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2일 상장한 삼성생명의 공모가는 11만원으로 책정됐다. 희망 공모가 밴드인 9만~11만5000원의 상단이었지만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에 육박하는 청약 증거금이 들어왔고 최종 경쟁률은 40.6대 1에 달했다.
또 상장 첫날 시가총액 22조8000억원으로 신한지주(당시 20조5566억원)를 제치고 현대차에 이어 단숨에 시총 4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상장 후 현재까지 삼성생명이 공모가를 웃돈 것은 단 23거래일뿐으로, 시총 순위 12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상장 후 1년이 지난 11일 주가는 주당 9만8200원으로 공모가(주당 11만원)를 10.73%나 밑돌고 있다.
지난 1년간 코스피 지수가 30%가까이 오른 것을 고려하면, 삼성생명 주가는 상대적으로 40%나 빠진 셈이다. 실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2010년 회계연도(2010.4~2011.3) 순익도 1조9335억원에 달해 전년(9060억원)보다 113.4% 늘어, 오히려 호실적을 기록했다.
서울보증보험 ABS 상환에 따른 대손충당금 환입(4400억원)과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대응하기 위한 유가증권 매각(470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고도 1조원을 넘어선 수치다. 주당 배당금도 지난해 1125원에서 올해 2000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삼성생명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보호예수가 꼽히고 있다. 상장 당시 1년간 주식을 보유하기로 했던 보호예수 물량에 대한 부담 때문에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생명보험업 자체가 가지는 안정적이지만 완만한 성장세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 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의 향후 주가 추이에 대해서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7.5%), 삼성증권(11.38%), 삼성화재(10.36%), 삼성물산(5%), 삼성중공업(3.5%), 호텔신라(7.3%), 에스원(5.3%) 등 계열사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데, 계열사 보유지분의 가치가 삼성생명의 시가총액(19조6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보호예수 물량 부담이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해소되느냐의 여부라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삼성생명 주식의 향후 추이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업계 리딩컴퍼니의 향후 주가 추이에 생보업계, 특히 상장 생보사와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생보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