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엇이든 손쉬워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리스크를 동반하는 법이다. 인감을 들고 은행까지 가서 서류를 작성해야 돈을 찾을 수 있었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힘들었던 위험들이 늘어났다. 아차하면 당한다는 보이스 피싱, 메신저 피싱 등이 넘쳐난다.
편의성과 함께 자라나는 보안이라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e-비즈니스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이호제 상무를 통해 온라인 시대의 보안 위협과 대처에 대해 들어봤다.
“온라인 금융사기의 시작은 명의도용이다.”
이호제 상무의 첫 마디는 간단하고 단호했다. 가상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위협은 범죄자가 자신의 존재를 가리는 명의도용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CCTV를 피하기 위해 은행강도가 마스크를 쓰듯, 온라인에서의 범죄자들도 복잡한 시스템과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명의도용이라는 마스크를 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 상무는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 상무는 얼마나 명의도용이 쉬운지를 보여 주기 위해 실제 모 인터넷 사이트에 가족의 성명과 주민번호로 가입을 시도하는 화면을 보여 줬다.
국내 유수의 신용평가기관이 제공하는 실명확인 서비스에서도 성명과 주민번호를 통한 인증은 이름과 번호만 안다면 누구나 통과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 상무는 “개인정보 도용의 1차 피해자가 본인인 만큼, 자신의 정보 보호는 자신이 신경써야 한다”며 “달콤한 경품 이벤트나 잘 모르는 사이트 등에 현혹되어 자신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흘려서는 안 되는 것은 기본이며, 한국신용평가정보 등이 제공하는 명의보호 서비스 등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의보호 서비스의 경우, 범죄자가 피해자의 성명과 주민번호를 알더라도 명의 당사자가 실명확인 설정을 ‘잠금’ 으로 두면 아예 모든 인증이 차단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명의로 진행되는 인증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 보다 적극적으로 명의도용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최신의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다.
이 상무는 “그러나 단순히 명의도용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해서는 안된다”며 “피해자는 개인이지만, 도용이 쉬운 환경을 만든 것은 결국 사회전체의 문화와 기업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서비스 향상을 위해 구축하는 고객 DB를 소중히 다루고, 고객정보의 보안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정보화 사회의 안전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마지막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동화 ‘햇님 달님’ 의 일화를 들려 줬다.
그는 “떡 팔러 나간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가 집에 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할 때, 오누이는 진짜 엄마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보여달라고 하고, 손을 넣어달라고 하고, 목소리를 확인하는 대목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정보화 사회와는 한참 먼 시대에서도 본인인증은 시도되고 있었다는 뼈있는 우스갯소리는 정보화 비즈니스가 다음 세대의 먹거리로 논의되고 있는 한국 비즈니스계의 인프라가 명의 보호에 대해 가져야 할 입장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