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생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실적(초회보험료 기준)은 5조173억원으로 전년(2조 8866억원)대비 73.8% 증가했다.
이는 작년 전체 실적의 66.5%에 달하는 것으로, 설계사들의 보험판매 실적(1조8227억원)의 2.8배에 달했다. 대형 생보사들도 방카슈랑스 채널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작년 삼성생명의 방카슈랑스 실적이 4093억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대한생명 2341억원, 교보생명 2333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23%, 167%, 67% 증가했다. 대한생명은 2009년 방카슈랑스 실적이 설계사 실적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가 작년에는 설계사 실적(2288억원)을 추월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 채널 매출의 대부분이 일시납 저축성보험이기 때문에 그다지 영양가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또한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면 설계사 채널은 무너지고 장기적으로 은행의 우월적 지위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어왔다.
여기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방카슈랑스 규제완화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특히 금융감독당국이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대한 은행계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연금, 교육보험 등 저축성 보험 등을 대상으로 지난 2003년 8월 시행된 이후 2005년 4월 2단계 확대를 통해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등 순수보장성보험을, 또 2006년 10월 3단계 확대를 통해 만기환급형보험판매가 허용됐다.
2003년 방카슈랑스 제도를 도입한 이후, 8년만에 생보사의 매출 중 방카슈랑스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종신보험과 CI보험, 자동차보험에 대한 판매를 내용으로 2008년 4월로 예정됐던 방카슈랑스 4단계 확대가 보험업계의 맹렬한 반대로 무기한 연기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도 보험사의 은행 종속화는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때문에 방카슈랑스 4단계가 실제로 재추진될지, 아니면 일부만 추진될지 여부에 보험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방카 규제 완화로 보험이 은행권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업계는 은행의 보험상품을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입법추진과 전속 모집조직의 활성화, 비전속 판매조직 관리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