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완화 민간부문은 여전히 부진 등
설비투자 부진 구조적 요인 능동적 대응해야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캐피탈사들의 영업규모도 축소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회복이 예상되고 있고 기업들도 유동성 자금을 설비투자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 부진의 구조적 요인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찬영 수석연구원은 ‘설비투자 부진요인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의 설비투자 전망을 살펴봤다.
◇ 내수·수출 동반 부진 영향 설비투자 위축
이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2009년 상반기까지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실질설비투자는 2008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으며 2009년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23.5%, 2분기에 15.9%, 3분기에 7.4% 감소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 등에 힘입어 공공부문 중심으로 설비투자의 하락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민간부문의 부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자동차 세제지원 등으로 운수장비의 설비투자가 플러스로 전환되고 국내 기계수주도 공공부문 중심으로 개선돼 지난해 3분기 운수장비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했다”며 “반면 민간부분 국내 기계수주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2분기부터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의존성 심화·기업투자 방식 변화 등 원인
설비투자의 부진에는 해외 의존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자본재 수입의 증가로 국내 설비투자 중 수입부문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자본재 수입이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설비투자 중 내수부문과 수입부문 사이의 대체관계를 나타내는 설비투자 수입대체도가 상승했다는 것.
제조업 후방효과가 약화되고 설비투자 유발효과도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연구원은 “자본재 수입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후방연쇄효과를 나타내는 제조업 영향력 계수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1.076이었던 영향력계수가 자본재 수입 비중의 상승과 함께 2006년에는 1.071로, 2007년에는 1.068로 하락했다.
산업 내에서도 산업품목의 수입 비중이 높은 연도일수록 후방효과가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기 및 전자 기기의 경우, 수입비율이 21.8%였던 2006년에는 영향력계수가 0.968에서 수입비율이 22.5%로 높아진 2007년에는 0.957로 하락했다.
후방효과가 내용 면에서 설비투자 유발 요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재 수입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설비투자 유발효과를 축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해외 직접투자 확대로 국내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 생산비용 절감 및 상품시장의 세계화 전략에 따라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 및 설립이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20억 달러를 유지하던 해외 직접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80.7억달러, 67.3억달러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비용절감을 위한 해외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생산 및 영업기반의 현지화를 목적으로 한 해외 직접투자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직접투자가 활발한 산업일수록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품소재산업 및 일부 경공업 중심으로 해외 직접투자의 증가가 국내설비투자의 정체나 하락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
전자부품·컴퓨터, 자동차·트레일러, 섬유, 고무·플라스틱 업종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자동차·트레일러 업종의 경우 지난 5년간 해외 직접투자가 연평균 48% 증가한 데 반해, 국내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4%로 저조했다.
한편, 기업의 투자방식의 변화도 설비투자의 부진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설비투자의 주력 업종이 IT 산업 중심으로 전환됐다. 한국산업은행의 설비투자 통계에 의하면 외환위기 이전에는 장치산업 중심의 비(非)IT 산업이 국내 설비투자를 주도했다. 비IT 산업이 74%를 차지한 반면, IT 산업은 26%를 차지했다.
특히, 정유, 화학, 철강, 자동차, 조선의 5대 주력산업이 44%를 차지하며 설비투자를 전체적으로 선도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IT 산업이 국내 설비투자를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경쟁력을 확보한 IT산업은 제조업 전체 설비투자의 44%를 차지했다. 반면, 비IT 산업의 설비투자 비중이 56%로 감소하는 가운데 5대 주력 산업의 비중도 30%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 IT산업 R&D 투자 확대로 위축
이 보고서는 IT산업이 설비투자를 주도함에 따라 유형자본(시설, 기계장치 등)보다 R&D 투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경영전략이 가격경쟁력에서 기술경쟁력 제고로 전환됨에 따라 기업의 투자방식도 연구개발 중심으로 전환됐다.
이 수석연구원은 “대량생산체제에서는 생산확대를 위한 시설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기술 선점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됨에 따라 R&D 지출이 확대됐다”며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중이 2001년 2.4%에서 2007년 3.0%로 증가됐다”고 말했다. 또 이 수석연구원은 “특히, IT 산업의 경우, 같은 기간 이같은 비중이 4.8%에서 6.4%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개발비 지출이 비용으로 간주될 경우 설비투자의 실제 규모가 과소계상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R&D지출은 투자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상당부분은 회계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R&D 지출은 일정조건을 충족시킬 때만 설비투자에 포함되고 대부분의 경우 당기비용으로 처리한다”며 “따라서 R&D 지출 비중이 늘어갈수록 설비투자 금액이 과소계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 IT 버블기 이후 R&D 지출을 포함한 광의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설비투자 증가율을 상회했다. 2001년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4.5%인 반면, R&D 지출을 포함한 광의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5.7% 수준에 달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결국, R&D 지출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의 설비투자 부진이 부분적으로 확대 해석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외국인 투자 유치 활성화 노력해야
이 보고서는 올해에는 국내외 경기의 회복세로 제조업 중심의 설비투자가 재개될 전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 부진의 구조적 요인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의 빠른 회복세 및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완화는 설비투자 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보다 긴 시각에서는 설비투자의 해외 의존성 심화 및 기업의 투자방식 변화 등 설비투자 부진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본재의 수입대체도 상승 억제를 위해서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으로 생산의 완결구조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부품의 수요자와 공급자 간 기술협력 체계를 더욱 공공히 해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아울러 기업과 공공기관의 R&D 투자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내수 활성화 및 기업환경 개선을 통해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이 적정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수요의 확대는 국내기업의 국내 잔류 제고 및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의 대전제라는 것. 이 수석연구원은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하며, 특히, 서비스 산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사회, 지식기반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노사관계 개선 및 투자유인책 마련을 통해 투자하기 좋은 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녹색산업에 기반한 산업질서 재편에 따라 기업의 녹색산업 관련 투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유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요자별 국내기계 수주 및 공공부문 비중 추이 >
(단위 : %)
주 : 공공부문 비중은 국내기계수주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자료 : 한국은행, ECOS)
<제조업 설비투자 비중 추이>
(단위 : %)
주 : 기간 구분은 사업체 표본이 바뀌는 연도를 기준으로 함
(자료 : 한국산업은행, 설비투자계획조사 각호)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