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농협법 개정공동안에 대한 공개 서명식을 가졌다.
개정안의 주요 핵심은 농협중앙회 회장과 조합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농협 비리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돼온 중앙회장과 조합장의 절대권력을 해체함으로써 농협을 조합원과 농민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 개혁 핵심으로 거론돼 온 유통(경제사업)과 금융(신용사업)을 분리하는 문제는 아직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신·경분리 문제를 두고 금융, 유통지주사 분리설립 등과 맞물려 진통이 일고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농협법 개정 공포안을 챙긴 만큼 신·경 분리 개편안도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이 크다.
◇ 회장 중임폐지, 인추위 신설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의 선출방식은 총회에서 직접 선출하던 방식을 바꿔 대의원들의 간선제로 뽑고 4년 임기를 유지하되 중임을 할 수 없다.
중앙회 임원에 대한 인사추천권은 회장의 손을 떠나 인사추천위원회(인추위)를 신설해 각종 인사를 결정하게 된다. 인사추천위원회 위원도 회장이 아닌 이사회가 선출하도록 해 중앙회장은 권한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회장의 인사추천권을 없애는 대신 인추위가 사업별 대표이사와 감사위원장을 추천한다. 다만 축산경제 대표이사의 경우는 인추위를 구성하지 않고 조합장대표자 회의 추천을 거쳐 대의원회에서 선출키로 했다.
인추위는 이사회가 위촉하는 회원조합장 4인, 농업인단체와 학계 등 외부전문가 3인 총 7인으로 구성되며 특히 정부의 개입을 막기 위해 공무원은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조합은 농업 경쟁력을 키우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산 규모 2500억원 이상인 조합의 경영은 조합장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또 금품 수수가 많았던 조합장의 기부활동도 제한돼 모든 조합장은 재임기간동안 축의·부의금 등 금품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아울러 대의원도 다른 조합의 임직원을 겸직할 수 없게 된다.
조합의 업무 구역도 현행 읍면 단위에서 시군구로 확대키로 했다. 이는 조합장들의 읍면 단위 유지안과 정부의 시도 단위 확장안의 절충점이다. 규모를 키워서 경영 성과를 높여보려는 시도다.
◇ 신·경 분리두고 이견 ‘팽팽’
그러나 중앙회는 농협 개혁의 핵심인 신용과 경제사업 분리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통이 일고있다.
쟁점은 농협중앙회의 해체 여부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학계, 농업계 등의 주요 인사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농개위)는 중앙회를 없애고 회원 조합이 구성한 ‘농협경제연합회’와 ‘상호금융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농협중앙회는 지난 50년 간 축적해온 브랜드 가치와 역사성을 고려할 때 명칭변경은 포기할 수 없다며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또 신용사업 강화를 위해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농개위는 상호금융연합회를 현재 중앙회 조직으로부터 분리해야 경쟁력 높은 금융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농협은 당초 신용사업 분리의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부서별로 의견을 수렴하는 내부 토론회를 한 차례 가졌고 오는 16일에도 조합장과 직원의 의견을 듣는 토론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회는 이달 말까지는 실무 초안을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협동조합이나 금융 전문가들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여는 등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중앙회 이사회에 상정해 최종 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축산부문의 전문성을 살리는 문제와 경제사업부문을 강화하는 문제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자칫 개혁이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농협법 공포안 서명식에서 “현재 추진 중인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작업을 중단 없이 추진하라”는 발언을 한 만큼 개편안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