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압력 원화강세로 상당부분 상쇄
정부의 출구전략이 시작됐지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하반기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물가상승압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돼 금리인상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금리인상 서두를 필요 없다’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금리인상 정책에 대해 살펴봤다.
◇ HP필터법·SVAR 등 인플레갭 발생
이 보고서는 잠재GDP 수준은 현재의 경기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이지만 잠재GDP 수준을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생산함수 접근법에 의할 경우 아직까지 디플레갭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물가지표나 고용상황을 보아도 물가상승압력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책 금리 인상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보고서는 잠재GDP의 측정에 있어 대표적인 추정방법들을 이용해 향후 우리경제의 총수요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고, 인플레갭 발생시기를 분석해봤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에 잠재GDP를 추정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잠재GDP 추정에 있어 대표적인 방법인 HP필터법, 구조벡터자기회귀모형(SVAR), 생산함수 접근법을 이용해 잠재GDP를 추정했다.
이 보고서는 HP필터법에 의하면 올 1분기에 인플레갭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원인은 HP필터법에 의해 추정된 잠재성장률이 과도하게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HP필터법은 추세의 변동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면서 순환변동의 진폭을 최소화하는 값을 잠재GDP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강 책임연구원은 “HP필터는 최근 성장에 대한 정보가 높은 가중치로 주어지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성장이 급락할 경우 잠재GDP의 추세가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이후 회복되는 시점에서 높아진 GDP 정보가 추가될 때 기존의 추정된 잠재GDP가 상향 조정되는 특성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HP필터는 이론적인 접근법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구조적 시계열 접근법이 그 대안이라고 말했다. 구조적 시계열 분석 접근법 중 구조 벡터자기회귀 모형(이하 SVAR)을 이용하여 추세를 추정했다.
이 보고서는 SVAR 모형에 의하면 잠재GDP가 시차를 두고 크게 하락해 작년에 이미 인플레갭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SVAR모형 역시 최근의 급락한 GDP 정보가 잠재GDP의 추정에 민감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구조적 시계열 분석방법은 잠재GDP의 급격한 하락, 또는 추세의 평행이동을 과도하게 반영하게 되어 침체 후 회복기의 산출갭 추정에는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산함수 접근법으로는 디플레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생산함수 접근법 디플레갭 여전히 존재
시계열 분석 방법의 한계로 인해 침체기 이후 회복기의 잠재GDP 추정에는 생산함수 접근법이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생산함수 접근법은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들과 실제산출량간의 함수를 구성해 추정한 후, 추세에 대응하는 생산요소를 대입해 잠재GDP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선진국이나 국제기구들이 잠재GDP를 추정하는데 있어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이용된다. HP필터와 달리 경제이론에 기초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변동 요인에 대해 경제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생산함수 접근법에 의해 잠재GDP를 추정해 보면 앞의 시계열 분석 접근법과는 상반되는 결과가 도출된다”고 말했다. 즉 최근의 빠른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실제GDP는 여전히 잠재GDP를 하회해 디플레갭이 남아있다는 것.
이는 투자가 감소하더라도 자본의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며, 노동투입의 감소 역시 일시적인 측면이 커 잠재적인 고용률은 완만한 하락에 그쳐 잠재GDP의 증가율을 크게 둔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고용지표는 아직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고용 지표의 경우 위기 이후 아직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은 3.5%로 낮아져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률이 고용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참고지표로의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고용상황을 보기 위해서는 실업률보다는 고용률이나 경제활동참가율을 봐야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경제활동참가율은 평균 62%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다가, 위기 이후 낮아진 상태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아직까지도 61% 수준에 머물고 있어 위기이전에 비해 약 1%p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는 것. 고용률(=생산가능인구 대비 취업자수) 역시 최근 취업자수가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00년대 평균에 비해서는 여전히 0.5%p 가량 낮다고 설명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이는 취업자수가 정상상태에 비해 약 25만명 정도 작은 상황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물가지표도 안정세 지속
이 보고서는 소비자물가도 아직까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6% 상승에 그쳐 6개월 동안 2%대의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다른 품목에 비해 크게 올라 전년동월대비 7.5% 상승하여 우려되지만 식품가격에 비해 공산품 가격은 2.8% 상승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 가격은 1.7% 상승에 그쳐 전체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근원물가지수도 7월달 1.7% 상승하는 등 6개월 동안 안정적인 모습을 지속하고 있어 수요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되어 있으며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밀가격을 중심으로 국제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에 비해서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비용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요인이지 수요압력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비용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원화강세로 상당부분 상쇄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경상수지의 흑자기조 지속과 외국인투자자금의 순유입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입물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 금리 인상 속도, 신중한 접근 필요
또한 하반기에는 실물경기의 상승세가 상반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원화약세를 통한 수출회복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인해 빠른 반등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원화약세 효과나 정부의 정책효과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진국의 성장세 둔화로 우리나라 주력제품들의 수요증가 추세 역시 꺾일 것으로 예상돼 수출의 활력 역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만약 지금과 같은 빠른 증가세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면 인플레갭, 즉 수요압력에 의해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하반기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수요압력이 커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인플레 갭이 발생하기 전에는 적정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올 하반기에 인플레갭, 즉 수요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압력이 발생한다는 증거는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경기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중에도 디플레갭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급격한 경제변동 시기에는 불확실한 인플레갭 추정치보다는 고용률, 물가 등 실물경제의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들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