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 고용 창출로 근로소득 개선
이 보고서는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악화되던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최근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소득분배 불균형 수치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08년 0.296에서 2009년 0.293으로 소폭 하락했으며,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4.97에서 4.92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도 소득 불평등 완화가 지속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금융소외계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이전소득 확대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의 연평균 소득 증가율에 대한 이전소득의 기여도는 2.9%p였지만 2010년 상반기에는 5.7%p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정책 효과 중 저소득층에게 근로소득 창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희망 근로 프로젝트 또한 소득 격차 확대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된 희망근로를 통해 공공 부문의 일자리가 각각 25만개, 10만개씩 더 늘어남으로써 전체 취업자 수 급락이 방지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 윤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한시적 고용 대책으로 고령층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번 대책을 통해 저소득이면서 고령인 가구의 근로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전됐다”고 말했다.
◇ 고소득층의 逆자산효과도 한 몫
부동산 부문의 역자산효과로 인한 고소득층의 임대소득 부진을 소득 격차 완화의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인 월세이율이 집값 하락의 영향으로 2009년 초 0.88에서 2010년 8월 0.86까지 떨어진 것. 월세이율이 0.86이라는 것은 1억원의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을 때 매월 86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는 의미.
또한 금리 하락으로 인해 금융소득이 줄어든 것도 고소득층의 재산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이 주로 소유하고 있는 대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고점이었던 2007년 2월 104.4에서 2010년 8월에 98.4까지 5.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계층이 자산의 평가손실과 가격하락에 따른 월세 부진을 모두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를 장기적으로 확대시킨 요인들은 아직 그대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윤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차원에서 소득 불평등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원인으로 산업간 성장률 격차 확대,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 보수적 경영에 따른 투자 부진, 숙련 기술 인력과 전문직에 대한 보상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분배 수준은 OECD의 평균 정도로 미국, 영국, 멕시코 등에 비해 심각하지 않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제 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면서 소득 분배 구도가 2000년대 들어 크게 나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 산업 집중도 확대와 투자 부진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가 장기적으로 악화된 배경 중 하나로 먼저 수출 부문의 빠른 성장과 수출 산업 내에서의 집중도 확대를 꼽았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안정 경영을 중시하면서 투자가 둔화된 것도 소득 분배를 악화시킨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글로벌 분업 구조에서 우리나라가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특화함에 따라 단순노동에 대한 소득 분배가 줄고 전문 직종에게는 생산성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추세가 강화된 점도 소득 격차가 확대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자영업 부문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 부문 종사자의 소득 부진이 지속되는 것 또한 불평등 확대 추세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 또한 소득 분배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2000년대 들어 매년 12.1% 오른 반면 명목 경제성장률은 6.9%로 절반에 불과해 가격 상승에 따른 이득이 자산 소유층에게 크게 편중됐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경우 지속되고 있는 가계 적자로 자산을 보유할 여력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계층별 순자산(=부동산 자산+금융 자산-부채) 보유의 변화를 한국노동패널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 계층의 자산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참조>. 월세, 이자, 배당금 등이 포함된 재산소득의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나타났는데, 1분위의 재산소득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2007년까지 매년 5.8%씩 감소한 반면 5분위의 재산소득은 매년 3.3%씩 늘어났다.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자산 보유의 편중은 처분 시 발생하는 평가손익을 통해서도 가계의 부에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 주택가격 상승과 더불어 주가지수 또한 2008년에 2000년 대비 12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의 국부통계조사 기준 우리나라의 총국부는 약 4,685조원으로 연간 총소득의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윤 선임연구원은 “자산 소유 및 처분의 집중화는 소득 불평등과 함께 부의 편중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 최근의 소득 불평등 개선은 일시적 현상
이 보고서는 최근 소득 불평등이 개선된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일시적인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고용 시장이 회복되고 실업률이 안정되면서 이전지출의 소득에 대한 기여도는 과거 평균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경기가 안정화되면서 비상 시 마련되었던 임시 근로 대책이나 한시적 생계 구호 등도 이미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고소득층의 타격은 향후 전망이 불분명하지만 주식 등 다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면 역자산효과의 영향은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킨 배경이 되는 요인들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생산성이 높은 수출 부문이 성장의 동력이 되어 왔지만 소득분배 관점에서는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라는 것. 윤 선임연구원은 “투자 부진과 저임금 일자리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에 고부가 일자리가 긴요하나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상 격차 확대 추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자영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부문의 경우 일자리 창출과 대형화, 고도화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에게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됨으로써 자산 취득의 기회가 적은 것도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소득 불평등을 장기적으로 악화시킨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의 불평등도 개선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윤 선임연구원은 “경쟁력 있는 부문의 강화를 통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동시에 소외 계층을 배려하고 이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