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해 추심자와 통화하고 채권추심자와 채무자의 직접 통화는 제한토록 하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채권추심자가 채무자의 소재 파악을 위해 관계인과 통신하는 경우 자신의 성명, 소속 및 통신의 목적을 밝혀야 하고 관계인이 요청한 경우 자신의 직위 및 채권추심의뢰인의 성명을 밝히도록’ 의무화했다.
현행법으로는 채권추심자의 권리남용이나 불법추심을 막기에 부족하다며 유 의원은 개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신용정보업계에서는 저소득계층에게 있어서 실효성이 없고 부당한 고액연체자만을 보호하게 되며 대리인에 의한 정보의 오ㆍ남용 우려를 지적했다.
개정안은 우선 채무자와의 통신을 일체 차단하고 있다.
통신이란 우편물 및 전기통신 등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일체의 수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채무자가 ‘변호사 또는 법률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를 채권추심자에게 통지한 경우, 채권추심자는 더 이상 채무자와 직접 통신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채무자와 대리인이 모두 동의한 경우에는 예외조항을 뒀다. 또한 채무상환을 거절하거나 또는 채권추심자와의 연락을 중지할 의사를 통지한 경우에도 역시 더 이상 채무자와 직접 통신할 수 없으나 이 때 채권추심자는 채무자에게 대리인선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에도 채권추심 종료사실을 통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A신용정보사 관계자는 “개인채무자가 채권추심자와 협상을 위해 변호사 등 전문가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채무를 갚지 못하고 있는 저소득계층에게 있어서 실효성이 없고 부당한 고액연체자만을 보호하는 법률이 될 수 있다”며 “선임된 대리인에 의한 정보의 오ㆍ남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리인과 채권추심자간의 결탁이 이루어져 오히려 채무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채권추심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채무자와 대리인간의 대리권 수여의 범위도 불분명해 또 다른 분쟁의 불씨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인과의 통신에 있어서도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관계인이란 채무자와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하는 자, 채무자의 친족, 채무자가 근무하는 장소에서 함께 근무하는 자로 정의했다.
채권추심자가 관계인과 통신하는 경우에는 성명, 소속, 통신목적을 밝혀야 하지만, 채무내용이나 채무자의 신용에 관한 사항을 알려서는 안 되며, 관계인의 대답에 모순이 있거나 불완전하고 관계인이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3회 이상 관계인과 통신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관계인과의 통신 부분에서는 3회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예외적으로 4회 이상 통신할 수 있는 경우인 ‘관계인의 종전 대답에 모순이 있거나 불완전하고 현재 관계인이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채권추심자가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는 것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분쟁 유발 우려도 제시됐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법률 개정안은 상당부분 미국 공정채권추심법(The Fair Debt Collection Practices Act)을 원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B신용정보사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1977년 이래 30여년간의 시행 경험을 법률에 반영한 것인데, 사회적 여건이나 문화적 차이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국내에 적용할 경우 문제점이 나타날수 있으므로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