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경쟁에 나섰던 저축은행들은 다소 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영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6월말 결산법인인 저축은행들이 올해 손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을 우려해 안정적으로 영업을 다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예금금리 인하 1~2주사이 3~4번씩이나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12월말부터 올 1월까지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차원으로 최고 8.7%까지 치솟던 고금리 예금경쟁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예대마진은 대폭 축소돼 올해 손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5% 중반을 유지하던 예대마진이 올해 초에 4%대로 떨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예금보험료 인상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위기설과 올해 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되면서 8%가 넘는 고금리에도 저축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신확보 경쟁에 뛰어든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막상 시장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면서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급격히 낮추며 영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우려됐던 저축은행의 불안이 다소 해소되면서 수신금리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현재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6.0%로 떨어졌다. 특히, 서울의 27개 저축은행 가운데 6곳만 6% 초반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21곳이 5%대로 낮췄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실적악화에 부담을 느낀 저축은행들이 지난달 말에 몇일 사이로 금리를 8%대에서 5%대로 급격히 낮췄다”며 “1~2주 사이에 금리를 3~4차례 내린 저축은행도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 투기지역 해제 등 기대감 아파트담보대출 확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저축은행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대폭 축소했던 아파트담보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타 저축은행도 아파트담보대출의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아파트가격 하락이 바닥을 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조금씩 이 부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아파트담보대출을 통해 영업을 확대하는 것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투기지역 해제를 통한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일부 완화, 지방 미분양아파트 양도세 면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강남의 투기지역 해소 등을 통해 은행의 LTV와 DTV가 완화될 경우 저축은행에 자금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아파트담보대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용대출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월 평균 200억~300억원의 수준의 신용대출을 해오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HK저축은행도 심사를 강화해 신용대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용대출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안정적으로 확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소액신용대출은 지난해 6월 6088억원에서 12월에 6718억원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 작년 6월 대비 연체율 4~5%P 증가추이
한편, 일부에서는 저축은행의 영업 확대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시장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는 보수적 경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상승추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손익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캠코에 부실 부동산PF 채권을 매각해 연체율이 다소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6월말 대비 4~5%p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D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모든 부서가 연체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정도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영업확대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