”고 설명한 뒤 “이를 지난해 연 44%로 낮췄고, 지난 6월에 다시 연 39%로 낮추면서 중소형 대부업자들이 고리 사채의 음지로 다시 숨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국회는 대부업 상한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 만약 국회가 추진하는 대로 법이 바뀌면 대부업체는 앞으로 9%p(최고금리 기준)나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
하지만 조달 금리와 판관비, 대손비용 등을 감안할 때 30% 이자율을 받고 영업을 계속할 대부업체는 상위 5개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업체 한 관계자는 “시장원리에 따라 장기적으로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 하지만 대부업 시장에 사전에 준비할만한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이 서민을 위해 좋은 취지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 ‘대부업 시행 10년’ 중소형사들 다시 음지로
만약 이자율 상한선을 30%로 낮추면 살길이 막힌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다시 음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정부 권유에 따라 양지로 나왔던 대부업자들을 10년 만에 다시 음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A대부업체 사장은 “대부업체의 주요 고객층은 은행과 2금융권이 외면하고 있는 `신용위험이 높은 고객층인 만큼 돈을 떼이는 비율(부실률)을 감안해 이자를 받아야 하는데, 30%로 내려가면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은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차입난이 장기화되면서 대출자산이 감소하고 있고, 이로 인해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서울소재 B대부업체 CEO는 “대부업 시장은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다른 업권에 비해 대출고객 회전이 빠른 편”이라고 지적한 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차입난이 길어지면서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영업을 못한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규 대출 중단으로 대출자산이 줄어들면서 연체율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대부업체의 경우 연체율이 1년 사이에 30%~40% 정도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부업체들은 채권추심 업무를 강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관할 구청이나 금융당국에 접수되는 민원건수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대부업 시장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게 되면서 대부업체에 대한 구조적인 평판리스크도 키웠다.
◇ ‘관리·감독별 금리체계 이원화’ 제기
설사가상으로 금융당국은 대부중개수수료 인하를 강제로 규제하는 법안까지 입법 예고하면서 대부업 시장 기반을 더욱 흔들고 있다. 광고 규제 등으로 대부중개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부중개수수료까지 강제적으로 제한하게 될 경우 대부업 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대부업체의 평균 대부중개수수료는 8.2%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5%로 규제할 경우 거래단위 규모가 저축은행에 비해 적은 대부업체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대부업 협회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규제 일변도 정책은 타 업권이나 업종에 비해 너무 심하다”며 “이로인한 대부업 시장의 충격이 커 업권 유지가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지금처럼 규제일변도 정책을 지속할 경우 상위 대부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은 다시 음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 대부업체 한 관계자는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여서 손만 뻗으면 쉽게 장사를 할 수 있는 마당에 굳이 양지를 고집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선뜻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불법 사채업자는 모두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표 참조〉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한 달간 사채업자를 벌써 700여명 잡아들였고 연말까지 8000명을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 사채시장이 불어나지만 금융당국은 “우리가 손 쓸 일은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불법 사채업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게 없다”면서 “대부업자들이 사채업으로 돌아선다는 통계도 없고, 사실상 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에 관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억누르고 있지만 이로 인해 돈 구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문제에 대해서는 딱히 대책도 없는 상태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12월 현재 7~10등급의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권 대출 총액은 2009년 말보다 11조7000억원 감소했다. 저신용자들이 합법적인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시장 일각에서는 한시적으로 일본처럼 일정금액 미만이나 또는 관리·감독기구 여하에 따라 법정이자율을 차별화 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예컨대 상위 대부업체들은 상한금리를 30%로 제한해서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양성화시키고 반면 지자체가 관리 감독하는 중소형 대부업체는 지금의 금리체계를 당분간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또한 일본처럼 대출 금액별로 법정 금리를 차등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일본은 대출금액이 10만엔 이하의 경우 20%까지 받고 있으며, 10만엔~ 100만엔까지는 18%까지, 100만엔 이상의 대출금액은 15%까지 받고 있다. 일부 중소형 대부업체들의 대부업 법정금리 이원화 주장에 대해 금융당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중소형 대부업체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대형 대부업체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되고 과거 선례도 없다”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