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저축은행의 부동산PF를 털어내기 위해 2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후 저축은행에게 강도 높은 개선안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들에게 경영개선 협약서 외에 이행계획서(이행각서)까지 써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저축은행 정상화를 위한 MOU를 맺은 적이 있었지만 이행각서까지 쓴 적은 처음이며 이는 당국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행계획서를 작성할 시간을 촉박하게 줘 실질적인 이행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독당국은 지난 5일 공문을 하달해 9일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행계획서 작성 시한이 4일밖에 되지 않아 급하게 작성된 계획이 제대로 경영개선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될지 의구심이 들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경영개선협약서에 의하면 금감원은 올해 말까지 해당 저축은행이 BIS 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저축은행이 캠코에 매각한 PF채권의 손실가능 예상액에 대한 충당금을 전액 적립할 때까지 배당을 할 수 없게 했다. 경영정상화로 MOU가 종료될 때까지 지점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저축은행들이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실적 보고서를 분기별로 제출하고, 계획대로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합리적인 이유와 함께 수정안을 의무적으로 내도록 했다.
또 정상화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때 현장지도 등을 위한 감독관을 파견하고 대주주 출자 등 자본확충과 보유자산 처분 등과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목표 BIS비율을 기한 내에 달성하지 못할 경우 타 저축은행과 합병 요구 및 캠코와 체결한 PF 채권 양수도 계약을 해지하도록 했다.
저축은행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행계획서에 대주주 증자, 계열사 매각,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 계획을 비롯해 부실채권 회수, 대손상각 등 자산건전성 제고, 외부투자자 유치,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조직 및 인력 구조개선 방안을 담도록 했다.
또 리스크 관리, 여신 사후관리 등 위험관리체계 강화 방안은 물론 내년 6월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고정이하 여신비율, 연체율 등 재무비율 개선 계획도 포함시키도록 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경영개선방안을 세우기에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라며 “자칫 올 연말 대거 M&A 시장으로 내몰리는 저축은행들이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2분기 연속 BIS비율을 8% 이상 유지하거나 경영정상화가 충분히 달성됐다고 금감원장이 판단하는 경우 MOU 효력을 종료키로 했다. 따라서 2분기 시점인 올 연말에 경영정상화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저축은행들은 대거 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