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촉진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시장 활성화
자본시장법이 도입되고 벤처캐피탈의 위치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로 아직까지는 시장의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융시장에 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초기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펀드운용 방식 선진화를 통한 투자재원 조성, 유능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육성 및 확보, 신기술금융회사에 대한 집합투자업 겸영허용, M&A 촉진을 통한 투자회수시장의 활성화 등을 통해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의 역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건국대학교대학원 벤처테크노경영스쿨 허창문 교수는 ‘코스닥시장 최초공모주의 초과수익률 분석을 통한 벤처캐피탈의 역할 제고방안’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벤처캐피탈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 자본 참여 투자 이뤄지게 제도개선 등 이뤄져야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을 지칭하는 신기술금융회사 및 창업투자회사는 위험성이 큰 반면,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이익이 예상되는 벤처기업에 대해 자금을 공급하고 성장할 때까지 경영지원과 더불어 투자대상 기업의 위험을 함께 하는 기업 또는 투자그룹을 의미한다.
따라서 벤처캐피탈은 투자한 기업을 성장시키지 않으면 이득을 얻을 수 없고 투자한 기업과 위험부담을 함께 하기 때문에 지원형태, 담보취득, 자금회수 등에 있어 수동적인 기능을 하는 일반금융기관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벤처캐피탈은 그동안 경영기반과 신용이 아직 취약한 신생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경영을 지원하는 기능을 가지고 성장 가능성이 큰 초기기업과 과도기 기업에 투자를 해왔다.
특히, 초기 벤처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선정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산업의 활성화와 기술 및 지식 집약산업 또는 혁신산업의 발전에 기여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기술의 상품화와 신시장의 개척 등이 벤처캐피탈의 자금과 경영지원을 받고 성장한 벤처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벤처캐피탈이 기술과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가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보고서는 벤처캐피탈 역할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정부가 기업가정신의 부활을 통한 새로운 경제 도약을 구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벤처캐피탈의 역할 제고를 통한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육성 발전은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초기 유망 벤처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중소기업투자회사(이하 SBIC)처럼 연구개발 및 사업초기단계에 있어 창업초기 유망 신기술 벤처기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자본 참여방식에 의한 투자에 중점을 둘 수 있는 제도개선과 정부의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증권회사, 대기업 등이 자회사로 미국의 SBIC와 같은 창업초기 벤처기업 전문투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정부는 모태펀드의 출자, 세제 혜택 등의 과감한 지원으로 이들의 적극적인 창업초기의 벤처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 시도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모델을 본 딴 산학협력그룹인 기술투자회사 설립을 통해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투자 등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펀드 운용방식 선진화로 벤처투자 재원 조성
창업초기 유망 신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재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먼저 부동산 투기 등 비생산적인 분야에 있는 시중 유동자금을 창업 및 벤처기업 투자 등 생산적인 분야로 전환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창업 및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펀드 상품을 개발해 벤처펀드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세제지원혜택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투자조합 출자자 중 연기금,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연금, 기금, 금융기관,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벤처펀드에 출자할 수 있는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연기금 자금 운용규모는 2009년 말 기준 4.4조원으로 40여개 기관자금을 자산운용사들이 MMF, 각종 펀드로 운용하고 있지만 벤처투자펀드에 대한 출자한도가 제한돼 있어 투자재원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투자 재원의 확충을 위해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기금 투자 포토폴리오 구성 시 벤처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모태펀드를 지속적으로 확대 조성해 민간 벤처캐피탈의 취약한 자금조달 여력에 대한 보완과 안정적인 투자재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창업초기기업 및 지방기업, 여성기업 등 취약분야를 지원하는 전문펀드에 대해서는 모태펀로부터 출자비율 우대, 성과보수 우대 등을 통해 정책성 펀드의 결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모태펀드의 역할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 벤처캐피탈도 미국의 벤처캐피탈과 같이 투자한 기업의 비상임 임원이 돼 그 기업의 경영전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경영자의 활동을 지원하며, 경영상의 문제를 경영자와 직접 논의할 기회를 마련하고 상호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벤처캐피탈이 투자기업에 대해 경영지원활동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보다 많은 자본이득을 얻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를 보다 안전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현실적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어느 정도의 성장지원기능을 발휘하는가는 벤처캐피탈의 역량이며,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이 이런 유능한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다수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성과측정을 통한 합리적 보수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고정급이 적은 대신 벤처캐피탈리스트가 투자하고 경영지원활동을 수행한 기업이 실현한 소득에 연동하는 철저한 성과급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
또한 유능한 벤처캐피탈 전문 교육과정이 있지만 보다 심도 있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주요 경영대학원, 기술지식과 경영능력을 결합한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기술경영 학위과정 운영대학에 벤처캐피탈 전문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실리콘밸리 연수 및 모의 투자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졸업 직후, 현장투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기술금융회사에 집합투자업 겸영 허용해야
벤처캐피탈인 신기술금융회사는 창업투자회사와 달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신기술금융회사 본연의 투자업무 이외에도 금융기관으로서 폭넓은 금융투자업무를 허용함으로써 이로 인한 경험과 수익을 바탕으로 벤처기업 투자를 증대하고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즉, 신기술금융회사가 금융기관으로서 더욱 발전해 풍부한 투자경험을 쌓고 충분한 수익을 올리게 되면 이러한 투자경험 및 노하우, 자금력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의 금융투자업무 중 집합투자업은 신기술금융회사가 영위하는 투자 업무와 매우 유사해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업무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관계부처간의 원만한 협의와 조속한 법 개정으로 신기술금융회사에게 집합투자업을 허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M&A는 시장중심의 벤처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구성요소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기업M&A는 그 특성상 정부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율적인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내 벤처기업의 M&A 수요증가에 비해 그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자생적 시장인프라는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에 기업 M&A의 자생적 시장형성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부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들간의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벤처기업 투자와 경영지원 능력이 축적돼 있는 신기술금융회사의 적용범위에 신기술사업자의 인수·합병 등의 중개·주선·대리업무를 추가해 M&A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벤처기업이 M&A와 관련한 상담 및 중개기능을 수행하는 벤처기업 전용 M&A센터의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도별 신기술금융회사 및 창업투자회사 현황과 실적 〉
(출처: 여신금융협회, 중소기업청,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