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원책에 그동안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독려한 저축은행이 빠져있는 이유는 저축은행이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할 여력이 안되고 대출금리가 높다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에 몇십억원의 비용을 출연해야 하지만 출연금을 내서라도 확대하기에는 저축은행이 가져가는 수익성이 떨어져 고민중이다.
또한 고금리로 자금조달을 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20%대 후반의 신용대출을 하고 있는 저축은행으로서는 대출금리를 10% 내로 낮추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출연금 낼 형편도 못되고 조달금리가 높아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어 100%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해준다고 해도 서민금융지원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과세저축을 저축은행도 허용을 해준다면 7~8%대 금리의 신용대출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비과세혜택을 통해 낮아진다면 충분히 서민금융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민·기업·우리·하나·외환·신한·농협 등 7개 은행이 소상공인 대출 활성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에 500억원을 출연해 6000억원 규모를 100% 보증을 받아 대출을 실시한다.
또한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신용등급 7~8등급의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의 생계비 대출을 위해 지역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이번 주 내에 시행한다. 또 무점포노점상을 대상으로 한 1조원 규모의 대출도 지역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지난달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저신용사업자나 무점포상인에 대한 특례보증 규모를 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영세자영업자 특례보증을 1조5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고객은 대부분 저신용자층인데도 불구하고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신정 CB연구소에서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등급별 대출 보유현황을 살펴보면 저축은행의 대출비중은 저신용자 가운데서도 최하등급인 10등급이 27.63%로 규모가 큰 은행권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가 저축은행의 서민금융역할을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신협·새마을금고와 같이 비과세저축을 취급할 수 있게 해주면 이같은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보증을 통해 대출이 나가는 금리는 7~8%대여서 저축은행으로써 20%대 후반대 금리를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의 경우 비과세 혜택이 있어 조달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이 금리가 가능하지만 저축은행은 이같은 지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협의 경우 최근 정부의 비과세 혜택에 따라 신용대출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협은 외환위기 당시 전체 대출 비중 가운데 신용대출이 70%, 담보대출이 30%였지만 최근까지 신용대출을 20%로 대폭 축소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비과세 혜택 연장 등을 통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이에 따라 3월 초부터 무점포노점상 대출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오고 있으며 이번 주부터 저신용자 대출상품을 새롭게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신협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7.3%로 낮춰 저신용자 대출을 대대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역마진의 우려가 있지만 비과세 혜택이 있어 일정부분 보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도 저축은행이 비과세저축을 취급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도 서민금융활성화를 위해 이같은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세수감소 요인이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기획재정부에 비과세저축 허용을 요청하고 있으며 기획재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세수감소 효과가 만만치 않아 쉽게 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