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법과대학 한창희 교수는 한국보험학회 보험법위원회를 통해 최근 발표한 ‘해상적하보험상의 피보험이익’논문에서, “영국의 보험법 중 해상적하보험 관련 내용은 우리나라 상법의 법원(法源)으로의 지위가 인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법개정 위원회는 지난 2008년 1월 영국보험법 개혁의 하나로 피보험이익에 관한 보고서를 출간했는데, 이에 따르면 피보험이익은 보험을 정의하고 도박을 금지하기 위한 기능을 했지만 현재는 이를 위한 피보험이익의 개념은 더 이상 효용이 없고 손해보상원칙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피보험이익이란 손해보험에서 피보험자가 보험가입대상에 대해 갖는 경제적 이익을 말하는 데, 보험계약으로 부당한 이득을 얻거나 도박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즉 A빌딩에 대한 화재보험을 가입할 때 A빌딩의 소유주가 아닌 사람이 보험에 가입해 요행을 바라거나, 더 나아가 보험금을 목적으로 방화를 하는 등의 모럴리스크를 방지하는 취지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파생상품 등 금융공학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피보험이익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 피보험이익의 존폐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보험이익의 허점이 들어나는 사건으로 매코라 대 노던 어슈어런스사건(Macaura v. Nothern Assurance Co.)이 꼽힌다.
이 사건은 삼림의 소유자가 심어 있는 나무를 자기가 단독주주로 있는 회사에 양도하고, 이를 화재보험에 가입했다. 나무가 화재로 소실돼 피보험자는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지만 거부됐는데, 그 이유는 회사의 단독주주나 담보권자가 아닌 채권자는 회사의 재산에 법률적 관계가 없기 때문에 피보험이익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었다.
분명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데도 단지 보험가입 대상과 피보험자 간의 법적인 경제적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비 현실적인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 밖에도 부모가 유학간 아들의 물건을 동산종합보험에 가입시키는 경우와, 기업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경우 해당 지자체에 기부를 하기로 약정을 맺은 경우와 같이 피보험이익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는 것.
한창희 교수는 “우리나라의 판례 역시 주주의 회사에 대한 피보험이익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 매코라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례도 존재하는 만큼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번 영국 보험법의 이같은 변화는 생명보험에서도 피보험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국내의 논의와 상반되는 것으로, 향후 보험학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