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배당상품 거의 없어 소비자 선택권 박탈
지난 15일 보험소비자연맹은 생명보험업계가 무배당상품만 판매해 매년 2조원 정도를 주주가 독식해왔다고 발표했다. 이는 생보업계가 보험료를 높게 책정해 폭리를 취해왔고, 이를 무배당상품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계약자에게는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소연 관계자는 “생보사는 매년 수조원 이상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순이익을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극소수의 재벌 주주가 독식하고 있다”며 “현재 판매하는 보험상품은 거의 전부 무배당상품으로, 유배당상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고 있어 보험계약자의 자산으로 운영되는 보험의 성격상 그 이득을 보험사와 주주가 전부 가져가는 것은 보험의 기본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판매중인 유배당상품은 일부 보험사에 개연연금 상품 1~2종 정도만이 남아있어 거의 전무한 상태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소비자는 유배당상품을 사고 싶어도 판매하는 상품 자체가 적어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아, 계약자의 권리침해로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유배당상품은 이익이 발생하면 90%를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하지만 무배당상품은 배당이 전혀 없는 상품이다. 최근 보험사의 상품 대부분은 무배당상품이라 이익이 발생해도 계약자에게는 돌아가는 부분이 없다. 그나마 보험사별로 유배당상품이 하나씩이라도 남아있는 것은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희성 금융감독원 보험계리실 생명보험팀장은 “유배당상품 이익은 9:1로 계약자에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판매를 꺼리고 있다”면서도 “유배당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시이율을 유배당상품과 무배당상품이 따로 책정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다가 제도적으로 유배당상품 판매를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실질적으로 유배당상품 판매를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IMF이후 유배당상품 줄어들어
실제로 보험업계의 입장도 금감원의 해석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유배당상품은 보험업이 발전되기 이전에 자본 확충을 위해 판매된 상품군이다. 금융환경의 변화 및 금융리스크 등 장래 위험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이었고, 보험경영의 차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 유배당상품인 것.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유배당상품은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생보 특성에 따라 금융환경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 사전에 가격을 책정하고 사후에 이를 정산해 이 차액만큼 배당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금융리스크만큼을 상품가격에 반영한 구조”라며 “이에 반해 무배당상품은 보험사가 이익과 함께 리스크도 보험사가 떠안는 구조로, 보험사가 감당하는 부분만큼 보험료가 인하되어 유배당상품에 비해 무배당상품이 저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IMF이전까지는 유배당상품 종류도 많았고 판매도 활성화되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저금리시장이 지속되면서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이 될 정도로 유배당상품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한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보험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인 ‘탑클래스’로 진입하고 있어 유배당상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 전세계적으로도 유배당상품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유배당상품의 판매는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배당상품이 유배당상품에 비해 최고 10%가량 저렴해 소비자들이 무배당상품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금리가 장기화됨에 따라 배당금이 생겨도 그리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더 비싼 유배당상품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전과는 달리 보험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많이 변해서, 기존에는 환급금을 좀더 중요하게 판단했지만 최근에는 환급금없는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최근 추세는 환급금이라든지 배당금 등 나중에 돌려받는 부분에 관심이 많지 않고, 유배당상품도 이런 인식에 따라 자연스레 판매량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