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부실확대 방지…규제완화는 없어
감독당국이 강도 높게 저축은행의 경영건전성 제고 및 서민금융 역할 강화를 요구하고 나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김장호 부원장보가 6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저축은행 업계를 대표하는 저축은행장 30여명을 만나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이날 김 부원장보는 저축은행 관련 법규의 주요내용과 감독·검사제도 강화내용을 설명하고 △PF대출의 조기 정상화를 위한 충실한 사후관리 및 자본확충 △서민금융 지원기능 확대, 고위험 자산운용 자제 및 철저한 리스크 관리 등 내실을 기하도록 당부했다. 특히 불법·위규행위에 대해서는 강화된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이날 참여한 A저축은행장은 “감독당국이 저축은행업계에 요구한 내용은 자구노력을 강화해 경영건전성 제고, 서민금융기관 본래의 역할로 돌아간 서민금융활성화, 반복되는 불법행위에 대해 엄단처벌 등”이라며 “향후 저축은행이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신규 영업확대보다는 경영건전성 제고를 위한 자구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 MOU상 자구계획 불이행시 PF매각분 강제 환매
우선 부실 PF대출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매각에 따른 MOU의 철저한 이행을 요구했다. 특히, 엄격한 사업성 평가를 통한 건전성분류 및 충당금 적립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MOU상 자구계획 불이행시 매각분 강제 환매 등 엄중 제재조치를 취한다는 것. 이와 함께 최근 설치된 PF대출 상시감시시스템을 통해 PF대출 상황에 대한 종합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아울러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취약한 저축은행의 햇살론 지원 및 소액신용대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를 통한 심사와 사후관리 기능을 강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햇살론 지원실적은 9월말 500억원(약 6000건) 수준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소액신용대출 규모 또한 6월말 기준 6251억원에 불과했다. 소액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해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35개사가 CSS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45개사가 진행하고 있다.
한편, 건전한 영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메자닌이나 선박펀드 등 고위험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 및 계열사 공동의 대규모 대출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메자닌의 경우 6월말 현재 33개사가 7356억원을, 선박펀드의 경우 업계에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11개사가 4282억원을 실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 업무 규제완화 없고 자체적으로 경쟁력 제고해야
반면, 저축은행 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반여건 조성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 부원장보는 “서민금융기관으로서 과도한 자산확대를 자제하고, 계열저축은행의 경우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한 합병 및 제3자 매각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말 현재 10개 저축은행의 계열저축은행으로 28개사가 소속돼 있어 전체 저축은행의 26.7%를 차지하고 있어 비중이 크다. 이와 함께 당분간은 영업규제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자체수익모델 개발을 요구했다. 김 부원장보는 “은행, 대부업체 등 유사 업종과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현실을 감안해 업계 차원의 자체수익모델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회계 투명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라고 제시했다.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IFRS 적용대상이 26개사에 달하기 때문에 회계시스템 정비 및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 우량저축은행 기준 상향 조정 등 건전성 기준 강화
한편, 저축은행의 감독 및 관리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산규모 및 리스크 수준에 따라 검사를 차등화하고 검사결과에 따른 엄중한 제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및 계열저축은행과 부실징후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매년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기간도 기존보다 대폭 확대했다.
이를 위해 감독당국은 저축은행의 불법·위규 사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징계양정기준을 지난 8월에 개정했다. 또한 저축은행 검사업무 확대를 위해 우수 검사인력 30명을 증원했다. 아울러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고위험군 저축은행에 대한 우선 검사를 실시하고 자구노력 이행능력 점검과 독려 및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단계별 정상화대책을 추진하고, 부실우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증자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지도하고 자체정상화 불가능 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부실화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파견감독관을 통한 현장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우량저축은행 기준 등 당초의 도입취지에 맞지 않게 운용되고 있는 각종 제도에 대해 금융위와 협의해 적극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원장보는 “금융감독원은 상기 내용과 같은 감독·검사 강화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저축은행 업계에 건전 영업관행이 조속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정기적인 타운미팅을 통해 저축은행 등 중소서민 금융회사들에게 감독방향 및 취지 등을 설명하고 현장의견을 청취하는 소통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부실 지속적 증가로 감독당국도 예의주시
이같이 감독당국이 강경하게 규제 및 관리 강화 위주 감독방향을 밝히는 것은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규모만 키워오면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 또한 지속적인 부실 발생으로 감독당국 및 이용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PF 부실채권을 캠코에 매각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말 저축은행의 부실이 지난해 12월말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잠재 부실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저축은행들의 요주의여신 규모는 12.5조원으로 지난해 말 11조2864억원 대비 11.0%(1.2조원)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요주의여신은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의 연체채권으로,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 이하 여신의 직전 단계다. 저축은행의 요주의여신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 운영자금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기업대출의 연체가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침체가 지속되고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감독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은 선제적으로 경영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B저축은행장은 “앞으로 새로운 수익원에 대한 기대는 어려워지고 있어 당분간 현상 유지 및 건전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되는 상황”이라며 “정부방침에 따라 강도 높은 건전성 개선과 소액신용대출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축은행법령 및 규정 개정내용 〉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