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경영부실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으로부터 추가 차입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저출산으로 인한 실수요 인구 감소, 도시화 속도의 정체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라는 것.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은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살펴봤다.
◇ 단기적으로 매매가 상승세 이어져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0년 1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08년 12월=100)는 사상 최고치인 101.7을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9.7%(전국 평균 7.2%) 상승했다.
임 연구위원은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아파트 시장은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장기 상승 원인은 도시화 및 핵가족화 진전, 실수요 인구 증가, 실질 소득 증가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수요 급증 등을 꼽았다.
도시화율은 1970년에 40.7%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5년에는 80.8%를 기록했으며 2010년에는 81.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핵가족화로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아파트 수요 역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세대 가구 수는 1970년 38만 가구에서 2005년 257만가구로 급증했다. 1세대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6.8%에서 2005년에 16.2%로 급등했다.
신규 주택 실수요 연령대인 30~40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 현재 30~40대 인구는 1623.3만명으로 1970년의 679.4만명에 비해 2.4배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30~40대 인구는 2005년 823.6만명으로 1970년 202만명에서 연평균 4.1%씩 급증했다.
또한 실질소득 증가로 인해 아파트 수요가 증가하기도 했다.
1970년 144만원에 불과했던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은 1997년에 1428.8만원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1292.5만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8년에는 1932.5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득은 2003년 282만원에서 2008년에 311만원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아파트 가격 상승 기대감에 따른 투자 수요가 증가한 이유도 들었다.
2004년 1분기 155.8조원에 달했던 예금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9년 3분기에는 259.2조원에 달했다.
임 연구위원은 “아파트는 주거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형 자산임과 동시에 리스크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안정 자산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도권 지역의 주택 수급 불균형으로 추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주택 보급률이 2008년에 100.7%를 넘어서면서 전국적으로 주택 시장은 초과 공급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반면 수도권 지역의 주택 보급률은 여전히 10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 가능성 커
이 보고서는 아파트 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락할 것이며 이는 지방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확산돼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지방에 비해 고평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의 버블 가능성을 검토하는 지표로 RJP(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를 사용하는데 수도권의 RJP와 전국 RJP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지방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것. 수도권의 RJP는 2006년 6월 이후 5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인과성 검정 결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 변동이 지방 아파트 가격 변동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의 원인이 도시화 속도의 정체, 저출산에 따른 30~40대 실수요 인구 감소, 아파트 구입능력 하락, 금융권 추가 차입 여력 소진 등을 들었다.
우선 도시화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신규 아파트 수요 창출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도시화율 상승률은 1975~1980년에 3.4%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1995년 이후 연평균 도시화율 상승률은 1% 이내로 하락했으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느린 도시화로 신규 아파트 수요는 정체될 것”이라며 “수도권 가구 수 증가의 정체는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신규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아파트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30~40대 실수요 인구 감소로 아파트 수요가 감소할 것을 예상했으며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2018년까지 증가하던 총인구는 저출산의 마이너스 효과가 고령화의 플러스 효과보다 큰 2019년 이후 감소해 2030년에는 4863.5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아파트 물량에 대한 실수요 연령대인 수도권 30~40대 인구는 2014년 이후 감소세를 예상했다.
◇ 평균 연봉 2710만원으로 13년간 모아야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인해 구입 능력이 낮아지고 있어 아파트 수요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평균 연봉에 비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아파트 구매 능력은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아파트 평당가격은 2010년 2월 현재 강남구 3408만원, 서울 평균 1761만원, 전국 평균 832만원에 달하고 있다.
통계청은 2008년 기준 근로자 월평균 급여총액을 225.9만원으로 조사했으며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2710만원이라는 것. 이 근로자가 서울에서 66㎡(20평)의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한푼도 쓰지 않고 13년간을 모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금융권으로부터의 추가적인 차입 여력 역시 거의 소진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 부채 비율이 포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 부채 비율은 2000년 83.7%에서 2008년 139.9%로 급등했다. 일본과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가계가 금융권으로부터 추가적인 차입을 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
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 열악한 노인 복지 체제 등을 감안할 경우 추가적인 차입 여력은 소진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단기적 아파트 가격 급등 대비책 필요
이 보고서는 시장 원리에 따라 아파트 가격의 장기적인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수요에 따른 탄력적 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 대책과 투기 지역으로 판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투기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버블 붕괴가 급진전될 경우 가격 급락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무분별한 신도시 건설 및 도심 재개발을 자제해 단계적 개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가 가계파산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선제적 모니터링 시스템 및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점진적으로 하락시키기 위해 지방 인구의 수도권 인구로의 유입을 최소화하고 수도권 노령 인구의 지방으로의 유출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거점 도시들을 집중 육성하고 이들 거점 도시들과 주변 지역 간 전철화, 도로 확충 등을 통해 수도권 인구로의 유입을 최소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령층 인구를 위한 실버 타운을 지방에 적극 개발함으로써 수도권에 거주하는 노령층 인구의 지방으로의 유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