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곳에 위치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 주변 지역에는 많은 사회지도층 인사와 부유층이 거주하고 있어, 어느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촌으로까지 그 위상이 격상된 지 오래이다. 도곡동에 거주하는 고액자산가들의 특징은 2000년대 이후 부자 대열에 들어선 신흥 부자들이 많다는 것. 성북동이나 압구정동 등에 거주하는 전통 부자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인 만큼 투자성향도 적극적(공격적)인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투자성향에는 그만큼 위험도 따른 법.
“도곡동을 비롯해 인근 대치·역삼동 지역의 자산가들은 적극적인 운용을 선호하고 유동성을 중시해 자금이 묶이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생각보다 보유 현금자산의 규모가 커 주식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관심이 높은 편입니다.”
지난 2월, 도곡센터에 부임한 정승화 팀장이 내린 도곡동 거주 고액자산가에 대한 진단이다. 정 팀장은 이런 지역 자산가들의 성향에 주목하고 그를 찾는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되 안정성도 함께 도모하는 조화로운 자산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 팀장이 고객에게 강조하는 투자기준은 크게 두 가지. 우선 투자를 시작할 때에는 항상 투자금액의 20~30% 가량을 현금 예비자산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악재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두 번째는 자산을 분산(배분)하는 것 못지않게 금융회사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특정 금융권역(은행)에서만 투자나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것이 아니라 여타 금융권역(증권, 보험사)에서도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으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그 장벽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각 금융권역별로 고유의 업무 특성이 있는 만큼 고객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습니다. 물론 최종 투자결정은 투자자 본인이 한 것이지만, 고객의 자산운용 쏠림현상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금융회사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신이 특정 은행, 특정 권역에 속해있는 입장이라 금융회사를 분산하라는 말은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인 듯싶었지만, 정 팀장은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재무설계사로서 이는 고객 신뢰에 대한 부분이므로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신한은행이 4호 PB점포로 지난 2004년에 문을 연 서초PB센터 오픈멤버로서 8년여 간 이 지역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온 베테랑 PB이다.
신한은행이 PB사업을 하기 훨씬 이전인 1998년부터 일선 지점 VIP코너에서 책임상담역으로서 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한 것을 감안하면 그 경력만 해도 10년이 넘는 셈이다.
흔히 PB나 FP들을 일컫어 ‘금융집사’라는 말로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 팀장은 단순히 고객자산을 지키고 관리한다는 의미의 집사란 표현보다는 고객과 함께 하는 동반자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두면서 고객과 같이 성장해가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미에서다.
이것이 바로 정 팀장이 생각하는 21세기 PB의 역할이기도 하다.
“제가 나이를 먹어 신한은행 PB직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재무설계사로서 한 번 인연을 맺은 고객과 평생을 같이하는 동반자가 되고 싶은 게 저의 개인적인 포부입니다.”
주성식 기자 juhod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