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 10일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보험경영인 조찬회’에서 양희산 한국보험학회장이 지적한 부분이다. 양 학회장은 “보험업계는 현재 글로벌 회사가 될만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대형재해 등의 위험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는 언더라이팅 등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손보사에서는 해상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에 전문인력이 집중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장기보험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문인력이 빠져나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장기보험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수입보험료의 절반을 넘어섰다. 2011년 3월말 현재 손해보험업계 전체 수입보험료는 51조4417억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19.4% 증가했지만, 장기보험이 전체의 54.6%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개인연금과 퇴직보험을 포함한 퇴직연금 포함시에는 65%까지 늘어나 장기보험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1년 3월말 장기보험 수입보험료는 28조758억원으로 이중 삼성, 현대, 동부, LIG 등 상위 4개사의 수입보험료는 17조8896억원으로 전체 장기보험 수입보험료의 70.1%를 차지하고 있다.
양 학회장은 “과거에는 손보사들이 일반보험에도 강점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장기보험을 강화하기 위해 언더라이터 등의 전문인력을 영업지점장 등으로 보내면서 전문인력 양성을 등한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인식이 확산되어 있는 사항으로 보험업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보험사들이 최근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보험CEO들이 인력양성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인력양성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지만 보험산업의 기반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보험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형재해 등에 담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부족하고, 현재 해외물건 인수를 위해서는 해외재보험자들에게 의존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국내 인력이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원치 않아도 보험료가 해외로 나가게 되는데다가 이는 ‘무역역조현상’처럼 ‘보험역조현상’으로 국부가 유출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달 한 손보사가 기업설명회(IR) 중 손해사정사 통합 과정에서 고급인력들이 이탈해 손해율이 다른 손보사에 비해 3% 더 올라갔다고 설명하기도 해, 보험업계 역시 전문인력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당시 조찬회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 역시 “금융업은 설비투자가 크게 필요치는 않지만 인재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인재양성은 업계에서도 노력하겠지만, 금융전문대학원을 만드는 등 국내에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라고 답변해 향후 보험업계 인력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금감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0년 9월말 전 손보사의 손해사정사 인원은 2591명이고, 손해사정사 자격자와 보조인을 합한 손해사정업무 담당자는 4930명 정도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해, 동부화재, 에르고다음다이렉트자동차,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의 경우 3종 대물 업무를 자회사 또는 외부 손해사정법인에 위탁하고 있다.
이미연 기자 enero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