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공동계정 기금, 생보업계 충분히 쌓아
국제적 교류·소통하는 생보산업 되어야
“올해 생명보험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소비자보호와 신규시장을 창출해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생명보험업계의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최근까지 생명보험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농협법 통과였지만 지난 11일 농협보험에 대한 특례사항이 일부 인정된 채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생명보험업계는 이제 남아있는 다른 과제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최근 이 회장은 저축은행 문제와 관련된 예금보험기금 내 통합계정에 대해, 초반에는 “생보업계가 지금까지 예금보험기금 계정 내에 3조원 가량을 쌓았다”며 생명보험업계의 반대 입장을 전했지만, 최근에는 기존 적립금은 손대지 않고 향후 적립되는 금액을 가지고 공동계정을 논의하는 ‘조건부 수용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보험업권의 가장 큰 고민은 ‘먹거리의 부재’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은 49.6%로 전체 시장의 절반으로 나타나,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였던 보험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업권은 2007년에 50.0%였던 점유율이 2008년 40.3%, 2009년 39.6%, 2010년 34.2%로 점차 낮아지고 있고, 생명보험권의 점유율은 2007년 42.8%에서 2010년 26.1%로 4년 만에 그야말로 반토막이 난 상태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지난 2월 18일 협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창립 61주년 기념식’에서 생보업계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경제사회의 큰 흐름인 ‘글로벌’과 ‘스마트’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협회와 생명보험산업이 국제적인 교류와 소통, 정보수집 등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모바일 기반의 보험정보 서비스 제공 등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플레이션 우려, 증시의 불안정성 등 올해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과거의 선배들이 이루어 놓은 그늘 덕을 보듯이 우리도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전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계속 논의되어야 할 농협 특혜
또한 농협보험이 농협법 개정안 통과로 완전히 끝난 사안이 아님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에 통과된 농협보험의 특례사항은 △공제상품에 대한 보험종목 허가(단 자동차보험의 경우 농기계종합공제상품만 허가) △방카슈랑스 25%룰, 2인 규제, 아웃바운드 영업금지, 취급상품 제한 △기존공제계약은 보험계약으로 간주(신규상품 제외) △퇴직연금 향후 5년간 취급 제한 △공제상담사 인정범위 등이다.
보험업계는 농협법 개정안을 통해 규정된 이들 사안에 대해 재논의를 거쳐 다시 보험업법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법 통과로 농협보험이 보험업법 규제가 아닌 농협법 규제아래 보험업계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이 회장은 “2003년 교원나라자동차보험(현 더케이손해보험)이 보험업에 진출시에는 농협과 같은 시도는 없었고 현재 교육과학위원회 산하의 교육법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며 “정치권에서도 농협이 보험업법의 규제를 받는 것이 맞다고 동의하는 정치인들이 많았지만 결국 농협법이 통과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보험업법 개정시 시행령 개정 부분 등에서 관련 의제가 나올 것으로 보이므로 꾸준히 재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보험소비자보호, 올해도 ‘강화’
이 회장은 보험산업의 초기에는 보험 판매가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보험산업이 충분히 성숙기에 접어든 최근에는 소비자에게 보험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설명하고 판매하는 지와 보험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보험관련 민원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올해 협회가 중점으로 두는 부분은 ‘보험 소비자보호’이다. 작년에 이어 계속 강조되고 있는 소비자보호 부분은 오는 4월부터 금감원으로부터 업무위탁을 받아 시작하는 대리점검사를 통해 강화된다.
또한 회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데이터집적자문업무를 통해 회원사들에게 자료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최근 감독당국에서도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 유관기관들이 워크숍을 개최하거나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 업계 뿐만 아니라 범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쏟고 있는 상태다. 이 회장은 “보험사기는 손해보험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보험업계에 큰 문제로, 특히 생명보험에서는 건수가 많지는 않지만 금액이 큰 편이라 선량한 보험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보험사기 근절에 지금보다 더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생보업계 신규시장 모색 시급해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은 현재 보험업계에 먹거리가 충분치 않다고 본다. 특히 생명보험업계는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속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신규시장 창출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시장을 보다 활성화하고 노인성질병, 장기간병 등에 대한 다양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으므로 리스크를 보다 선제적, 예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리스크평가시스템을 구축하여 자산운용, 상품개발 등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2009년 12월 이 회장이 취임한 후 생명보험업계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 특히 2009년 2월에는 보험모집조직 시험 및 자격정보 모바일 제공 서비스를 개시했고, 같은해 7월에는 실손의료보험이 생명보험업계에도 개방되면서 자기부담금제도가 도입되고 상품이 표준화 되었다.
또한 10월에는 동양생명이 생명보험사 최초로 코스피시장에 상장했고, 동양생명의 뒤를 이어 2010년 3월에 대한생명, 5월에 삼성생명이 상장해 생명보험업계가 한단계 더 성장하게 되었다.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지난 2009년 예금보험요율이 당시 0.3%에서 0.15%로 0.15%포인트 낮춰진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로 꼽았다.
이 외에도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국제보험회의(IIS, International Insurance Society)의 대사(Ambassador)로 위촉되었다. 이 자리는 우리나라 보험업권을 대표해 IIS측과 긴밀한 상호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해당 국가와 국제 보험사회와의 교량역할을 하는 동시에, 국제 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역할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 생명보험업계는 기존 시장을 지킴과 동시에 생명보험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이 회장은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는 생명보험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면서 “기존에는 퇴직보험이 그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이제는 퇴직연금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생명보험업계의 노하우와 강점을 살려 커져가는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협회가 생명보험업계를 잘 보필하고 관련 사항으로 더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꾸준히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학 력 〉
- 1967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 1971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 1983년 미국 Harvard대 Kennedy School 행정학 석사
- 1984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 경 력 〉
- 1975년 18회 행정고시 합격
- 1978년∼1987년 재무부 사무관
- 1987년∼1989년 청와대 경제비서실 과장
- 1989년∼1994년 재무부 장관비서관, 증권업무과장, 회계제도과장
- 1995년∼1996년 재경원 인력기술과장
- 1996년∼1998년 총리실 심사평가담당 부이사관
- 1998년∼2002년 금감위 기획행정실장, 감독정책2국장
- 2003년∼2004년 금감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 2004년∼2005년 금감위 상임위원
- 2005년∼2008년 금융감독원 부원장
- 2008년 12월 ∼ 생명보험협회 회장
이미연 기자 enero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