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이후 높은 주택가격 상승도 걸림돌
경기회복 조짐들이 나오고 있지만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시중자금이 단기금융시장으로 쏠리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동자금의 단기화가 자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소 정성태 책임연구원은 ‘시중자금 단기화, 아직 부작용 크지 않다’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시중자금의 흐름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 금융시장의 단기화 현상 심화
이 보고서는 시중금리 하락세와 더불어 단기금융부문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하면서 2010년 1월말 68.9조원이던 MMF 잔액은 5월 4일 현재 79.8조원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시중금리 하락과 시중자금의 단기화 경향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로 인해 경제주체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게 되면, 자산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
현금, 결제성 예금, MMF 등으로 구성된 협의의 통화인 M1은 2009년 3월 이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2010년 15.3% 증가) 반면 광의의 통화인 M2 증가율은 9%에 머물고 있으며 M2보다 만기가 길고 현금으로 전환시 원금의 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기관 유동성(이하 Lf)의 경우도 6%대의 낮은 증가율에 머물고 있다.
이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M1, M2, Lf의 연평균 증가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경기변동, 금리변화 등에 따라서 각 통화지표의 움직임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M1은 상대적으로 단기금리인 콜금리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M2는 콜금리보다는 경기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점에서 최근의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M2 증가율은 크게 높지 않고, M1의 상승률이 높은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우선 정책금리가 2%로 낮게 유지되는 것이 M1의 상승률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중심으로 단기금리가 변동할 수 있도록 통화량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M1의 증가율이 높다는 것. 반면 M2 증가율이 다소 낮은 이유는 장단기 금리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시중자금의 단기화가 예금자 및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낮은 장기금융상품을 기피해 나타나는 현상이더라도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단기로 조달해 장기로 운용)이 원활히 작동한다면 큰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하지만 단기화 현상이 투자 및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대출수요가 감소하면서 나타난 것이라면 경제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거래적, 투기적 요인으로 M1/M2 비율 상승
M1/M2 비율의 변동을 거래적, 예비적, 투기적 동기의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했다.
거래적 요인에 따른 M1/M2 비율의 변동은 경기종합지수 동행지수의 변동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비적 요인에 의한 변동은 거래적 요인과는 반대로 움직이며 투기적인 요인에 의한 변동은 다른 요인에 의한 변동보다는 크지 않고, 여타 요인과는 별개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M1/M2 비율의 변동은 우선 경기가 회복되면서 거래적 요인에 의해서 M1/M2 비율이 상승한 결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예비적 요인에 의한 변동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줄어들면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투기적 수요는 장단기 금리 차이의 축소에 따라서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세 가지 요인 이외에도 최근의 M1/M2 비율의 상승과 시중금리 하락에는 외국인의 채권투자 확대와 대출 수요 감소에 따른 은행권의 자금운용의 변화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채권투자는 단기금리보다는 장기금리를 떨어뜨리고, 장기금리의 하락은 단기금융시장으로의 쏠림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 또한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우리나라 채권의 수익률 수준보다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수익률 차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최근의 금리하락은 전 세계적인 저금리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09년까지 크게 증가했던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이 2010년 들어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것도 시중금리 하락과 단기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2010년 1~3월 중 은행의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은 3.9조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 수준(2009년 1~3월중 11.4조원)에 그쳤다. 가계대출은 대출기준금리의 변경, 주택가격 약세지속 등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중소기업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정부의 보증비율 축소, 신용위험 가능성 증대 등으로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정 책임연구원은 “은행들이 정기예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였지만 대출 등 자금운용이 여의치 않자 일부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는 것도 금융시장 내 단기화 경향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가수익률, 거래적 요인 증가하면서 상승
이 보고서는 M1/M2 비율을 거래적, 예비적, 투기적 요인으로 분해한 결과와 주가수익률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가수익률과 세 요인들 간에는 장기적인 관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선 주가수익률은 거래적 요인이 증가하면 상승했다는 것. 거래적 동기의 화폐수요 증가는 경기회복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주가와 거래적 화폐수요가 정(+)의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예비적 요인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거래적 수요와는 반대의 결과가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자산은 처분하고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투기적 요인의 증가는 향후 금리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주식수익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주식수익률과는 달리 주택가격 상승률과 세 요인들 사이에는 장기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주택가격의 변화가 경기 및 이자율 변화 이외에 정부의 세제 및 금융규제, 주택수요자의 구매심리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보고서는 주택가격과 개별 요인들간의 선행관계도 살펴봤다. 거래적 요인은 주택가격 상승률에 3~4개월 정(+)의 관계로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예비적 요인도 주택가격 상승률에 마찬가지로 3~4개월 부(-)의 관계로 선행했다. 이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득이 증가하고, 불확실성도 줄어들면 주택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투기적 수요는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률에 12개월 정도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책임연구원은 “주택가격이 일정 기간 상승한 후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단기 금융시장으로의 쏠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 자산가격 급등 가능성은 낮은 듯
이 보고서는 최근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리하락과 자금의 단기화 현상을 통화량 분석을 통해서 살펴봤다. 우선 M1 증가율이 M2보다 높은 현상이 단순히 ‘고수익 투자처를 기다리는 대기수요(투기적 수요)’에서 비롯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결제수요가 늘어나면서 M1/M2 비율이 상승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앙은행의 정책적인 고려가 M1/M2 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상당 기간 미뤄지면서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그에 따라 금융시장 내 단기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아울러 외국인 채권투자의 확대와 대출 수요의 감소도 이러한 현상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최근의 M1/M2 비율의 상승은 국제적인 저금리에 따른 외국인 채권투자, 정책금리 인상 기대의 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산배분, 경제 전반의 대출감소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주택 등의 자산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만 90년에 비해 99년 이후 M1, M2 증가율 격차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의 상승도 높았던 점을 감안할 때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는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