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동결, 농산물가격 안정, 교육비 인상 억제
그동안 금융위기로 정부에서 잡고 있던 물가가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인상되고 있어 물가불안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최근 물가급등세는 국네 원자재가격 상승,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가격 상승 등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생활물가 안정중심의 미시적 가격안정화대책에 초점을 두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진영 수석연구원은 `최근 물가불안의 원인과 대응책`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물가안정을 위한 대응책을 살펴봤다.
◇ 작년 12월말 소비자물가 전년比 3.5% 상승
이 보고서는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수입물가지수 등 주요 물가지수가 모두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최근 물가급등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는 2010년 12월에 전년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33.8%의 높은 상승세를 유지했으며 농산물가격은 26.5% 상승하는 등 소비자물가 급등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한편, 생산자물가는 2010년 4분기에 급등세로 전환, 12월에 전년동월 대비 5.3% 상승했다. 농림수산품이 4분기에 줄곧 전년동월 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등 생산자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또한 수입물가도 급등세로 2010년 12월 들어 전년동월 대비 12.7% 증가했다. 12월 들어 농림수산품 가격이 전년동월 대비 30.8% 오르는 등 수입 원자재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최근 물가급등의 원인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차이나플레이션의 전이 위험 등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은 국내 수입물가 상승과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돼 물가불안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리먼사태 이후 신흥국 중심의 빠른 경제회복 및 중국 등 주요 원자재 수입국들의 원자재 확보 경쟁 등으로 국제 원자재가격이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은 리먼사태 직후인 2008년 12월 배럴당 38.9달러까지 급락한 후 상승 반전해 2011년 예상치인 80달러대를 초과, 2011년 1월 14일 기준 배럴당 93.2달러를 기록하며 급상승했다. 2010년 중국의 전년 대비 석유소비량 증가율은 10.5%로 추산되며, 세계 석유소비 증가에 대한 중국기여율은 35.7%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이상기후와 지진 등 잇따른 자연재해가 세계적인 작황 부진으로 이어져 대내외 농축산물 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산하 국제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식품가격지수는 2010년 하반기 중 급등세를 보이며 상반기 대비 32.0% 상승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등 고성장 신흥국들의 수요 증가, 원유 대체제로서의 바이오에너지 수요 증가 등 수급불안으로 대두, 밀, 옥수수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2010년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하반기부터 올해 곡물연도 세계 농산물 소비량은 전년 대비 2.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생산량은 2.2%, 재고율은 3.2%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바이오에너지 수요 증가로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등의 주 원료인 옥수수, 콩기름 유채유 등의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미국의 초저금리 지속 및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국제 원자재에 대한 투기수요로 원유를 포함한 광산물과 농산물 등 국제 원재재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두바이유 비상업용 순매수가 2010년 4분기에 급격히 늘면서 최근 두바이유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RB 곡물지수는 전체 CRB지수와 함께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에 동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 수출물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도 압력
이 보고서는 차이나플레이션의 전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원가 상승, 위안화 절상 등으로 중국 제품의 수출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인력부족 현상 심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중국 내 기업의 원가상승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소폭 둔화됐던 중국의 임금상승률은 2009년 4분기를 저점으로 상승세가 다시 확대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환율제도 개혁, 경상수지 흑자 급증 등에 따른 위안화 가치 절상도 중국제품 수출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 보고서는 중국 수출물가 상승은 국내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제품의 수출 가격상승에 따른 차이나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2010년 1~11월 중 전년동기 대비 5.5% 상승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 및 위안화 가치 상승은 국내 수입물가 상승압력 확대요인으로 작용해 국내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0년도에 한국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9%로 전체 수입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최근 물가급등에 수요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증가가 물가상승의 잠재적 요인이나 안정적인 근원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수준인 GDP갭률을 감안하면 유동성 증가 등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 중장기적 에그플레이션 대응책 필요
이에 따라 이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미시적 가격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이 해외발 공급요인이므로 단기적 정책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미시적 가격 안정화대책에 초점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생활물가 안정화대책이 중요하다는 것. 공공요금 동결, 전월세 및 농산물가격 안정, 교육비 인상 억제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미시적 가격관리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5년 기준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물가파급효과에 따르면 공공요금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상승폭을 상회하는데, 이는 공공요금 동결 등 미시적 가격안정화대책의 긍정적 효과를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활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한 미시적 가격관리대책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조기 차단이 관건이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에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농수산물은 수요가 비탄력적인데 반해 공급이 불확실해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시 가격변동성 요인 억제에 가장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의 저장성을 높이고 기후변화나 병충해 등 외부 리스크의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농산물 수급예측기능을 강화하고, 농업재해보험의 보장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통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농산물 가격 안정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외 농산물 공급처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농산물의 수급관리 강화를 위해 해외 공급처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 투기적 수요 및 기후 불안정에 따른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불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공동 및 직접구매 등을 통한 농산물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변동 리스크를 경감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농산물 시장을 타깃으로 한 농산물 메이저 유통회사를 육성해 가격상승압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밖에 모니터링 역량을 강화해 가격변화에 대한 대응력 제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