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본드(대재해채권, Catastrophe Bond)란 보험사가 인수한 위험을 채권형태로 투자자들에게 되팔고, 투자자들은 보험사고의 발생여부와 정도에 따라 일정한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27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대재해채권 도입의 타당성에 대해 이미 상당부분 연구가 마쳐진 상황이고,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로 비중있게 잡혀있어 연중에 추진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재보험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캣본드를 활용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많이 발생함에 따라 위험전가기법의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캣본드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리스크를 보험시장이 아닌 자본시장에 전가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은 재보험에 의지하지 않아도 담보력을 뛰어 넘는 규모의 리스크를 인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투자자들 역시 보험사고가 발생해 리스크가 현실화 되지 않는 한 상당히 매력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전가할 수 있게 되면서 위험전가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며, “투자자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수 있고 보험사는 담보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재보험 수지 적자를 일정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원수손해보험사들의 담보력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상당부분 재보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해외출재비중이 자연스레 높아진다. 특별한 대형 사고가 없는 한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재보험시장에서 출재비중이 높을 경우 고스란히 재보험 수지 적자로 이어지는데, 적자규모가 한 해 3000억원~4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재해채권을 이용하면 국내 다른 투자자들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만큼 재보험수지 적자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실 캣본드 도입 논의는 보험업계나 학계에서 수년전부터 계속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이티, 칠레 대지진, 허리케인 카트리나,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건, 호주 퀸즐랜드 홍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에 이어,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으로 재보험시장이 크게 위축, 향후 재보험요율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캣본드 도입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은, “캣본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캣본드 역시 재보험 가입 시와 마찬가지로 보험사가 인수한 위험이 감소하는 것인 만큼 이를 보험사 지급여력 산출시 반영하는 것을 검토해야 하며, 대재해발행과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될 회사에 재보험사 설립과 같은 진입·감독기준을 적용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대재해채권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 개념과 상충하는지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캣본드는 지난 1994년 하노버리(Hannover Re)재보험사가 8500만 달러 규모를 발행한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