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형화 특성과 시너지 제고방향 유도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금융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의 시장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키기 위해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의 금융기관에 0.15% 세율의 은행세(금융위기 책임세)를 부과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고 은행의 업무범위와 규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볼커 룰(Volcker Rule)을 도입했다. 또한 금융안정기구 설립, 소비자 보호 강화, 파생상품시장 및 헤지펀드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규제 강화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자본시장의 발전에 긍정적이며 국내 금융기관에게는 해외 금융회사의 인수·합병을 통해 국제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 조호정 선임연구원은 ‘미국 금융규제개혁의 영향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의 글로벌화 기회를 살펴봤다.
◇ 도덕적 해이 방지 위한 금융규제 방안 입법
오바마 행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구제금융 자금 회수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규제개혁 방안을 마련해 입법화했다.
이 보고서는 이같은 조치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의 시장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키기 위해 은행세를 금융기관에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세는 10년 이상 부과돼 구제금융 자금의 완전상환을 위해 약 900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 환수를 목적으로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JP모건 24.6억달러, 시티그룹 24.3억달러, BOA 23.6억달러 등의 은행세를 부과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의 금융기관에 0.15% 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최근 IMF도 G20회의에 은행세 도입 방안을 건의하기로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은행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가 제시한 은행세 도입에 대한 논의는 6월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 의제로 상정될 예정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은행세와 더불어 대형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금융회사의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하고자 볼커룰의 도입이 제시됐다.
볼커룰은 금융기관의 대마불사 폐해로부터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은행의 업무범위와 규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의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예금부문에 국한된 시장점유율 10% 규제를 부채 부문까지 확대 적용해 대형 금융기관의 인수 및 합병을 제한토록 했다.
지난 3월 15일 미 상원 크리스토퍼 도드 위원장은 금융안정개선법에 볼커룰을 추가해 더욱 강화된 도드안을 발의했다.
금융안정개선법은 은행지주회사 내 모든 계열회사의 트레이딩계정 거래와 헤지 사모펀드 거래를 금지하며, 대형화 억제조항의 대상을 저축은행계 지주회사로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부실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경우 시장점유율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같은 규제 배경에는 실물경제 대비 급속히 팽창한 전세계 금융자산의 영향력 확대로 인한 괴리 발생,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한 손실 규모 확대와 규제금융 자금의 회수, 투자은행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가 재차 제기되면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파생상품 규모가 여전히 확대되고 있어 금융감독기구의 보완이 시급히 요구되며 입법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 금융시장에 도입될 경우 금융산업 발전 계기
이 보고서는 오바마 금융규제개혁이 국내 금융시장에 긍정적 영향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가 국내 금융시장에도 도입될 경우 안정성이 높아져 국내 금융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시 변동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금융시장이 금융규제 강화로 안정성이 높아질 경우 금융산업의 발전과 선진화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 자금의 쏠림현상이 강한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볼커룰의 도입에 따라 해외 대형 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이 억제될 경우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금융회사에 대한 인수·합볍이 활성화돼 국제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급감했지만 2007년 이후 금융투자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가세가 재차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규제 강화 등으로 투자자들이 단기·위험 투자에서 장기·안정 투자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투자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회사의 인센티브 체계가 장기·안정적인 성과에 대한 보상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며 투자자들에게도 안정성과 장기투자가 가장 큰 고려대상이 될거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반적인 은행세 도입으로 추가 세금 부담이 확대된다면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부정적 영향도 들었다.
국내 은행들의 명목순이자마진(NIM)이 2005년말 3.08%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2009년말 2.15%까지 떨어졌는데, 은행세가 부과될 경우 은행의 손익구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간 자본거래에 부과되는 토빈세와 같은 금융거래세가 도입될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입이 감소해 국내 자본시장의 위축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수·합병 제한과 금융규제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고려없이 지나치게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금융자율화의 정도를 회귀시켜 국내 금융산업 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다양한 규모의 금융기관 발전 환경 조성돼야
미국의 금융규제 여파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금융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다양한 규모의 금융기관들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필요하다면 단순히 규모를 키워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성과 금융기관의 합병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여전히 낮고 2009년 The Banker지가 발표한 세계 100위내의 금융기관도 70위권 밖에 국민, 우리, 신한지주 3개사에 불과해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유도해 시장을 확대하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세 도입뿐 아니라 금융위기 상황에서 긴급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시장 안정화펀드 조성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위기 충격이 심했던 선진국 금융시장의 문제로 금융개혁의 방향이 설정되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취약성 및 금융회사의 쏠림현상 등 신흥국의 시스템리스크 해소를 위한 국제적 차원의 논의도 진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거래세 도입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하며 건전한 외국인투자자금은 인센티브를 주고 투자자금의 단기유출은 막을 수 있는 비대칭 규제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국제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대형은행, 전문화된 중형은행, 소형지방은행들이 모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 겸업화의 환경도 리딩 금융기관들이 다른 금융기관의 영역을 단순히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고 국제화 시키는 방향으로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볼커 룰(Volcker Rule)의 주요 내용 〉
(자료 : The White House, “Remarks by the President on Financial Reform” 2010. 1. 21)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