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인상 등 내부적 노력…해결될 듯
유럽발 금융위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후폭풍을 맞지 않기 위해서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리스 재정위기는 금융위기 여파로 발생한 과도한 재정지출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 황현정 책임연구원는 ‘그리스 재정위기의 영향 및 전망’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유럽발 금융위기 재발 현황을 살펴봤다.
◇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 재정적자 급등
이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의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 규모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의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 규모는 2008년 말 각각 146억 유로, 2273억 유로에서 2009년 9월말 230억 유로, 2629억 유로로 급등했다.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2008년 7.7%에서 2009년 12.7%, 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도 2008년 99.2%에서 2009년 112.6%로 급등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EU 협약의 재정건전성 기준인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 3% 이내, 정부부채 비율 60% 이내에서 크게 벗어나는 수치”라며 “2011년 GDP 대비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 규모는 각각 12.8%, 135.4%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이같은 재정위기의 원인은 금융위기에 따른 과도한 재정지출, 재정의 비효율성, 과다한 사회보장비 지출 등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유동성 악화가 심화됨에 따라 그리스는 GDP 대비 11.6%에 이르는 금융부문 지원책을 마련, 이중 40.5%(2009년 8월말 현재)가 실제로 집행됐다.
또한 그리스의 재정은 지출이 늘어나는 반면 수입은 줄어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의 GDP 대비 재정지출 비율은 2006년 29%에서 2008년 31%로 증가한 반면, 재정수입 비율은 같은 기간 25%로 정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세수기반이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2004년 이후 법인세율 등 각종 세율을 인하하기도 했다. 그리스의 사회보장 관련 지출은 GDP대비 18.0%로 OECD 국가 평균(15.2%)을 상회하고 있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15일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대비 12.7%에서 2.8%로 감축하는 ‘Stability and Growth Plan’을 EU에 제출하기도 했다.
2009년 말 그리스의 재정위기 상황이 드러나며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강등하기도 했으며 그리스의 재정위기 부각으로 그리스 CDS 스프레드 및 국채수익률이 급등했다. 독일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009년 하반기 이후 3%대 초반에서 안정세를 보인 반면, 그리스의 국채수익률은 급등했다.
이 보고서는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및 금융기관의 대외부채 증가도 그리스 경제의 또 다른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금융위기로 인한 관광산업 등 서비스산업 침체로 경상수지 적자 누적, 정부의 세수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수입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관광수입이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2008년 9월 이후 전년동월대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스 산업 중 서비스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기준 73.1%이며, 서비스 수지 흑자가 무역수지 적자를 일부 상쇄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 유로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
이 보고서는 그리스 재정위기는 유로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그리스 등 유로지역의 재정건전성 악화는 은행부문 신용위험 지속 및 동유럽 경기회복 지연 등과 함께 유로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 상황이 부각되자 달러/유로 환율은 2009년 11월 25일 1.5134에서 2010년 1월 19일 1.4288로 유로화가치가 5.6% 절하됐다.
향후 재정건전성 악화 등에 따른 유로지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ECB보다 FRB가 상대적으로 빨리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점진적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3분기, 유로지역은 4분기에 정책금리 인상이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유로간 단기금리 및 장기 국채수익률의 차이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실질장기 금리 차이는 마이너스 폭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황 책임연구원은 “그리스를 포함한 일부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악화로 신용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ECB의 통화정책 단일화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그리스 재정위기의 독자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로존 기타 국가의 취약한 재정건전성은 경기회복 지연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의 경제규모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기타 유로존 과다채무국과의 경제규모 합산시 비중이 크다는 것.
유로존 전체의 경제규모 중 그리스의 비중은 2008년 말 기준 2.6%에 불과하지만, 재정적자 확대로 요주의 국가로 지목된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경제규모는 2008년 말 기준 유로존 전체의 35.1%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유로존 대다수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EU 협약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재정적자 기준으로는 그리스와 아일랜드, 정부부채 기준으로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유로지역은 2010년 0.5~1.0% 내외로 성장률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3분기 유로지역은 0.4%(연율1.5%) 성장하며 여섯 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향후 고용 부진, 일부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은행부문 디레버리징 지속, 신흥유럽국 경기 부진, 재정정책 철회 등에 따른 내수부문의 회복세 둔화로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2010년 유로지역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제시했으며, OECD, EU, ECB는 각각 0.9%, 0.7%, 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 그리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IMF -0.1%, EU -0.3%로 예상했다.
◇ EU, IMF 등 국제기구 지원은 어려울 듯
이 보고서는 국제기구의 그리스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세율 인상 등 그리스 정부의 내부적 노력을 통한 재정위기 해결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판단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와 ECB는 그리스 정부에 부가세율 인상 및 공공부문 임금의 수년간 동결을 요구했다. 1995~2008년 공무원 1인당 연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은 3.1%로 유로지역 평균(1.5%)의 두배를 상회하고 있다.
위르겐 스타크 ECB 정책위원은 “그리스의 문제는 그리스 자체의 원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EU가 구제금융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CB의 트리셰 총재 또한 1월 14일 금융통화정책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관련해 “특별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 재정적자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EU 회원국 정부 및 중앙은행들 간에 IMF의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리스가 지급불능 위기에 빠질 경우 EU 또는 주변국의 구제금융이 투입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의 부도사태가 주변 다른 국가들로 전이(Contagion Risk)되거나, 유로화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황 책임연구원은 “도이체방크는 외국 은행권의 그리스 외채 보유 비중이 상당하다며, 투자금 유출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2009년 3분기말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의 그리스 국채 보유 규모는 2160억 유로로 그리스가 자국의 부도사태로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을 역이용해 구제금융 투입을 요구하는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