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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리 독점에 국내 보험산업 멍든다

최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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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1-01-05 21:54

담보력 부족으로 年 2조원 이상 해외유출
“재보험사 추가설립 유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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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리 독점에 국내 보험산업 멍든다
코리안리의 국내 재보험시장 독점이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내 시장의 유일한 재보험사이지만, 자본력이 부족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출재보험료를 막을 길이 없고,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보니, 영국, 독일, 스위스, 미국 버뮤다 등 세계적인 재보험사들과의 경쟁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정 금융사의 시장 독점은, 시장경쟁을 통한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정부의 금융정책과도 배치된다는 지적까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해외 출재로 인한 적자를 줄이고, 나아가 재보험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진정한 의미의 해외 재보험시장 진출까지 노려보려면, 코리안리 규모의 재보험사가 최소한 2곳 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재보험사 추가설립 논의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인데, 이는 최근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등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싱가폴 등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재보험 혹은 재보험중개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 재보험수지 적자 원인은 담보력 부족

지난 2009회계연도(2009.4~2010.3) 동안 해외로 나간 출재보험료는 2조383억원에 달하며, 출재수지차는 6225억원 적자를 기록한 반면, 해외에서 거둬들인 수재보험료는 1조1075억원에 수재수지차는 1664억원 흑자를 기록, 총 4661억원 규모의 재보험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10위권이라는 코리안리의 자기자본이 총 7200여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년 어지간한 재보험사 하나 세울 돈이 고스란히 해외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이처럼 막대한 재보험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국내 손해보험사, 특히 국내 유일한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담보력부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출재보험료 2조383억원 중 절반을 훌쩍 넘는 1조3천여억원은 코리안리가 출재한 것이다. 즉, 원보험사가 재보험 물건을 코리안리에 줘도 해외로 나가기는 매한가지인 상황. 보험업계 관계자는 “담보력이 부족한 국내 원수 손해보험사가 위험관리 차원에서 출재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코리안리의 담보력으로는 이를 받아줄 수가 없다”며 “근본적인 재보험수지차 극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재보험사를 설립하거나, 코리안리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리안리의 자기자본 대비 수재보험료는 FY2008 기준 4.85배로, 뮌헨리(1.7배), 스위스리(1.25배), 하노버리(2.15배), RGA(1.41배) 등 세계적 수준의 재보험사들의 2~3배에 달하고 있다. 담보력에 과부하가 걸려, 더 보유하고 싶어도 보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코리안리 관계자는 “현재 확보된 담보력을 충분히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재보험 역조현상에 대해서도 “‘위험의 국제적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국제적인 출수재거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출재비중이 63%에 이르고 코리안리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담보력이 국내 손보사들의 연간 출재보험료 중 40%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보험시장의 재보험 역조현상의 원인은 재보험 수요대비 공급의 부족, 즉 코리안리의 독점과 담보력 부족 때문이라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편 재보험사 추가 설립은 지난해 노무라증권을 비롯해, 산업은행, 신한PE, CV스타 등에 의해 여러 번 추진됐으나, 금융위기, 해외자본에 대한 반감, 국내 공적자본의 급작스런 투자 철회 등의 사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독점 지위를 뺏기지 않기 위한 코리안리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관계자는 많지 않다.

◇ 콩고물에 익숙해져서…

지난해 코리안리의 한 인사는 손해보험협회지에 ‘보험사의 해외 출재는 제도적으로 자유롭게 보장돼 있지만 보험사고 발생시 신속한 보험금 회수가 가능한 국내 재보험사를 먼저 활용하는 것이 원보험사에는 경영안정을, 국내보험산업 측면에서는 국내보유 극대화와 출·수재차 수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요지의 글을 실었다.

즉, 해외에 출재하되 코리안리를 거쳐서 내보내라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주장의 이면에 바로 R/I커미션이 있다고 지적한다. R/I커미션은 원수보험사로부터 수재한 물건을 해외 재보험사에 되팔면서 발생하는 중간 마진을 말하는데, 바로 이 R/I커미션이 코리안리 수익의 상당부문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리안리는 국내 원수보험사로부터 챙기는 재보험 통행세, R/I커미션이라는 ‘콩고물’만 해도 짭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코리안리 관계자는 RG보험 사태의 예를 들며, “코리안리를 거치면 (RG사태처럼)원수사가 자사 물건이 해외 어떤 보험사에 들어갔는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을 방지하고, 보험사고 발생시 신속한 보험금 지급을 도울 수 있다”며, “과도한 마진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재보험시장이 독점이다 보니 가격경쟁도 적어, 코리안리가 원수사들의 수익을 고스란히 거둬가고 있는 모양새다. 해외 재보험사들과의 경쟁이 있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코리안리가 해외 재보험사에 주는 보험물건이 원수보험사들 전체가 주는 물건보다 많은 상황이라, 해외 재보험사들에게도 코리안리는 선뜻 경쟁하기 버거운 ‘갑’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코리안리 관계자는 일본 등의 예를 들며, 1국가 1전업재보험사 체제가 아시아에서는 보편적인 형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 우리나라와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금융감독원도 재보험수지 적자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7월부터 수입보험료가 아닌 보유보험료 기준으로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을 평가해, 해외출재 비중을 줄이고 국내 손보사들의 보유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일반보험·재보험시장을 일본과 유사한 형태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일반보험시장이 국내의 10여배 수준에 달하고, 특히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지진 등 거대 재해의 위험이 높지만, 재보험사는 토아리(TOA RE) 한 곳 뿐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각 원수손보사들의 자본력이 크기 때문에 원수사 보유비중은 높고 출재 비중은 낮은 수준인데, 이를 본 떠 국내 손해보험 시장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재보험 역조현상을 완화시켜 보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본 보험시장의 형태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원수손보사들의 대대적인 자본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며,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만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손보사들이 자본력 대비 지나치게 거대한 리스크를 인수할 경우, 무디스나 A.M.BEST 등 해외신용평가기관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자칫 거대 보험사고가 현실화 될 경우 경영위기에 까지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손보사들도 보유비중을 높이면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자본력이 받쳐주지 못하다 보니, 부득이 출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 결국 필요한건 제2, 제3의 재보험사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코리안리가 자본을 대폭 확충해 담보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코리안리의 외부 자본을 통한 대규모 자본 확충은 오너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실현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금융감독당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재보험사 추가 설립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2, 제3의 재보험사 설립은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코리안리에게도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경쟁없는 시장은 고인 물처럼 썩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많은 보험산업 부문 중, 해외 글로벌 보험사가 국내 시장에 꾸준히 유입·성장하고, 또한 투자비용 대비 막대한 수익모델을 공고히 구축하고 있는 분야가 오직 재보험뿐이라는 점은 보험업계와, 특히 금융감독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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