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도입영향은 저축은행에게 아직까지는 신통치 않다. 업무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제대로 작용할 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이달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펀드판매에 나설 엄두도 못내고 있다. 또한 증시가 좋아져 펀드 판매가 잘 된다고 하면 정기예금이 펀드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의 도입에 대해 저축은행의 실리를 따져봐야 하는 시기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 장용 이사가 발표한 ‘자본시장법이 저축은행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통해 저축은행이 준비해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봤다.
◇ 업계 시황의존적 산업 변질될 수도…
최근에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환경이 저축으로 돌아섰지만 자본시장법 도입은 금융환경이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소액의 예대마진 격차로 은행권이나 증권업에 대해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장 이사는 “금융환경 변화로 다양한 펀드 상품이나 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고위험·고수익 상품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자에서 배당으로 움직이는 고객들을 막기 어려우며, 단지 증권시황이 나빠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회귀할 때 정도나 혜택을 보게 됨으로써 저축은행업계는 더욱 시황의존적인 산업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시장법 도입으로 대형화 경쟁에서 성공하는 금융기관은 1~2개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나머지 금융기관들은 로컬은행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거나 특화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도시은행들이 전통적인 수익원이었던 기업금융 부문에서 부실채권 문제로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자 소비자금융 부문에 진출하기 위해 대부업체들까지 자회사로 거느리며 개인금융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한국 소비자금융시장까지 진출한 예를 들었다.
◇ 지역 중심의 SOC투자 등 노하우 장점
자본시장법이 저축은행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선 타 금융업권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 시행은 금융투자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전개와 기회를 가져다 주다는 것. 새롭게 허용되는 펀드 판매나 다양한 신상품 판매 및 다양한 계층에 대한 접근을 통해 수익구조 다변화의 호기를 맞이할 수 있다.
장 이사는 “금융투자업의 중심적인 업무인 투자은행업무가 국내 지방경제권에서의 SOC 투자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경우 저축은행들의 그동안의 경험과 축적된 정보는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며 “또 은행, 증권, 보험 등이 대형화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뒤쳐진 로컬 은행들과의 M&A나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계와의 전략적 제휴는 저축은행들로 하여금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신뢰성 높이는 전략 펼쳐야
한편, 자본시장법이 본격적으로 실효를 발휘하기 전까지는 저축은행의 사전적 대응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우선 새로운 경쟁요소에 대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높은 리스크 아래의 투자 상황에서는 신뢰성 있는 기관의 투자대상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가운데 투자의사결정요인이 가장 중요하게 인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이사는 “특히 포괄주의 채택에 따라 과거 우리 시장에서 검증된 바 없는 금융투자상품들이 다수 출시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성=경쟁력=매출액의 등식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기관 경쟁력이 판매망이나 자본력만으로 결정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고객의 금융특성 파악, 그에 맞는 상품 개발, 자본 회임기간의 판단, 예상수익과 리스크 판단, 관련 사업으로의 확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사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장 이사는 “물론 이 같은 종합적인 해결 능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전문인력을 하루 빨리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성장사업에 대한 진출 노력 강화
자통법 시행으로 금융기관들이 직면할 성장사업 영역은 △원스톱 서비스 △산업분석이 가미된 금융 솔루션 제공 △소규모 전문국제 금융기관과 제휴 △소비자금융기반 확충 △IB(투자은행)·WM(자산관리)업무 진출 △PI(자기자본투자) △자산회전형 비즈니스 등 7개 분야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선 개인에 대해서는 접촉 채널을 정비하고 전문 컨설턴트를 육성해 배치하며, 원스톱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인에 대해서는 고객이 속한 업종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산업분석 등이 가미된 금융 솔루션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는 특정 지역 또는 특수한 틈새시장에 경쟁력 있는 소규모 전문 국제 금융기관과 제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는 “이러한 금융기관들은 업무 특화를 통해 경기 활황기에는 M&A 수요에 대응해, 불황기에는 기업구조조정 수요에 대응하여 수익변동성을 축소한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지급·결제·소비자금융 분야에서는 할부, 카드, 대출 등 다양한 방식의 소비자금융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아웃소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B나 WM업무에의 진출에 있어서 증권, 부동산, 펀드상품 등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제환경문제와 관련된 이산화탄소 배출권, 다양한 파생상품 등의 영역까지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PI투자는 자본의 규모와 관계없이 리스크관리와 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서민금융과 리테일 뱅킹이 격전장
한편, 타 금융업권과 마찬가지로 향후 금융시장의 중심이 될 자산운용업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는 “더 이상 전통적인 예대업무 만으로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도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신용금고업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신금중금(信金中金)이 자회사 형태로 자산운용사를 가지고 있다. 이 자산운용사를 통해 신용금고 업계 고객 특성에 맞추어 만든 펀드를 일본 전국의 회원 신용금고들이 팔고 있다.
현재 신금중금의 자회사를 통한 펀드 판매 건수는 2002년 4만건 942억엔이던 것이 2006년 65만건 3232억엔까지 16배가 확대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로 국내 모든 금융기관들이 경쟁에 직면하게 될 진정한 싸움터는 서민금융과 리테일 뱅킹 분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이사는 “이는 대형화에 나서더라도 모든 금융기관이 골드만삭스가 될 수 없으며, 영업이력 등이 부족해 누구나 다 IB업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국내에 진출하는 선진 투자은행들로 인해 많은 부분을 잠식 당하고 결국 국내 로컬 시장에서의 격전이 본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고유영역으로 생각해왔던 시장에서 격전을 치뤄야 하고 그러한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사에 걸맞는 비즈니스 모델 재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미국 은행들의 비즈니스 모델 사례 >
(자료 : 신금중앙금고 자료에 의해 저축은행중앙회 작성)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