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말부터 조직개편을 실시하거나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손보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 車보험, 개선안 발표로 우선 ‘맑음’
지난해 손해보험업계의 큰 주름살을 패이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고공행진’이다. 전년대비 사고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대물보상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증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사고가 난 것보다 더 많은 수리를 받고 그 금액을 보험사에 청구함으로써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모럴해저드의 싹을 틔우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자동차보험 개선방안을 발표해 차량수리비의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사고율에 따라 보험료 차등화를 확대하는 손해율을 잡을 수 있게 하는 등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온 자동차보험의 제도개선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제도변경에 따른 효과는 짧게는 6개월에서 1년이 지나야 그 효과를 알 수 있다”면서도 “우선 지속적으로 오름 추세의 손해율을 잡을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어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그러나 이번 자동차보험 개선방안의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부분은 제한적이라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손해율 부담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개선안 중 과태료 납부자에게 보험료를 할증하겠다는 내용은 ‘이중 벌칙금’이 될 소지를 안고 있고, 운전 중 통화나 DMB시청 등을 단속하는 부분은 경찰과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번 개선안에서는 포함되지 않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와 건강보험수가 일원화, 카드결제 수수료 인하, 중고부품과 비순정부품 활성화 방안 등 핵심 쟁점도 지속적으로 논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준강제보험 성격의 자동차보험이지만 업계가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책정해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전적으로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자동차보험료 자율화가 만성적자의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이라고 말했다.
◇ 꾸준히 성장한 장기보험 비중과 손해율
손보업계의 고민거리는 더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자동차보험의 비중은 줄었지만 그 자리를 장기보험이 채우면서 지금은 손보사의 상품 포트폴리오는 장기보험의 비중이 80%가 넘는 보험사도 있다. 때문에 장기보험은 한동안 손보업계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장기보험 가입이 줄어들면서 손해율이 올라가는 추세라 장기보험 역시 손보업계의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손보사들이 장기보험에 주력했던 2006년의 계약분의 사고와 해약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손해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장기보험의 비중과 보유실적이 높은 대형사들이 고전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많다.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해 들어서는 장기보험 가입은 줄어드는데다가 손해율은 점점 100%에 육박하고 있어 개선과 리스크 관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보험 중 퇴직연금은 타 금융업권에 비해 경쟁력이 약해 적립금 증가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손보업계는 저축성 보험의 15년 보험기간 제한을 철폐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손보업계의 올해 저축성보험은 다시 제한철폐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 업계, 조직개편·해외진출 준비로 분주
손보업계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조직개편을 진행해왔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삼성그룹의 인사에 맞춰 자동차보험과 상품부분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손해보험협회도 지난해 말 기존 기획관리본부, 보험업무본부, 자율관리본부를 기획관리본부, 자동차보험본부, 시장업무본부로 개편했고, LIG손해보험도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초 통합 1주년을 맞아 조직개편을 계획 중이다.
이 외에도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는 3월 초 조직이동이 있을 전망이고,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는 새 회계연도에 조직개편을 예정하고 있다.
또한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손보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중국 등 총 9개국에 법인 및 지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지난해 6월 중국 현지 보험사인 화태 보험사와 차보험에 대한 업무제휴를 체결했고 온라인 자동차보험 판매 승인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중순에는 싱가폴에 캡티브(Captive) 재보험사의 설립이나 인수를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 총 9개국에 현지법인과 지점을 개설한 현대해상은 올해 싱가포르에 일본계 브로커사와 합작으로 재보험 브로커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지점과 사무소를 운영 중인 동부화재는 올해 4월 베트남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 허가를 받으면서 베트남 보험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화손해보험은 베트남에 진출한 그룹 계열사인 대한생명을 고려해 베트남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롯데손해보험 역시 해외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해외진출도 단기간에 이익을 내는 것은 무리이고 차후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영업적자를 감수해야겠지만 해외진출은 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고 특히 올해부터는 가능성을 타진하는 손보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화재보험이 화보법 개정으로 의무가입 대상이 확대되지만, 제도변화의 효과가 재물보험 및 종합보험으로 분산되는데다가 의무가입대상이 그닥 많지 않아 침체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일반보험 확대라는 오랜 숙제를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전체 상품군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가 시장성이 높지 않아 계속 고전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래도 최근 화재보험과 관련해 영업채널의 교육을 강화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올해 초에는 실적이 소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손해보험 종목별 수입보험료 전망치 〉
(단위 : 억원, %)
이미연 기자 enero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