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2000년 이후 영국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 글로벌 위기 속에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가계 능력에 비해 가계 부채의 규모가 크다는 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의 상환 능력이 취약하며 가계부채의 실물자산 담보 비중이 높고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크다는 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관리 차원에서 각 경제주체들은 피해를 최소화시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이 ‘국내 가계부채, 대비책 필요하다’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과거 영국의 사례와 비교해보고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봤다.
◇ 영국 저금리·주택경기 호황 등 주택담보대출 증가
이 보고서는 영국의 가계부채는 2000년대 이후의 주택경기 호황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기인해 현재 주요국 중에서 가장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모기지대출은 2000년말 7000억 파운드에서 2009년 4분기 현재 1조4600억 파운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박 전문연구위원은 “영국 가계 부채의 증가는 2000년대 이후의 주택경기 호황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2009년 2분기 현재 주택담보대출과 소비자신용의 잔액이 각각 1조2267억 파운드와 2323억 파운드로 모기지대출의 비중이 5배 이상 크게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가계부채 급등으로 인해 영국은 현재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심각한 가계부채 수준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비교대상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1년말 106.01%에서 2007년에 173%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미국의 140%, 일본의 110% 수준 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금융위기 발생 전까지 심각한 부담 안돼
영국 가계부채 급증의 배경은 저금리 기조, 주택가격 상승,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확대, 신용대출 증가 등을 들었다.
Bank of England(영란은행)가 2000년 이후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동참하면서 가계의 차입여력을 확대시켰으며 2000년대에 전 세계적인 주택가격 상승 현상 속에 영국의 주택가격도 급등하면서 가계들이 매매차익을 기대한 주택모기지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영란은행은 2000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 극복과 물가안정 기반 위에서 장기간 기준금리를 4% 내외에서 유지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가운데 변동금리대출에 대한 이자부담 경감, 미래소득의 현재가치 상승 등으로 가계의 차입여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에 전 세계적인 주택가격 상승 현상 속에 영국의 주택가격도 급등하면서 매매차익을 기대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주택자금을 공급하는 영국의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모기지 상품 개발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시켰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IT산업의 공급과잉 현상으로 신경제가 무너지면서 금융기관들의 기업대출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이며 2000년대 후반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2002년에 약 500억 파운드 수준에서 2007년 2분기에 930억 파운드로 증가했다.
이밖에 영국 가계들은 2000년대 들어 과소비, 2006년 하반기부터는 생계형 지출 등으로 신용대출도 꾸준히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들어서 영국 경제상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소비가 크게 늘어나자 이에 필요한 자금수요가 급증했다는 것. 특히, 2006년 하반기 영국경제 둔화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와 증가된 차입부채에 대한 원리금 부담 등으로 생계형 신용대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문연구위원은 “영국 가계부채 급증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주택가격 급락, 은행의 건전성 악화 등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후 가계의 원리금 부담에 따른 소비능력 약화, 개인파산 급증, 그리고 신용경색 현상 심화 등에 직면하면서 소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제회복은 2009년 3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주요 국가와는 달리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영국 경제 위기에 대한 논쟁까지 가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출구전략 시 부채상환 부담 더욱 커져
이 보고서는 국내 가계부채도 2000년 이후 영국과 매우 유사한 배경으로 급증하고 있어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이후 국내 가계부채는 영국처럼 저금리 기조 아래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한데 편승해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
국내 가계신용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2009년 4분기까지 영국의 2.16배 증가 보다 훨씬 빠른 3.42배 급증했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로 원리금 상환 부담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주택담보대출에 의한 차입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률은 15% 수준으로 미국의 13% 수준에 비해 높다는 것.
박 전문연구위원은 “앞으로 출구전략 등에 따른 금리 상승 시 이자부담 증가로 부채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가계자산이 대부분 실물자산에 근거하기 때문에 여건 악화 시 현금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실물자산 증가가 가계부채 증가에 기반을 두고 있어 자칫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거나 실물자산이 유동화 되지 못할 경우 금융자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의 62% 이상이 소득 4~5분위의 중산층 이상이 보유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이 가계부채 문제에 매우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자산이 없는 소득분위별 1분위의 가처분소득대비 부채배율이 4~5분위의 120% 수준에 비해 매우 높은 320%로 나타났다. 1분위의 원리금 상환부담률이 28%로 이는 2분위 14%, 3분위 12%, 4분위 11%, 5분위 11%에 비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 무리한 가계부채 회수는 금융기관 부실로
이 보고서는 국내 가계부채 상황은 영국처럼 대외충격이 왔을 때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각 경제주체들은 사전에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문연구위원은 “국내 가계부채 급증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여건이 악화될 경우 영국의 경우처럼 국가경제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그 피해를 최소화 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문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중산층의 실물자산 유동화 방안을 마련하고 또한 가계부채상환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은 금융시장 혼란에 대비해 사전 위험관리와 개인들의 신용위험 상승에 대비해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들이 무리한 가계부채 회수를 할 경우 결국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권 전체 차원에서의 적절한 대책 수립을 해야 하며 국내 가계의 원리금 부담 축소를 위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미국 상업은행의 프라임모기지론 형식으로 20~30년 장기화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개인들의 경우 가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스스로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