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경기회복이 안정적인 수준까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경기 둔화로 그동안 국내경제의 고성장을 주도해왔던 수출 활력이 둔화되고 기업설비투자의 추가확대 또한 제약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의 반등 조짐에도 불구하고 공공건축과 토목건실의 부진으로 건설투자는 내년에도 부진을 지속할 것이란 예측이다. 반면 자산효과 등에 힘입어 소비는 상대적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이 ‘2011년 국내 경기 전망’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2011년 경기 전망을 살펴봤다.
◇ 대외수요 둔화와 단가하락으로 수출증가세 크게 둔화
이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빠른 회복과정에서 나타났던 반등효과, 경기부양 효과 등이 사라지면서 성장세가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산집행이 연초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수요 증대의 효과 등에 힘입어 2011년 초부터 성장률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만 2011년 국내경기가 2010년과 같은 빠른 상승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것. 국내 경제의 대외의존성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더욱 높아져 향후 국내경기의 향방은 세계경기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의 수출활력은 2010년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경제 성장속도 둔화로 대외수요 증가세가 완화되고 원화도 절상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상품의 구성을 감안할 때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폭 이상으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다만 프리미엄,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아지는 점,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활발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경상수지 흑자폭은 전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50억달러 내외로 2010년의 270억달러 수준에 비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2010년 20%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설비투자는 향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2010년 기업들의 평균적인 수익성이 높았고 2011년에도 해외자본의 유입이 지속되면서 설비투자의 재원 마련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원화가치 상승으로 자본재 수입 부담이 줄어드는 점도 설비투자의 긍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향후 경기상승 속도의 둔화로 산출량 대비 투자 비율이 장기 평균치로 다시 수렴되면서 설비투자 증가세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 건설투자 부진 지속… 2011년 하반기 소폭 회복 기대
건설투자는 2011년에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부문의 주택건설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겠지만 공공주택 건설의 부진이 지속되고 토목건설도 크게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여전히 수도권은 미분양주택 적체현상이 해소되지 못하는 등 신규주택 시장의 초과공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2011년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 건설기업과 LH 공사 등 공기업들의 높은 부채도 주택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20대 민간건설사 중 6개사의 실질부채비율이 600%를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자산매각 등 보수적 경영으로 인한 신규투자 감소가 예상된다. 토목건설 부문은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지속될 것이지만, 정부재정의 중기운용계획에 따른 재정건전화로 SOC 부문의 예산규모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여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간소비는 올 해에 비해서 증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수요부문에 비해서는 둔화 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 민간소비는 성장률과 비슷한 4% 내외의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2010년 크게 개선된 기업의 이익이 점차 임금 등의 형태로 가계의 구매력에 반영되면서 2011년의 소비 회복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 2011년에는 수출 둔화로 제조업의 고용 창출력이 약화되면서 취업자수 증가가 20만명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수익이 아직은 높지만 향후 세계경기 둔화 등으로 수출활력이 떨어지면서 제조업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희망근로 사업이나 인구 센서스 조사 등 공공부문에서 나타난 일시적 고용증대 요인도 2011년에는 사라질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총수요 압력이 크지 않아 소비자물가 안정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하반기의 농산물 가격 급등세는 상당부분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 상승이 서비스 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전체 소비자물가에 파급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공업제품이나 서비스 부문 물가는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근원물가지수는 2010년 11월 전년동월대비 1.9% 올라 여전히 1%대의 낮은 상승률 추이를 보이고 있어 수요 부문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이 크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 금리상승폭 크지 않을 전망
이 보고서는 2011년 금융시장은 2010년에 비해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회복과 물가상승 우려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서너 차례에 걸쳐 1%p 내외 정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하지만 2011년 말에도 경기중립적인 수준보다는 낮아 본격적인 긴축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채권투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둔화와 건설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2010년의 부동산발 금융부실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10년 이후 원금분할상환이 시작되는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있어 가계의 현금흐름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며, 그에 따라 가계대출 연체금액도 점차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지만 예대금리 차이가 높게 유지되면서 은행권의 수익성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융전반의 부실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2011년 원화환율은 대외거래를 통한 외화의 유입에 힘입어 2010년에 비해 하락하는 흐름을 유지, 연평균 달러당 1090원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경상수지는 연간 두 자리 수출증가세 유지와 함께 150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예상된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완화된데다, 우리나라 수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 경제가 연 6% 이상의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여기에 달러당 80엔 대의 엔화강세 효과가 2011년에도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는 것. 반면, 2010년 하반기와 같은 국가간 환율갈등이 재발하거나 달러 기축통화제도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크게 증폭되는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원화환율의 하락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정책운용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수요 부문의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될 경우 인상폭을 늘릴 수 있는 대응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중립적 정책금리 수준은 4% 내외로 추정되지만 2011년에도 실제 GDP가 잠재GDP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수요부문의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금리인상 속도를 빠르게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수경기의 활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재정긴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건설 부문의 구조조정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상존하여 각종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큰 만큼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내 경제 주요 지표 전망 〉
주) : 전년동기 기준, 〈 〉는 국제수지매뉴얼 1단계 이행 이전 구계열임.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