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보건복지부와 대법원에서 통일된 기준을 만들고자 대한의학회에 연구를 의뢰했고, 대한의학회는 3년간 120여명의 전문의들의 참여로 지난 8월 국내 장애평가기준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한 초안인 ‘한국장애평가기준 최종안’을 지난 8월 내놓았다. 최종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한의학회는 각 의학 전문학회 이외에도 장애평가를 실제 활용하는 국토해양부, 노동부, 손해보험협회, 대법원 등 기관의 자문을 받아 여러 시각에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조정해 적합한 장애평가기준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한시장애 개념 도입 및 장애 조건 강화돼
발표된 한국장애평가기준 최종안에 따르면 우선 앞으로 영구장애로 인정되지 않는 진단은 장애진단 이후 일정기간이 지난 뒤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 장애평가 대상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회복되지 않은 고정 증상을 대상으로 했으나, 앞으로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정산적인 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증상에 대해서는 장애존속기간만 장애를 인정하는 ‘한시장애’ 개념을 도입하게 된다. 장애에 대한 조건도 강화된다. 뇌성마비, 외상성뇌손상, 뇌졸중등 뇌의 기질적 병변을 포함하는 기존 뇌병변장애 판단시에는 개별 이상에 대한 평가를 한 뒤 장애율 병합표에 따라 병합했지만 새로운 기준으로는 정밀 검사를 통해 검증하도록 했다. 질병이나 외상 등으로 척수에 손상을 입게 되어 손상부위 밑으로 감각마비와 운동마비가 나타나는 척수장애는 최종 재활치료병원 기록지 등을 확인하는 등 정밀 검사를 추가했고, 영구장애 판정에서 제외시키는 것으로 정해졌다.
◇ 서류부분 강화 등 손보협회 의견 반영
서류부분에서 가장 강화된 요건을 갖게 된 분야는 정신 및 행동장애이다. 기존에는 진료기록지나 임상심리검사 서류를 장애 판정시 필요에 따라 준비해야 했지만, 새로운 기준으로는 이 두 서류는 필수 항목이 되었고 객관성 확보를 위해 △과거 진료기록 △학생생활기록부 △근무성적표 등이 필요항목으로 추가되었다.
특히 서류조건 강화 부분은 손해보험협회차원에서 건의가 된 내용의 일부이기 때문에 업계차원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추상장애로 알려진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이 신체장애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 증후군은 대부분 파열이나 다리에 강력한 충격으로 인해 손상을 입은 후 발생하지만, 발목 염좌 수준의 손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증후군은 어떤 경우로 어떻게 발생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손보협회 측은 지난 6월 CRPS 장애 항목을 제외하거나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것을 건의했고 이 내용이 최종안에 반영되었다. 또한 지체장애와 달리 상처 등으로 인해 추한 모습을 뜻하는 추상장애에 대한 손해보험업계의 의견도 반영되었다. 추상장애는 신체장애의 개념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추상으로 인한 기능장애는 해당되는 장애 항목으로 평가하고, 신체기능에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호전을 위한 최대한의 향후 치료비 산정으로 대체할 것을 건의했다.
◇ 새로운 기준안의 문제점 검토 필요
그러나 최종안에 보험업계의 입장이 반영된 것까지는 긍정적이지만 서류 구비 조건 강화로 인한 비용 증가차원의 문제와 한시장애 개념 도입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장애판정을 받기위한 검사 등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에 비해 장애등급 판정에 많은 불편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 진료기록과 학생생활기록부 및 근무성적표 등의 개인정보를 보험사가 합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근거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검토가 꼭 필요하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아직 초안이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 적용까지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후에 검토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기존 계약 건은 약관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향후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기준안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고 일원화가 된다면 약관변경으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