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 중에서 보험권은 유독 대외적인 이미지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떨어지게 되더라도 이미지 전환을 위한 ‘사명변경카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종종 사용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kdb생명(구 금호생명),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에르고다음다이렉트), AXA다이렉트(교보AXA다이렉트), 차티스(AIG손보) 등 사명변경이 잦았다.
우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부실로 산업은행에 인수된 금호생명의 경우, ‘산업은행계열 금호생명’이라는 다소 긴 사명을 임시로 사용하다가 지난달 10일 주총을 통해 사명을 변경해 ‘kdb생명’으로 새 출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얼굴에 해당하는 본사건물의 간판은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kdb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 외관 상층부에 위치한 간판 교체시 특수 장비가 필요한데 그 비용이 200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kdb생명과 건물주와의 비용에 대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터라 간판 교체 작업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는 것.
그 이외의 사명교체작업은 수월하게 진행 중이다. 홈페이지와 광고는 kdb생명의 새로운 컨셉에 맞춰 새롭게 단장했다. 특히 TV광고에서는 중독성있는 멜로디를 삽입해 kdb생명의 새로운 사명을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달 사명을 변경한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경우에는 기존의 사명 뒤에 ‘손해보험’만 붙은 경우라 간판교체는 없다고 밝혔다.
에르고손보는 지난달 1일부터 운전자보험과 자녀보험 상품을 내놓고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을 변경함으로써 본격적인 종합손해보험사로의 한발을 내딛었다.
◇ 보통 사명변경은 2~3개월 정도 소요
작년 9월 차티스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한 AIG손해보험은 한국에 진출한지 56년차인 외국계 보험사이다.
그러나 그리스어로 ‘지도’를 뜻한다는 ‘차티스’단어가 생소한데다가 기존의 AIG손보의 인지도가 높아 빠른 시일내에 바꾸지는 않았다. 이를 감안해 작년 12월까지 약 3개월동안 사명 변경작업을 서서히 진행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차티스손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왔다.
2008년 1월 롯데손해보험으로 다시 태어난 대한화재는 롯데그룹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톡톡히 본 케이스에 속한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당시 1월 중순부터 시작된 사명변경이 3월 중순까지 2개월에 걸쳐 변경작업이 완료되었고 잘 알려진 대기업 이름이라 사명변경에 큰 혼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 소비자 혼란 최소화하기 위한 장기전략도
변경 기간이 조금 더 길었던 보험사도 있다. 교보AXA다이렉트의 경우에는 작년 11월에 AXA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바꿨지만 작년 5월부터 공지를 시작해 약 1년여에 걸쳐 사명을 변경했다.
AXA손보 관계자는 “사명변경으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작업을 해왔고 지금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장수 보험사인 메리츠화재는 2005년 10월 사명 변경과 함께 본사를 강남으로 이전했다. 보험과 증권, 종금을 아우르기 위한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 ‘동양화재’에서 사명을 바꿨고 최근에는 금융지주사로의 도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사명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명변경 발표 1년 뒤 자체 모니터링을 거쳐 미처 바꾸지 못한 부분을 체크해 빠짐없이 메리츠화재 가족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