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화정책 방정식을 추정한 결과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운용이 생산갭(실제성장률·잠재성장률)과 환율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아 하반기에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공공요금 및 임금인상, 원자재가격 상승 등 비용측면과 경기회복에 따른 총수요 확대로 인한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 확대로 올 4/4분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로 높아져 한은의 물가안정목표(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제적인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안순권 연구위원은 ‘출구전략의 배경과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향후 출구전략의 시기조절에 따른 영향을 살펴봤다.
◇ 시장자율조정을 위한 출구전략 필요
이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저물가·저금리에 기반을 둔 유동성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택가격의 버블이며 주택가격의 버블은 저금리정책의 장기화가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세계경제는 2009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한 각국의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으나 저성장과 고용부진 및 재정적자 문제 등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재정적자 누적과 국가채무 증가를 초래해 남유럽재정위기와 같은 재정파탄을 일으킨 정부 실패로 인해 새로운 위기가 발생, 세계경제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론은 중앙은행의 인위적 저금리정책에 의한 거품 형성과 지속불가능한 호황의 붕괴 과정을 설명했다.
불황은 중앙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에 의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된 이자율 때문에 그동안 잘못되었던 자원배분, 특히 소비자 선호와 맞지 않은 자본의 배분을 교정하는 과정이라는 것. 일본의 기준금리 인하와 공공투자 확대는 케인즈학파의 경기부양이론에 근거한 것이지만 일본경제의 불황탈출에는 실패했다. 케인스학파는 일본경제가 유동성함정에 빠져 있다고 보고 재정정책이 더 유효하다고 주장했으나 대규모 공공지출은 불황탈출에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재정수지 악화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통화신용정책과 재정정책의 정상화를 의미하는 출구전략의 시행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안 연구위원은 “위기 전반에는 금융시스템 붕괴와 실물경기의 급랭을 막기 위한 응급처방으로 확장적 통화 재정정책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일단 고비를 넘긴 상황에서는 시장자율조정에 의해 생산구조(투자)를 소비자 수요에 맞게 교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이 가계 소비위축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이 보고서는 한국의 금리 변동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충격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금리 지속으로 전체 경제가 얻게 되는 실제 이익이 기대한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의 영향을 받는 가계의 금융기관 예금이 금융기관 차입금보다 더 많아 금리하락에 따른 이자소득 감소효과가 이자부담 축소효과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이 상승하는 등 가계 부채의 건전성이 높아져 금리인상이 가계의 소비위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리인상은 기업의 채산성과 자금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평가했다.
금리인상은 기업의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기업의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안 연구위원은 “금리인상 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채산성, 자금사정 및 생산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출구전략의 필요성과 출구전략의 시행 시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동시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리인상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생산 감소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큰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기업보다 자금사정과 경쟁력이 취약한 측면 탓도 있지만 한계기업이 저금리 기조하에 연명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건전성 개선
이 보고서는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것은 지나치게 낮은 금리의 정상화 차원에서 적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를 안정적인 회복세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리의 자원배분 조절기능을 정상화해야 하며, 인위적 저금리 기조를 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내경제여건이 호조를 보일 때 기준금리를 인상해 놓는 것이 향후 경기 하강시 정책대응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저금리 장기화로 부실기업정리와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우리 경제의 생산성 저하와 기초체력 약화를 초래하여 저성장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금리를 정상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물가는 당분간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총수요 회복 및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에 대비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금리정상화는 소비자 수요에 맞는 생산구조 조정을 촉진, 거품이 생기지 않는 건실한 성장을 유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경기 둔화가능성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불안정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은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7월에 금리인상이 시작되었으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불안요소가 있고 글로벌 경제의 하방리스크도 높아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물가불안이 현실화된다면 연내 0.5%포인트 정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수준은 내년 상반기에 3.0%, 하반기에 3.5~4.0%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안정적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회복은 저금리 정책에 의존하기보다는 구조조정 촉진과 무역활성화 등 민간경제의 활성화 방안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안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기간 중에는 외부충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및 신용보증 등으로 기업 및 금융기관을 보호했지만 위기를 수습한 상황에서는 부실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서비스산업의 규제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통해 국내외 기업들이 활발히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무역장벽을 제거해 무역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외 금리차가 확대됨에 따른 외국인자금 유입 확대와 이로 인한 환율하락의 부작용은 단기간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으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포지션 규제에 이어 해외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부담 증가, 소비둔화, 기업매출 감소, 투자 감소, 은행부실 등 금리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수지 적자가 급증해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한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 대응 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건전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지속적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2010년 국내 경제 전망 〉
(단위 : 전년동기비, %)
(자료 : 조경엽·김창배, Keri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한국경제연구원, 2010)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