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들이 기업으로 부터 거액의 보험 물건을 유치하는 대신, 업체 또는 업체 관계자 개인에게 금품을 제공해왔다는 것인데, 올 상반기 진행된 손해보험사 검사에서도 드러났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동안, 흥국화재를 비롯해 LIG손해보험과 그린손해보험, 지난 주 검사가 마무리 된 한화손해보험 등 4개 일반 손해보험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함께 리베이트를 제공한 흔적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사를 받은 보험사 네 곳 중 세 곳에서 거래 기업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회사별로 최고 100억 원대를 넘는 규모라는 것이다.
◇ ‘유령 대리점’통해 자금조성
그렇다면 보험사들은 이런 막대한 리베이트 자금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보험사 법인영업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과거에는 서류상의 대리점을 개설해 놓고, 법인 영업부에서 따낸 계약을 서류상의 대리점 명의로 계약한 다음에, 그 대리점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 대리점의 계좌로 수수료를 입금시키고, 이 돈을 찾아 다시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험사 직원이 횡령하는 등의 이른바 ‘배달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금감원,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올해 손보사 검사 과정에서도 상당부문 발견된 것은 맞지만 100억 원대를 넘는 지 여부 등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받는 쌍벌죄이기 때문에, 보험업계는 물론 국내 경제계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도 이런 부문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손해보험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이 결국 보험사들의 언더라이팅 기술 향상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베이트로 제공된 금액은 요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위험율 계산이 불가능하고 또 이런 왜곡된 숫자가 누적된 데이터는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 시도상선 조사에도 이목 집중
보험사의 기업보험 리베이트 관행은 최근 검찰이 시도상선 권혁 회장의 탈세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시도상선이 손해보험사에 보험을 가입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 중인데, 조사 결과에 따라 하반기에 금융감독원이 리베이트 관행 뿌리 뽑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 관계자는“시도상선이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검찰 쪽에 문의해 봤지만, 검찰도 아직 특별히 인정할 만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향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관련 검사를 진행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계획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