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지원 역할 강화…틈새시장 적극 발굴해야
부실 부동산PF 캠코에 매각 등 선제적 조치로 안정
저축은행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저축은행 업계는 고민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부동산 PF 부실 위기 여파가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는 저축은행의 업무 범위 확대라는 호재를 맞고 있어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 김석원 회장을 만나 저축은행 업계의 전망을 들어봤다.
“저축은행도 이제 중저소득층에 관심을 갖고 기업금융이나 소비자금융으로 갈지 생각해봐야 할 시기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김석원 회장은 변환기를 맞고 있는 시장에서 저축은행들이 규모에 맞게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37년 맞은 저축은행 총자산 69조원으로 성장
저축은행은 1972년 사금융 양성화 정책에 따라 신용금고로 출발해 햇수로 37년을 맞고 있다. 저축은행의 태생은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회사로 출발했다.
김 회장은 “신용 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소규모 기업 등이 저축은행의 주된 거래고객”이라며 “또 서민들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모두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주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저축은행은 한마디로 ‘종자돈은행(Seed Money Bank)’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총 69조원, 총수신은 61조원, 총여신은 55조원에 달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들의 중앙은행 기능을 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적립한 지급준비예탁금 2조3000억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일반예탁금을 포함했을 경우 저축은행중앙회가 관리하는 자금은 3조원 가량이 된다.
또한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의 금융관련 IT업무를 통합해 금융통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영지원, 연수, 홍보, 연구조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무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중앙회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김 회장은 “개별 저축은행이 감당하기 벅찬 업무들에 대해 역량을 집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업무 영역 확대에 따른 지원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달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펀드판매 업무를 위해 펀드업무 전문인력을 보강했으며 펀드판매 관련 자금정산 및 데이터 일괄처리 등의 업무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전문가를 통해 수익성이 좋은 펀드를 선별해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판매하기 쉽게 상품을 제공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회장은 “특히 상반기 중에 시작되는 펀드 판매 업무는 그 의미가 크다”며 “중앙회도 펀드 판매 업무에 대비해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전산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저축은행이 펀드 판매 기능을 확보함으로써 소비자는 선택이 폭이 넓어지고 저축은행은 트렌드에 맞는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저축은행의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장치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가 도입되고 임원 자격 요건이 강화되는 등의 변화도 있다고 설명했다.
◇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최근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서민금융지원 확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도 저축은행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김 회장은 “경제여건과 시장상황이 어려워지면 신빈곤층, 저소득층, 저신용 계층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에 대한 지원에 있어 국가 이전에 마지막 보루는 저축은행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은 모든 역량을 결집해 서민 경제생활 안정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국가적으로 필요로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저축은행의 사회적 기능을 인정받고 나아가 저축은행의 새로운 역할을 정립해 나갈 수 있다”며 “저축은행이 건전해야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충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신사업 모델이나 틈새시장을 적극 발굴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저축은행중앙회는 비과세 저축에 대한 취급을 허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 자율 구조조정·부동산PF 매각 등 선제적 조치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선제적으로 조치가 취해졌으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이미 외환위기 이후부터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인 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적기 시정조치를 내려 증자 등 경영 정상화를 추진중이다. 실제로 자율적인 구조조정도 활발히 진행 중이어서 저축은행 간 M&A가 지난해에만 4건이 이뤄졌다. 또한 저축은행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1000억원의 공동기금을 마련해 부실화되거나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저축은행을 인수해 정상화한다.
김 회장은 “감독 당국의 건전성 감독과 업계의 자율 구조조정 등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으므로 저축은행 업계전체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또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는 것도 저축은행의 신뢰 회복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PF 대출부실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덜어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며 “또 이를 통해 저축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의 구조조정은 금융기관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도 일부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이 새롭게 정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미 대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감독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향이 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은 정부와 중앙회, 업계가 심도 깊게 논의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종합금융·중소기업·지역서민 등 차별화 전망
한편,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민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자금지원은 더욱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미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서민에 바탕을 둔 금융회사들은 금융위기 등 큰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튼튼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특히 불황기에도 서민 생활과 관련된 잠재적인 자금 수요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 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또 경제 체질이 저성장 구조로 변화될수록 서민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은 더욱 필요해진다”며 “생활 안정을 위한 자금, 창업을 위한 자금, 일시적이지만 긴급한 자금 등은 대형 금융회사들이 취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같은 다양한 형태의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저축은행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저축은행 스스로의 자본 확충과 노하우 습득, 선진금융기법에 대한 벤치마크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저축은행은 현재 자산 규모, 건전성, 미래의 비전과 청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차별화가 좀 더 진행되면 중·장기적으로 지방은행 정도의 역할을 하는 대형저축은행과, 중소기업금융에 특화하는 중형저축은행, 지역과 서민을 파고드는 저축은행으로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그러나 어떤 경로로 성장·발전하든지 서민금융, 소비자금융이라는 근본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저축은행은 기본으로 돌아가서 올 한해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시장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공동기금 1000억원을 차질없이 조성해 튼튼한 안전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He is…
〈 학력 〉
o 1970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학사
o 1987 일본 히도츠바시대학교 상학부 석사
o 2003 서울대학교 세계경제최고전략과정 수료
o 2007 경희대학교 경제학 박사
〈 경력 〉
o 1976.12 제19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o 1977 재무부 이재국, 국제금융국 (사무관)
o 1990 재무부 국제심판소 조사관 (서기관)
o 1990 일본 대장성 재정금융연구소 객원 연구원
o 1999 재정경제부 본부국장
o 1999 한국국제조세교육센터 소장
o 2001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 겸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대변인 (관리관)
o 2002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o 2006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회장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