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 고조돼
그리스발 재정위기 여파가 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EU(유럽연합)와 IMF(국제통화기금)는 대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하고 진화에 나섰다.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지원에 앞서 GDP 대비 11%인 약 3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하면서, △부가가치세 인상 △공공부문 임금 및 연금 삭감 △정년 연장 △탈세에 대한 강력한 집행 △군사비 지출 억제 △공기업 민영화 등을 약속했다.
EU와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재정위기 및 남유럽국가로의 전염 가능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은 남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유럽팀 오태현 전문연구원은 ‘그리스 구제금융 승인과 납유럽 재정위기 전망’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발 재정위기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 EU 및 IMF의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합의
2일 EU 및 IMF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패키지를 공식 발표했다. EU 및 IMF는 향후 3년간 그리스에 총 1100억 유로(약 14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면서 향후 3년간 300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감축을 달성해야 한다.
구제금융 패키지에 따르면 유로존 회원국들이 800억 유로를 약 5%의 금리로 지원할 예정이며, 나머지 300억 유로를 IMF가 대기성차관(SBA: Stand-By Arrangement)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다.
유로존 국가 중 독일이 최대 규모인 223억 유로를 지원하며, 다음으로 프랑스가 168억 유로, 이탈리아 147억 유로, 스페인 98억 유로, 네덜란드 47억 유로, 나머지 10개국이 119억 유로를 지원한다.
첫 번째 구제금융 자금은 오는 5월 19일 이전에 그리스에 제공될 예정이다. 유로존 회원국별 지원과 관련해서는 국내 의회의 승인과 함께 유로존 정상들의 서명이 요구된다. IMF는 9일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안을 승인했다. 이에 IMF 구제금융 지원자금 중 55억 유로는 즉각 집행되며, 연내 총 100억 유로가 그리스에 지원될 예정이다.
또한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을 중심으로 정부차원의 구제금융과 별도로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를 장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
이 보고서는 그리스 통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고조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권교체 이전인 2009년 9월 당시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의 2009년 재정적자가 GDP 대비 3.7%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권교체 이후 은폐된 재정적자가 무려 9%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된 것. 그리스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남유럽국가들의 CDS 프리미엄 및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동반 급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오태현 전문연구원은 “EU 및 IMF의 그리스에 대한 지원 의사에도 불구하고 S&P가 4월 27일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며 “이에 그리스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던 독일의 입장이 바뀌면서 EU와 IMF의 구제금융 패키지가 전격적으로 합의됐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는 4월 12일 300억 유로 규모의 긴급차관을 그리스에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유보적인 독일의 입장으로 인해 차관 지원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독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정당들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고 있으며, 독일 국민의 약 51%도 그리스 지원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게 된다면 더 큰 정치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 그리스 정부 재정적자 96억8500만 유로 감축안 발표
그리스 정부는 지난 1월 14일 재정적자 감축안을 제출했으며, EU 집행위원회가 2월 3일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시장의 불신이 종식되지 않고 오히려 감축안의 가능 여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재정적자 감축안에 따르면 2012년까지 EU의 안정성장협약 기준인 GDP 대비 3%의 재정적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정적자 감축안에 따라 2010년 한해 그리스는 총 96억8500만 유로 규모에 달하는 4%포인트의 재정적자를 감축해야 한다. 재정적자 감축안은 그리스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0.3%의 성장을 기록한 후 2011년부터 플러스 성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 3월 3일 그리스 정부는 48억 유로 규모의 추가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했다. 추가 재정적자 감축안은 1차 재정적자 감축안 발표 이후 최대 노조인 노동총연맹과 공공노조의 대규모 파업을 겪은 후 나온 조치로,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정부는 5월 2일 EU 및 IMF의 구제금융 지원에 앞서 GDP 대비 11%인 약 3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오 전문연구원은 “특히 IMF의 스트로스 칸 총재는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이 그리스 공공부문 지출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어 개혁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고 말했다.
◇ PIGS 전이 가능성에 주의해야
이 보고서는 이번 EU와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합의 이후에도 단기적으로 그리스의 재정위기 해소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여전히 국제금융 시장을 둘러싼 불안요인이 상존해 있다는 것. 특히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고강도 정부정책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그리스 정부의 내부갈등 해결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안에 반발하는 그리스 공공노조연맹(ADEDY) 및 노동자총연맹(GSEE)이 지난 5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그리스 국민들의 불만(4월 17일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약 60%가 정부정책안에 반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리스 정부가 고강도 재정긴축을 이겨내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 보고서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그리스 재정위기가 남유럽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 금융으로 인해 남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에 있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시장의 관심이 전환되고 있다는 것.
그리스와 함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4월 들어 하향 조정되고, 전망 또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 5월 5일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에 대해서는 IMF의 구제금융설이 금융시장에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주요국 은행들의 해외대출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1~4.3%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번 남유럽 재정위기에 포함된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 대한 대출비중은 7.9~24.2%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의 은행들이 그리스를 포함한 PIGS에 대한 대출비중은 모두 20%를 상회하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전문연구위원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그리스와 유사한 경제상황(취약한 재정구조, 해당국 및 유로지역의 문제해결 능력 등)과 함께 상이한 국별 요인도 작용한 것”이라며 “따라서 이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리스와 다른 해법이 요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리스 구제금융은 남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라며 “향후 그리스 구제금융 과정상의 위험요인뿐만 아니라 스페인 및 포르투갈의 위기 전파 가능성에 주의해야 하고 특히 스페인의 경우 경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 IMF의 조기 개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유럽 주요국 은행들의 남유럽국가들에 대한 익스포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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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BIS; Bernstein Research)
(전체 해외대출에서 해당국에 대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