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대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도 대외 무역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 지진 피해는 글로벌 경제 및 교역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대지진으로 경제와 시장에 대한 불안감 고조’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일본 대지진의 경제적 여파를 살펴봤다.
◇ 피해는 대부분 부품생산에 치중돼 있는 곳
이번에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은 9.0의 강진으로 일본의 지진 발생 사례에 있어 사상 최대이며, 1995년 6400명의 인명을 앗아간 한신고베 대지진(진도 7.3)에 비해 강도가 크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어 과거에도 지진이 매우 잦았던 나라이다. 2000년 이후에만 진도 7.0 이상의 강진이 무려 8차례나 발생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40분 경에 일본 센다이 동쪽 130km, 후쿠시마 동북쪽 178km 지점 지하 24.4km에서 진도 8.9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인근 지역에서 진도 5~6의 여진과 대형 해일인 쓰나미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등 일본 동북부 지역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동북부 지역의 철도와 도로, 수도, 전기, 통신 등 기초 생활 인프라가 마비된 상황에서 인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번 지진의 직간접적인 피해는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의 잇따른 폭발사고로 피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곳은 일본 중심시인 동경에서 북동쪽으로 불과 250km 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일본 기업들의 주요 피해 상황은 일본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석유화학 공장이 시설 피해와 정전, 조업 중단 등으로 가동이 일시 정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 지역이 산악지역과 평야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지역에 위치한 공장은 대부분 부품 생산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당장 일본의 주력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여진이나 쓰나미 등이 추가로 발생하거나 남서부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동경과 요코하마에 위치한 자동차, 반도체, 철강, 화학산업 등 주력 산업단지도 안전하지 못하며, 이는 일본의 산업생산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일본의 경제활동 자체에 충격을 전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민간 피해가 확산된다면 민간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 있으며, 이는 물가하락압력인 디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키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일본으로의 해외 송금 증가는 엔화 강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피해복구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하며, 이미 GDP의 190%에 이르는 정부 적자는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95년 한신고베 대지진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단기간 일본 경제의 가계지출과 투자 부진, 정부 지출 증가와 재고 누적 등 경제적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민간 소비 위축으로 물가하락 압력이 가중될 수 있으며, 엔화는 안전자산 선호와 엔화 수요 증가로 달러화 대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본의 대외 수출 역시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주요 부품 수입 차질 발생시 국내도 타격
이 보고서는 국내 경제 및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역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밀접한 국가라는 것. 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10년 우리나라의 대일본 수출 금액은 약 280억 달러에 달해 중국, 미국에 이어 3위 국가이며, 수입은 연간 640억 달러에 달해 중국에 이어 2위 국가”라며 “더욱이 우리나라는 대일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기업들이 일본의 주요 부품을 수입하여 반제품을 생산, 가공하여 다시 수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요 수입 품목은 철강판 56억 달러, 반도체 45억 달러, 플라스틱 제품 43억 달러, 반도체 장비 31억 달러 등이다.
따라서 일본 대지진으로 주요 부품 수입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생산활동 및 대외 수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수출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대지진은 일본 경제와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적지 않은 손실이 전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무엇보다 일본의 경제규모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7%에 이르기 때문”이라며 “또한 일본은 전세계 상품 및 서비스 교역에 있어 약 17.4%의 비중을 차지하며, 특히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들과의 수출입 비중이 약 45% 내외로 경제권 교역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 금융시장 불안감 고조
이 보고서는 세계 금융시장에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생한 일본 대지진이 현재 진행 중에 있고, 추가 여진이나 지진 해일인 쓰나미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지정학적인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 환태평양 지진대에 포함된 대만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뉴질랜드까지 지진이나 지진 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 지역 국가들의 경제적 손실 및 금융시장의 혼란 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일본 지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일본 증시가 1.72%, 국내 KOSPI 1.31%, 항셍이 1.55%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으며, 유럽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1% 내외로 하락하는 등 시장 불안감이 고조됐다.
지난 95년 1월 고베 대지진 발생 이전 대비 주요 국가의 주간 주가 수익률을 보면 일본 니케이 지수가 지진 발생 이후 5주 동안 약 11% 하락했으며, 국내 KOSPI 지수는 약 7% 하락했다. 반면 영국은 약 0.3%, 미국 S&P 지수는 약 4%대 상승하는 등 지정학적 요인이 주가 수익률에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 스페인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유럽의 재정리스크 부각, 중국의 무역적자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에 이어 일본 대지진은 지정학적 불안감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주요 기업들의 피해 상황 〉
(자료 : 코트라 일본 사업처, 대신경제연구소(DERI)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