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발표한 정직한 보험질서 확립 대책은, 최근 보험사기가 급증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1일 열린 국무총리 주재 국가 정책조정회의를 거쳐 마련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올해를 ‘보험범죄 추방 원년’으로 선포하는 등 보험사기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일부 소비자들의 부도덕한 행태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0%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택시 등 운수종사자에 대한 제재 강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일부 택시기사들의 ‘일단 드러눕기’ 식의 행태가 이런 제도적 움직임을 가져왔다”면서도, “오래 입원하면 보험사기로 취급될 수 있다는 보상직원의 말에 정말 아프지만 면허가 취소될까 겁나 퇴원을 선택하는 택시기사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택시기사는 과소보상을 받게 돼 결과적으로 이중 피해를 입게된다”고 덧붙였다. 운수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개인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정부 방침이 정확하게 나온 것은 아니어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언론에 나온 대로 보험사기시 면허취소가 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택시기사의 사업 면허의 경우 보험설계사나 정비업자의 자격과는 달리 통상 1억원 안팎에서 매매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재산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객운수사업법에서도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도로교통법 역시 교통법규 위반이 상당수 축적돼야만 운전면허가 취소(사업면허도 자연 취소)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개인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삼진아웃제도 등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 발표안에 ‘영업정지·취소 등 행정처분’이라고 포괄적으로 명시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운수업계 등 관련업계의 의견 수렴절차를 거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대책안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팀장으로 관계부처 1급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정직한 보험질서 확립대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금융당국 및 검경과 보험업계 공조로 보험사기에 대한 그물망식 단속을 실시하기로 한 내용도 담고 있다.
또 병원·정비업소·설계사 등의 조직적 공모 혐의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보험사기 인지시스템상 연계분석 기능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검찰도 전담검사를 둔 지검 및 지청을 기존 18개에서 26개로 늘려 운영을 내실화해 직군별·유형별 심층 기획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검찰청의 보험범죄 전담합동대책반 운영을 2년간 연장하고 인력충원 및 기능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지역단위 특별점검단을 구성해 병·의원 및 나이롱환자 단속을 강화하고, 특히 손해율이 높은 지역을 집중 점검하고, 경찰청은 지방청별 ‘금융범죄수사팀(보험수사협의회)’을 기존 8개에서 16개로 우선 확대 편성하고 상·하반기에 각 1회씩 특별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한편 관계당국에 따르면 보험범죄 적발금액은 2007년 2045억원, 2008년 2549억원에 이어 2009년 33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7% 늘어나는 등 해마다 급격한 증가추세에 있다.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자동차보험환자 입원율도 2008년 기준 한국이 60.6%로 일본의 6.4%에 비해 매우 높아, 그동안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